• 이민법 반대 시위 미국을 멈추다
        2006년 05월 02일 09:2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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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민법 반대의 물결로 미국이 사실상 문을 닫은 하루였다. 수백만 명의 이민자들이 참여한 보이코트와 거리 시위가 메이데이의 역사를 다시 썼다.

       
    ▲ 1일 시카고에서 벌어진 시위장면. 사진=시카고 인디미디어
     

    지난 1일 서부 로스앤젤레스에서 동부 시카고에 이르기까지, 남부 뉴올리언즈에서 휴스턴에 이르기까지 미국 전역이 이민자들의 함성으로 요동을 쳤다. 농장에는 일손이 없어졌고, 공장은 가동이 중단됐다. 식당과 상점은 문을 닫았다. 학교에서도 빈 자리가 많았다.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상점의 3분의 1가량이 문을 열지 못했다. 항만의 하역작업도 차질을 빚었다. 평상시 같았으면 사람들로 북적였을 시내 중심가의 아침은 적막에 휩싸였다. 12시(현지시간)부터 시작된 시위에는 30만명 이상이 참가했다고 <LA타임스>가 전했다. 시카고에서는 경찰 추산으로 40만 명이 시위에 참가했다.

    대도시 수십만명씩 참여

    메이데이가 유래한 곳이 미국이지만 정작 미국에서 노동절은 9월 첫째 월요일이다. 5월1일이 사회주의자들에 의해 기념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1920년대부터 미국 정부는 이날을 미국화의 날(Americanization Day)로, 이후 충성의 날(Loyalty Day)로 지정했다. 레이건 대통령 시절에는 법의 날(Law Day)로도 지정됐다. 당연히 휴무일도 아니고 미국노총(AFL-CIO) 역시 기념행사를 갖지 않는다.

    하지만 이민자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파업이 벌어진 올해 메이데이는 미국의 노동절 역사에 남을 투쟁을 전개했다. 주로 건물청소 등 저임금 직종에 종사하는 이민자들은 하루치 임금이 깎이는 피해를 무릅쓰고 보이코트에 동참했다.

    흰색 옷을 입고 나온 이민자들은 성조기를 들고 거리를 행진했다. 주로 히스패닉이 다수를 이룬 시위대는 “우리가 미국이다”(Somos América)  “그래, 우리는 할 수 있다!”(Si se puede!)를 외치며 행진을 벌였다. “오늘 우리는 행진을 벌이고 내일 투표를 한다”며 정치인들을 압박하는 구호도 나왔다.

    "우리가 미국이다"

    국경 밖에서도 연대의 움직임이 보였다. 멕시코에서는 주멕시코 미국 대사관 앞에서 수천명이 시위를 벌였다. 이날 시위는 사파티스타가 주도했다. 맥도날드, 버거킹, 스타벅스, 월마트 등 미국기업에 대한 하루 불매운동도 벌어졌다. 산디에고와 국경을 인접하고 있는 티후아나에서 벌어진 시위에서는 12명이 체포되기도 했다.

    이날 시위에 대해 백악관은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스콧 맥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캘리포니아주 상원이 이민자들의 보이코트를 지지하기로 한 데 대한 대통령의 반응을 묻는 질문에 “대통령은 보이코트의 팬이 아니”라며 “국민들은 자신의 생각을 평화적으로 표현할 권리가 있지만 대통령은 의회에서 포괄적인 개혁이 이뤄지길 바라고 있다”고 답했다.

    지난 3~4월의 시위에 이어 이날 벌어진 보이코트와 시위를 통해 미국의 이민자들은 자신들의 존재를 확실하게 부각시켰다. 이는 향후 의회의 이민법 논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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