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무사의 계엄 문건을 놓고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기무사가 진실 공방을 벌인 것과 관련해 26일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기무사가 송영무 장관에게 망신을 주는 것으로 개혁에 저항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지원 의원은 이날 오전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인터뷰에서 “송영무 장관도 약간 헤맨 게 있지만 그것보다 조직적인 개혁에 저항하는 기무사의 작태에 대해서 먼저 해결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기무사와 송 장관은 지난 24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계엄령 문건을 둘러싸고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설전을 벌였다. 민병삼 100기무부대장(대령)과 이석구 기무사령관은 ‘송 장관이 계엄령 문건을 보고받고도 방치했다’는 취지로 주장했고, 송 장관은 “완벽한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다음 날에도 국방부와 기무사 간의 공방은 계속됐다. 기무사가 국방위에 송 장관의 국방부 실·국장 간담회 발언을 기록한 문건을 제출했다. 당시 간담회에 참석했던 민 대령이 작성해 이 사령관에게 보고했던 이 문건에 따르면 송 장관은 “위수령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법조계에 문의하니 최악의 사태를 대비한 계획은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국방부는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민병삼 대령 본인이 장관 동향 보고서를 작성하여 사실이 아닌 것을 첩보사항인 것처럼 보고하는 행태는 기무개혁의 필요성을 더 느끼게 하는 증거가 될 뿐”이라고 비판했다.

기무사의 송 장관에 대한 하극상에 가까운 공세로 계엄 문건 내용의 심각성 등 본질을 가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박 의원은 “군은 명령에 살고 명령에 죽는데 과연 국방장관을 흔들어서 밀린다면 이 나라 군이 개혁되겠느냐”며 “(송 장관이) 여기서 물러나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기무사는 전두환, 노태우(가 만들어 군사반란을 일으킨) 모든 악의 축”이라며 “문건 작성 자체가 위법이고, 그것을 감싸려는 것은 옳지 않다. 기무사의 개혁, 기강을 세우기 위해서라도 송 장관이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시민사회단체에선 기무사가 국방위에 제출한 간담회 발언 기록 문건의 조작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이날 MBC 라디오 ‘이범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기무사가 국방위에 제출한) 문건을 보면 (송 장관이) 정책보좌관에게 ‘청와대 가서 이 문건에 대해서 잘 설명 드려라’ 라는 얘기가 있고 ‘위수령 검토 문건 중에서 수방사 문건이 수류탄급 폭발력을 가지고 있다면 기무사 검토 문건은 폭탄급인데’ 라는 표현을 한다. 만약 (송 장관이) ‘위수령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더라’고 말했다면 두 말은 서로 배치된다”며 “조작의 흔적이 있지 않을까, 자의적 편집이 아닐까 예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방위 소속이었던 김광진 민주당 전 의원은 이날 같은 매체에 나와서 “중요한 것은 국방부와 기무사가 설전을 한 것이 아니라 군이 왜 저런 상태가 있는 것인가가 본질”이라며 “기무사가 자기들이 해선 안 되는 계엄 문건이라고 하는 것을 만들었다고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이것을 추후에 현직 장관이 언제 인지해서 어떤 생각을 가졌고 언제 발표했느냐 라고 하는 것은 크게 중요한 무게추가 아니다. 계엄 문건에 집중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김 전 의원은 “(계엄 문건이) 잘못이라는 것은 장관이 인지하고 있었던 것이고 다만 이것의 발표시점 등을 정무적으로 판단했다고 하는 것은 충분히 장관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가. 그럼에도 기무사가 이런 논란을 벌이고 있는 것에 대해 “지금까지도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며 “(문건 작성에 대한) 명확한 처벌하는 것이 훨씬 중요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