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은 안정 원한다고? 우린 요동쳐야 돼!
        2006년 05월 01일 05:3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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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대통령의 사학법 양보 발언과 여당의 반발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저 계기적인 마찰에 불과한 것이라는 해석과 대통령과 여당이 짜고 친 고스톱이라는 음모론적 해석이 있다. 또 대통령과 여당의 마찰은 불가피한 것이라는 구조적 해석이 있다.

    구조적 해석은 대통령과 여당의 이해관계과 서로 부딪친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대통령은 집권 후반기에 있고 국정의 ‘안정’적 운영을 강조하고 있다. 한미FTA, 부동산 후속 대책 등 후반기 주요 국정과제를 차질없이 추진하려면 한나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발상법 충돌,  대연정 대 소연정

    한 정치분석가는 "집권 후반기 들어 노 대통령이 정치 스타일이 달라지고 있다"며 "과거 지지자 중심의 정치와 선긋기 정치를 탈피해 반대편을 아우르며 가겠다는 의도가 보인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키워드가 ‘안정’이라면 여기서 말하는 안정이란 곧 한나라당과의 ‘안정’을 뜻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대연정’의 발상법이다.

    반면 한나라당에 ‘안정’적으로 뒤져 있는 열린우리당은 판을 요동치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역전의 기회가 생긴다. 뒤져 있는 입장에서 ‘안정’이란 곧 ‘안주’다. 한나라당과 좀 더 분명하게 각을 세워야 하는 입장이다. 대통령의 사학법 양보 발언이 알려진 직후 열린우리당 개혁파 의원들은 대통령이 방향을 잘못 잡았다고 이구동성으로 비판했다. 민주노동당 등 진보 세력과 손잡고 반한나라당 전선을 펼쳐야 한다는 얘기였다. 이른바 소연정의 발상법이다.

    대통령과 여당의 발상과 이해관계는 이렇게 다르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여권 내에서 힘의 균열 현상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며 "앞으로 대통령 중심으로 당청이 함께 움직이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전문가는 "정권재창출이라는 것은 이제 당이 감당하고 해결해야 할 당의 문제가 됐다"며 "집권 후반기를 안정적으로 마무리해야 하는 대통령의 이해관계와 충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생존하려면, 저항하고 거부하라

    당장 이번 지방선거에 대한 양측의 태도에서 온도차가 느껴진다. 현재 대통령의 시선은 지방선거 너머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목전 선거의 유불리를 따졌다면 핵심 지지층의 이반을 불러 올 ‘사학법 양보’ 발언은 나오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보는 게 일반적이다. 노 대통령의 29일 발언에 대해 우원식, 정청래 의원 등이 "집토끼, 산토끼 모두 잃고 말 것"이라고 반발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대통령과 여당의 입장차는 좀 더 근본적인 문제를 겨냥하고 있다. 바로 열린우리당의 존립 근거와 관련된 문제다. 노대통령의 사학법 양보 발언이 알려진 직후 우원식 의원 등은 "이제 열린우리당은 개혁정당의 깃발을 내려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들의 발언은 과장된 수사의 차원을 넘어선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일종의 적대적 공생관계다. 한나라당의 수구성과 열린우리당의 개혁성은 거울처럼 마주보고 있다. 그런데 대통령은 이 완강한 ‘관념적’ 또는 ‘허구적’ 경계를 대단치 않은 것으로 만들어버렸다. 열린우리당의 존립 기반이 부정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열린우리당이 최고위원회의와 의총 등을 통해 대통령 권고를 거부한 것은 사실 전혀 의외가 아니었다. 당의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였다.

    당-청 갈등 앞으로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조직도 일종의 생물체다. 생존의 논리를 만들어내고 생존을 위해 몸부림친다. 열린우리당 역시 마찬가지다. 열린우리당의 생존 논리는 대통령의 ‘안정’적 운영 기조와 앞으로도 충돌할 가능성이 많다. 여권의 대권 주자로 꼽히는 정동영 의장도, 김근태 최고위원도 한나라당에 맞서는 대칭적 리더십의 수준에서 자신의 위상을 설정해온 터다. 대권을 꿈꾼다면 노 대통령의 ‘안정’ 기조에 절대 동참할 수 없는 입장이다.

    이번 사건을 레임덕의 징후로 볼 수 있다면 이런 맥락에서일 것이다. 다만 그 레임덕은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위한 기술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여당과 여당 대권후보의 생존과 관련된 좀 더 절박한 문제라는 의미를 갖는다. 그래서 대통령과 여당의 갈등은 더욱 첨예해질 가능성이 있다. 지금의 상황이라면 그 갈등의 최초 격발점은 지방선거 직후가 될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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