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해고 승무원들,
4526일 만에 정규직으로 복직 합의
경력직 특별채용···“싸우는 동지들에게 힘이 되길”
    2018년 07월 21일 04:1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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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하고 있는 이 자리가, 항상 투쟁의 현장이었습니다. 드디어 이 곳에서, 투쟁과 농성이 아닌,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감사인사를 드리게 된 것이 꿈 같고 믿기지 않습니다. 우리 소식이, 지금도 싸우고 있는 정리해고 노동자들에게 기쁨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2006년 5월 해고 이후 12년만이다. 철도공사를 상대로 정규직 전환 투쟁을 벌이다 해고된 KTX 승무원 180명이 경력직 특별채용 형식으로 복직할 수 있게 됐다. 이로써 공기업이 저지른 최초의 대규모 정리해고 문제가 투쟁 4526일 만인 이날 해결의 첫 걸음을 내딛게 됐다.

이하 사진은 곽노충

김승하 KTX열차승무지부장을 비롯한 승무지부 조합원들은 20일 오후 서울역사 안에서 KTX해고승무원들이 철도공사로 돌아가게 됐다는 말을 전하며 내내 눈물을 흘렸다. 오랜 세월 이들의 투쟁을 지지해준 국민들과 연대단체들에도 수차례 고개 숙여 감사 인사를 했다. 승무지부는 이날 서울역 천막 농성장도 정리했다.

김 지부장은 “‘싸워봐야 안 되는 거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붙잡고 있는 너희가 멍청한 거다’ 그런 얘기 많이 들었다. 하지만 이렇게 끝낼 수는 없다는 믿음 하나로 버텼고, 그 믿음을 많은 분들이 지지하고 응원해주셨다. 때문에 오늘 이런 자리가 마련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기쁜 순간에도 이 자리에 함께 있을 수 없는 그 친구에게, 그래도 우리가 정당했고 옳았고, 끝까지 투쟁해서 이런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그 친구와 딸에게 들려줄 수 있게 되어 기쁘다”고도 했다.

철도노조와 철도공사는 이날 새벽 4시까지 해고승무원 복직 관련 협상을 벌이고 같은 날 오전 10시에 노사합의서 3개항과 부속합의서 7개항에 합의했다. 합의서에 따르면, 해고승무원 중 철도공사 자회사에 취업한 경력이 있는 승무원을 제외하고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했던 승무원 180명을 대상으로 경력직 특별채용을 시행하기로 했다. 승무원들은 오는 11월 30일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3번에 나눠서 채용된다.

오영식 사장(왼쪽 두번째)과 김승하 지부장, 강철 철도노조 위원장(세번째 네번째)

승무업무로의 복직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KTX승무업무는 현재 코레일 자회사가 하고 있어서 승무업무로의 채용이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우선 사무영업(역무) 분야 6급으로 시행하되, 향후 철도공사가 KTX 승무업무를 직접 수행하게 되면 전환배치하기로 했다.

오영식 철도공사 사장은 합의 직후 해고승무원들에게 “이제 우리 직원입니다. 그동안 고생했습니다. 미안합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철도공사는 합의서에도 정리해고로 인해 해고승무원들이 겪은 고통에 유감을 표명하고, 정리해고와 사법농단으로 목숨을 잃은 승무원에 대해 애도를 표하고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해고자 복직 교섭은 오영식 사장이 ‘KTX 해고승무원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에 참가하고 있는 4대 종단에 중재를 요청해 성사됐다. 지난 9일 첫 번째 교섭을 시작으로 5차례 진행한 끝에 합의를 철도공사 복직에 합의를 이뤘다.

승무지부는 “이번 교섭을 통해 KTX 해고승무원들이 철도공사 직접고용 정규직 복직은 성사됐지만, 13년간 꿈꾸던 KTX 열차승무원으로의 복직은 여전히 과제로 남았다”며 “해고승무원들은 철도공사가 KTX 승무업무를 직접고용 업무로 전환할 때까지 투쟁을 지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비정규직 장기투쟁 사업장의 대표적인 문제로 꼽혀왔던 KTX 승무원 정리해고 사건의 해결은 쌍용자동차, 콜트콜텍, 아사히글라스 등 수많은 장기 투쟁 사업장에도 큰 의미를 던져준다.

강철 철도노조 위원장은 “오랫동안 철도에서 안전보단 이윤이, 공공성보다 효율성이 우선시되어 오면서 승무원들이 해고됐다. 오늘의 복직은 철도분야에서 과거 적폐정책이 청산되어가는 상징적인 사건”이라며 “쌍용차, 콜트콜텍 등 해고된 노동자들이 현장으로 돌아가는 그날까지, 철도노조는 힘차게 싸우고 연대하겠다”고 밝혔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인 정수용 신부는 “지난 12년간 승무원들의 주장이 틀리지 않았던 사실이 이번 복직을 통해 확인돼 기쁘다”면서 “쌍용차, 콜트콜텍, 삼성직업병 문제 등 10년이 넘어가는 일들이 우리 사회에 많다. 그 모든 사안들이 해결될 수 있도록 관심 필요하다. 오늘 이 기운이 우리 사회 전체에 퍼질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인 혜찬 스님은 “오늘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이 땅의 모든 비정규직과 해고 노동자들이 복직할 수 있다는 씨앗을 만든 것”이라며 “쌍용차와 파인텍 노동자들이 굴뚝에서 내려오고, 콜트콜텍 노동자들이 기타를 만들고,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모두 복직이 돼서 단란한 가정 꾸리는 평범한 날 빨리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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