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기관 갑질·적폐에
    금융소비자연대회의 결성
    과잉대출 규제, 이자 제한하는 ‘서민금융 6법’ 제·개정 등 요구
        2018년 07월 17일 05:1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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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기관이 이자수익을 통한 ‘돈 장사’로 사상 최대의 이익을 기록 중인 반면, 올해 가계부채 규모는 1500조 원(1분기 가계신용 기준)에 달하며 최고치를 갱신했다. 정부가 가계부채 대책에 있어 금융소비자인 대다수 국민은 뒷전으로 밀어놓은 채 금융기관의 건전성 유지에만 초점을 맞춰온 탓이다. 이에 시민사회계가 가계부채 문제 해결과 금융소비자 권리 보장을 위해 연대하기로 했다.

    7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금융소비자연대회의는 17일 오후 광화문 광장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가계부채는 계속 증가하고 있고 금융소비자의 권리 또한 불안정한 상황”이라며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다양한 황동을 연대해나가기 위해 금융소비자연대회의를 발족한다”고 밝혔다.

    금융정의연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빚쟁이유니온(준), 주빌리은행,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한국파산변호사회 등 7개 단체가 금융소비자연대회의에 연대하고 있다.

    사진=유하라

    “금융소비자인 국민들이 채무불이행 모든 책임을 떠안아”

    ‘은행권 금리조작 사건’은 금융거래에 있어 금융소비자가 철저히 ‘을’의 위치에 있다는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금리조작 사건은 지난달 금융감독원 대출금리 산정체계 점검 결과로 드러났다. 시중은행들이 대출 신청 고객의 소득을 누락하거나 실제보다 낮게 입력하는 등의 수법으로 부당하게 높은 금리를 적용해온 것이다. 일례로 한 은행에서는 연소득 8천300만원인 직장인의 소득이 0원으로 입력된 탓에 부채비율이 350%가 넘어 가산금리가 0.5%포인트가 붙었고, 50만원의 이자를 더 납부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일부 은행들의 경우, 신용등급이 오른 대출 신청 고객이 금리인하를 요구하면 우대금리를 줄여 전체 대출금리를 그대로 유지하는 수법까지 썼다.

    이에 대해 금융소비자연대회의는 “은행들이 부당하게 채무자에게 높은 금리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이자 장사’를 해왔음이 이번 금리조작 사건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며 “가계부채 대책이 온통 금융기관의 건전성 유지에 초점을 맞춰지고 있는 동안 금융소비자인 대다수의 국민들은 채무불이행에 대한 모든 책임을 떠안아 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키코 사태도 시중은행들이 수익창출을 위해 금융소비자를 대상으로 ‘사기’를 친 대표적인 금융적폐 사건으로 꼽힌다. 최근 양승태 대법원이 ‘재판거래’를 한 사건에 키코 사태 대법원 재판도 포함돼있다. 당시 키코 사태 피해자들은 대법원에서 패소한 바 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금융회사는 팔아선 안 되는 상품을 팔았고 재판으로 가니 대법원은 이 사건으로 재판거래를 했다. 상식과 신뢰는 무너진 세상”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금융적폐 사건이 비단 키코 뿐이겠나. 대출금리 조작 사건부터 금융 사유화까지. 지주 회장들은 권력 누리기 위해서 당기순이익에 집착하며 한해 37조 이자놀이를 했고, 그 과정에 금융소비자는 없었다”고 말했다.

    “가계부채 대응, 채권자 중심에서 벗어나야”
    과잉대출 규제, 이자 제한하는 ‘서민금융 6법’ 제·개정 등 요구

    이 단체는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채권자 중심의 정책 기조 탈피 ▲서민금융 6법 제·개정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한 금융감독체계 개편 ▲은산분리 규제 완화 반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7월 금융정의연대 등 5개 단체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한 입법·행정 과제를 제안한 바 있다. 이후 문재인 정부도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통해 가계부채 총량관리, 이자부담 완화,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등의 정책을 제시하고 지난해 10월 대부업과 이자제한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법정 최고금리 24% 인하, 장기소액 연체채권 탕담 등의 전향적인 정책을 발표했다.

    금융소비자연대회의는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취약계층에게 추가 대출을 계속 제공하고 채무상환에 방전을 찍는 등 기존의 채권자 중심의 가계부채 문제 대응 정책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변 백주선 변호사는 “전 정부들이 빚을 내서 집을 사고 가계를 꾸릴 수밖에 없는 경제정책을 지속해오면서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해졌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가계부채 문제는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2018년 6월)’에 따르면 1분기 가계부채는 1468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0조원이 늘었다. 지난해 3월 기준 부채가구가 1100만 가구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가구당 평균 부채가 1억 3300만원에 달하는 것이다. 가계부채 수준을 가늠하는 대표 지수인 처분가능소득 대비 부채 비율도 160.1%로 전년동기대비 5.0%p 상승했다.

    이처럼 급격하게 불어난 가계부채는 소득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이들을 구제할 수 있는 서민금융 6법 제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계부채, 과중채무, 약탈적 대출, 이자폭리, 불법 채권 추심 등을 해결하기 위해 19대 국회 때 발의된 6개 법안은 주택담보 과잉대출 규제법, 파산법 개정안, 이자제한법 개정안, 대부업법 개정안, 공정채권추심법 개정안, 보증인보호에관한특별법 개정안 등이 포함돼있다.

    백 변호사는 “금리가 인하돼서 연 24% 이하이긴 하지만 세계적 추세로 봐도 연 20% 넘지 않아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연 15%만 해도 큰 부담이라, 실질 연 15% 넘지 않는 대부업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채무자 회생법 개정을 통해 신속한 파산 회생이 가능하도록 하고, 채무자를 다각도로 돕기 위한 채무자 대리인 제도의 도입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금융소비자연대회의는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규제 완화안에도 강한 반대 목소리를 냈다.

    김은정 참여연대 경제노동팀장은 “은산분리 규제 완화는 금융규제의 근간을 허무는 중요한 문제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일이다. 그럼에도 정부여당은 최근 혁신성장을 이뤄야 한다며 인터넷전문은행 등 신산업 육성을 빌미로 이를 추진하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김 팀장은 “산업자본이 은행을 지배할 수 없도록 하는 이유는, 은행과 대주주 간 거래를 통제하는 행위규제만으로 재벌의 금융기관 사금고화 및 금융시장 잠식 등 잠재적 위험을 모두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금융위원회의 케이뱅크 은행업 인가를 위한 은행법 시행령 삭제 의혹 등 각종 편법을 통한 섣부른 은산분리 규제 완화는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약화시켜 금융소비자 보호를 취하게 할 우려가 있다”며 “정부는 4차 산업혁명의 장밋빛 환상에서 깨어나 금융감독원을 금융감독원 답게 만들기 위한 근본적 개혁에 착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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