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대통령 "여당이 사학법 양보하라"
        2006년 04월 29일 01:2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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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대통령이 사학법 개정을 둘러싼 국회 파행사태와 관련, ‘여당의 양보’를 사실상 권고해 사학법 대치정국에 어떤 영향을 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노 대통령은 29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우리당 김한길, 한나라당 이재오 원내대표와 조찬 회동을 가진 자리에서 "여당이 양보하면서 국정을 포괄적으로 책임지는 행보가 필요한 때"라며 "대승적 차원에서 여야가 국정에 대한 책임의식을 갖고 이 문제를 풀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현재 국회 파행의 원인이 되고 있는 사립학교법 재개정 문제에 대해 사실상 ‘여당의 양보’를 당부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무현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원내대표 조찬회동에서 한나라당 이재오 원내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 대통령은 또 "국회 구조상 다수결만으로는 국정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제, "합의가 중요하며 따라서 핵심은 협상"이라고 강조하고 "국정운영은 여야 뿐만 아니라 여당과 정부 사이에서 서로 주고받는 일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노 대통령은 "나는 대통령으로서 중재하는 입장에서 말씀 드린다"며 "여당은 국정에 대해 최종적으로 무한책임을 져야 하고 그런 만큼 야당이 무리한 요구를 한다 하더라도 일정부분 수용할 필요는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현실적으로 대화와 타협을 하고, 그것이 안 될 경우에는 다수결 원리로 하는 것이 민주주의 원칙이지만, 논리와 다수결 원리가 통하지 않는 현실에서 그 원칙만 고수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여당은 야당의 무리한 요구가 있다 하더라도 국정을 최종적으로 책임지고 있다는 무한책임으로써 양보해주길 바란다"고 여당의 ‘대승적인 자세’를 거듭 주문했다.

    열린우리당, "대통령 의견 존중해 당론 정할 것"

    열린우리당은 대통령의 ‘양보 권고’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 지도부는 ‘대통령의 의견’을 존중해 당론을 모을 것이라는 공식 논평을 내놓았지만 소장 개혁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반발감이 빠르게 확산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노웅래 공보부대표는 "우리당은 국회정상화와 국정을 풀기 위한 대통령의 권고에 대해서 당 지도부가 의견을 모으고 있다"며 "대통령의 의견을 충분히 존중해서 당의 입장을 잘 모을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위 소속 정봉주 의원은 "오늘 대통령은 사학법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며 "덕담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대통령 발언의 의미를 깎아내렸다.

    열린우리당은 이날 오전 정동영 의장 주재의 최고위원회의와 김한길 원내대표 주재의 긴급 원내대책회의를 잇따라 열고 지도부 의견을 들은데 이어 저녁 8시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해 당내 의견을 전반적으로 수렴, 당론 채택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한나라당, "대통령이 모처럼 좋은 역할 했다"

    한나라당은 노대통령의 이날 발언을 적극적으로 환영하면서 여당에 대한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계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모처럼 노무현 대통령께서 좋은 역할을 해주셨다"며 "좋은 결과라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여권이 좀 더 일찍 이런 결단을 해줬었다면 그동안 불필요한 국론분열로 여야가 대결하지 않고 훨씬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국회운영이 되었을 것"이라며 "이제 열린우리당이 청와대 회동의 의미를 받아들여 국민들이 염려하는 사학법의 독소조항을 제거하고 야당이 대안으로 제시한 사립학교 운영의 투명성 확보와 사학비리를 근절하는 방안들을 적극 수용해야 할 것"이라고 여당을 압박했다.

    이 대변인은 끝으로 "모처럼 4월 임시국회를 생산적으로 마무리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대통령의 조정역할을 평가한다"고 거듭 상찬했다. 한편 대전, 충남, 충북 결의대회 참석차 대전을 방문중인 박근혜 대표도 대통령의 발언을 전해듣고 "오늘 아침 대통령과 원내대표단 회동이 잘 돼서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재오 원내대표의 이날 오찬 참석은 박 대표와의 상의를 거쳐 결정된 것으로, 여야간에 사학법 재개정 문제와 관련한 모종의 ‘합의’가 있지 않았겠냐는 관측이 제기됐었다.

    민주노동당, "열린우리당의 여당 간판을 내려라"

    민주노동당은 이날 대통령의 발언은 대통령과 여당의 공식적인 개혁 포기 선언이라고 맹비난했다.

    박용진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유일하게 민생과 관련해 역할을 했고 ‘열린우리당의 정체성’이라고까지 이야기한 사립학교법을 재개정하라고 한 것은 대통령이 이미 개혁도 포기했고 열린우리당도 포기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오늘 아침 청와대 간담회를 통해 사실상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에게 간판을 내리라고 한만큼 지방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여당은 이미 정신적 분당과 해체의 과정을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민주노동당은 그나마 누더기 법안이었던 사학법을 재개정하려는 보수양당의 태도를 반대한다"며 "그러나 기왕에 통과된 사립학교법이 일부 사립학교의 전횡을 제대로 막지 못할 반쪽짜리 법안이었던 점을 생각한다면 민주노동당은 재개정 과정에서 조차 부패비리 사학 견제장치를 제대로 설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교육현장이든 정치현장이든 부패비리 집단은 즐겁게 되었고 청년들의 삶은 비정규직의 그늘속에 힘없이 놓이게 될 것"이라며 "오늘 조찬간담회는 YS와 JP에 이어 박근혜 대표에 이르기까지 ‘몽니정치’, ‘어거지정치’가 통한다는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긴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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