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학법 '등' 넣기로 여야 합의?
        2006년 04월 29일 04:2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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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대통령이 29일 양당 원내대표 초청 조찬에서 말한 ‘양보’의 내용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이날 조찬 자리에서 대통령은 구체적인 내용은 일절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열린우리당도 대통령이 내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제시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한나라당도 여당이 한나라당의 제안을 수용할 차례라는 원칙적인 논평만 내놨다.

    그러나 청와대 조찬 이전에 이미 여권과 한나라당 사이에 ‘양보’의 내용에 대한 모종의 합의가 있지 않았겠느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여러 정황이 그같은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개방형이사제 관련 조항에서 ‘등’ 넣기로 여야 합의"

       
     
    ▲노무현 대통령이 29일 청와대 관저에서 열린우리당 김한길,한나라당 이재오 원내대표와의 조찬에 앞서 환담하고있다. ⓒ연합뉴스
     

    이재오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표와의 상의를 거쳐 청와대 조찬에 참석했다. 여권의 입장변화 없는 논의는 무의미하다고 그동안 일관되게 주장해왔던 박대표다. 열린우리당이 제안한 ‘당대표-원내대표’의 4자회담도 그래서 거부한 터다.

    그랬던 박대표가 이재오 원내대표의 조찬 참석을 허락했다. 대통령 발언이 전해진 후에는 환영 메시지도 빠르게 내놨다. 매사에 신중한 박대표의 태도치고는 이례적이다. 모종의 ‘신호’를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의 한 소식통은 "개방형이사제 추천 조항에서 ‘등’을 넣기로 여야가 합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개방형 이사제 추천 조항에서 ‘등’을 넣으면 학교운영위원회에 의한 개방형 이사 1/4 이상 추천 조항은 강제조항이 아니라 선택조항이 된다. 한나라당의 요구가 100% 수용되는 것으로, 개방형이사제의 도입 취지는 사실상 폐기된다.

    민주노동당과 공조 추진하던 여당, 대통령 발언 이후 한나라당과의 공조로 급선회

    여당은 28일 저녁까지도 민주노동당과의 공조를 통한 민생법안 처리를 추진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청와대 조찬 제안 이후 한나라당과의 공조로 급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 노웅래 공보부대표는 "어제 저녁까지 민주노동당과의 공조를 추진했으나 대통령의 청와대 조찬 제안으로 중단됐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 핵심 관계자도 "어제 저녁 여당 핵심부가 민생법안의 본회의 직권상정 문제를 얘기해 왔다"며 "하지만 여당은 이후 아무 얘기가 없다.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과 합의를 하는 것 같다"고 예상했다. 

    열린우리당 의원 총회 격론 예상

    29일 오후 8시로 예정되어 있는 열린우리당 의원총회에서는 한나라당에 대한 여당의 양보 수위가 구체적으로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둘러싼 의원들간의 격론도 예상된다.

    일각의 예상대로 여권 핵심부가 한나라당의 주장을 대폭 수용하기로 결정한 상태라면 이날의 의원총회는 의견을 모으는 자리가 아니라 각 계파간 입장차를 확인하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김근태계를 중심으로 한 개혁적 성향의 의원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도 예사롭지는 않다. 노대통령은 이날 발언으로 당내 계파간 균열의 진앙에 폭탄을 던진 것으로 보인다.

    노동절에 비정규직 법안 법사위 처리 가능성 높아

    주말을 통해 양당이 사학법 협상을 타결하고 국회 운영 일정에 합의하면 그동안 미뤄져 왔던 각종 법안 처리가 1일과 2일 이틀 동안 일사천리로 이뤄지거나 며칠 더 회기연장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열린우리당 핵심 당직자는 "사학법 문제에 대해 한나라당과 합의가 된다면 1일 법사위를 열어 주요 법안을 심의하고 2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거나 회기를 2-3일 정도 연장해서 좀 더 여유있게 처리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회 법사위에 계류되어 있는 법안 가운데는 노동계의 핵심 관심사인 비정규직 법안도 있다. 보수 양당이 비정규직 법안을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하려면 1일 법사위에서 법안심사를 할 가능성이 높다. 노동절에 비정규직 법안이 법사위에서 전격 처리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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