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동당 선전 4개 지역 "출발은 좋은데"
        2006년 04월 29일 08:1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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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동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모두 13곳에서 광역단체장 후보를 냈다. 이 가운데 지난 1월 전국에서 가장 먼저 예비후보등록을 한 김성진 인천시장 후보를 비롯해 김석준 부산시장 후보, 김용한 경기도지사 후보, 노옥희 울산시장 후보가 광역단체장 후보 중 상대적으로 10% 이상의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들 지역에서도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대결 구도를 중심으로 언론보도가 이뤄지고, 당 지지율이 답보 상태로 있어서 쉽지 않은 싸움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또 최근 중앙당과 진보정치연구소가 각각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민주노동당 지지층의 충성도가 60% 미만인 것으로 나타난 것도 복병으로 꼽히고 있다.

    이에 따라 지역에서는 물론 중앙당에서도 공식 선거운동기간이 시작되는 16일 후보등록일 이전에 지지율 상승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부산, 당 지지율보다 후보 지지율이 높은 유일한 곳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12%대의 지지율을 얻고 있는 김석준 부산시장 후보는 당 지지율보다 후보지지율이 앞서는 거의 유일한 후보다. 부산은 지난 2002년 시장선거에서 김 후보는 3~4% 지지율로 출발해 16.8%의 최종 득표율을 얻은 바 있어 시간이 갈수록 지지율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부산시 선본 관계자는 "당 지지율이 정체된 상황이라 지역의 후보들이 고전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후보 측은 다음주로 예정된 TV 토론을 통해 지지율 5% 이상 올려서 공식 선거 기간이 시작될 때 20% 지지율로 출발하는 것을 1차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부산의 경우 민주노동당의 전통적 지지층인 30대 화이트칼라층을 기반으로 40~50대 여성층을 새롭게 지지층으로 끌어들이는데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울산의 노옥희 후보는 최근 울산방송 등 지역언론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5.3%를 기록했다. 당 지지율 15.6%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는 노 후보에 대한 인지도가 40% 미만인 상황에서 나온 지지율로 선거가 진행되면서 인지도와 지지도가 함께 오를 것이라는 게 당 관계자의 기대섞인 전망이다. 울산의 경우 한나라당과의 2강 구도로 선거 지형이 짜여질 것으로 보인다.

    노옥희 후보 선본 관계자는 “지방선거 국면에서 당 지지율이 20%에 육박해야 하는데 15% 안팎에서 답보 상태”라면서 “후보 지지 상승을 통해 당 지지율을 높이는 전략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울산, 중간층 흡수전략보다 철저한 계급투표로

    노 후보 선본은 13일 정도에는 지지율 20%를 넘어서고 최종적으로 당 지지율 30%, 후보득표율 45%를 목표로 하고 있다. 선본 관계자는 “중간층 흡수 전략은 없다”며 “철저하게 계급투표로 갈 것이고 울산이기 때문에 가능한 전략”이라고 밝혔다.

    김용한 경기도지사 후보는 10~11%의 지지율 추세 속에 최근 민주노동당 자체 여론조사에서 13.1% 지지율을 얻었다. 당 지지율 13%와 거의 같다. 김 후보 측은 “앞으로 후보 지지율이 당 지지율보다 높게 나와야 경기지역에 출마한 160여명의 민주노동당 광역, 기초 후보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본 측은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의 독주 속에 열린우리당 후보인 진대제 전 장관의 지지율이 30% 이하로 나타나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1강2중구도를 가늠해보는 것. 김 후보 선본의 지지율 목표치는 본선에서 20% 이상 득표하는 것이다.

    경기도의 경우 북부 지역은 민주노동당 지지율이 8~9%인데 반해 수원, 화성, 평택, 안산 등 경기 남부 지역의 당 지지율은 한 때 20%까지 오르기도 했다. 인구밀도가 높고 대기업공단이 많으며 당 지역활동이 활발했던 곳들이다. 김용한 후보 측은 이 지역 대기업공단에 집중해 지지율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다음주로 예정된 TV 토론을 통해 양극화 해소와 경기도의 문제인 ‘평화’의 해법을 제시할 예정이다.

    인천, 지역언론 보수 양당 중심 보도 김성진 후보 인지도 상승에 어려움

    김성진 인천시장 후보는 지난 1월 31일 전국 최초로 예비후보에 등록하고 활발한 선거운동을 펼쳐내고 있다. 지난 4월 중순 SBS 여론조사에서 15% 지지율을 확보했다. 한나라당 안상수 후보, 열린우리당 최기선 후보, 민주노동당 김성진 후보 3자 구도로 인천시장 선거가 전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지역 언론이 안상수, 최기선 후보 위주로 지방선거 보도를 하고 있는 가운데 TV 토론 일정마저 5월 중순에 잡히는 등 난관이 적지 않다. 김성진 후보 측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김성진 후보가 언론을 통해 시민들에게 다가서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김 후보 측은 인천 지역 제조업 공장의 노동자들과 노조 등의 지지를 높이기 위해 민주노총의 적극적인 움직임을 기대하고 있다.  또한 30~40대 주부를 겨냥한 ‘여성홍보단’을 발족하고 여성 정치, 공공보육 등의 문제를 이슈화해나갈 계획이다. 내달 초 민주노동당 소속 국회의원들과 함께 대학을 방문할 예정으로 대학가 민주노동당 바람에도 기대를 갖고 있다.

    중앙당, 자체 여론조사 통해 지원전략 고심

    지역 후보들이 고군분투하는 가운데 민주노동당 중앙당도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지방선거전략을 세우는 등 지원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중앙당은 지방선거 전략 마련을 위한 내부자료 차원에서 여론조사기관에 의뢰, 지난 22일 인천, 경기, 울산, 부산, 경남 등 5개 지역에 대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민주노동당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여론조사 결과 광역단체장 후보에 대한 지지율은 부산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의 경우 후보 지지율이 당 지지율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후보들이 당 지지도의 70~80% 밖에 수렴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이번 여론조사에서는 맞벌이를 하고 있는 30~40대 여성이 민주노동당의 주요한 지지층으로 부각됐다. 일부 지역의 경우 여성 30대의 민주노동당 지지율이 남성 30대의 지지율보다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민주노동당 중앙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당의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전략 마련과 함께 30~40대 비정규직 여성을 위한 정책 마련에 주력할 계획이다. 당 관계자는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것은 당의 정체성을 지키는 것”이라면서 “이는 비정규직, 한미FTA, 평택 등 현안에 대한 민주노동당의 대응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28일 민주노동당 최고위원회에서는 ‘차별과 양극화 주범 심판론’을 지방선거 전략의 정치적 기조로 삼고, 보수 정당의 공천비리 대응과 비정규직, 한미FTA, 평택 투쟁 등 당면 사안을 중심으로 민주노동당의 차별성을 강조해나가기로 한 바 있다. 또한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국회의원들이 전국을 순회하며 지방후보의 선거운동을 지원하는 계획도 포함됐다.

    “중앙당이 전선을 긋고 구도를 만들어야”

    민주노동당의 지방선거 전략과 관련 전문가들은 “중앙당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선거판을 만들고 선거구도를 세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중앙당이 선거구도를 잡고 돌파구를 열지 않는 상태에서 지역의 각개 약진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민주노동당 고정표의 결집이 지난 총선에 비해 조금 떨어지는 것 같다”며 여기에다 이번 선거에는 후보의 인물도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지난 2004년 총선에서는 당을 보고 인물은 덜 봤지만 민주노동당의 2년을 본 만큼 이제는 (유권자들이) 인물도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후보경쟁력이 과거보다 중요해졌지만 유권자를 만족시켜줄 만한 후보군이 충분치 못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 같은 분석을 하는 전문가들도 지역이나 후보보다는 중앙당의 역할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중앙당이 대립각을 세우고 정당 고정표를 결집하는 한편 고정표의 외연을 넓혀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문가는 “당 대표가 경남도지사로 출마한 것은 솔직히 이해가 안 된다”면서 “전략 중에 ‘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고 지적했다.

    당 대표 경남 지사 출마 솔직히 이해 안가

    더구나 민주노동당이 "장수를 뒤로 빼놓고 새로운 장수는 앉히지도 못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의원단이라는 역량과 에너지가 있는데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의원단이 전국을 순회하며 지역 후보들을 지원하는 것보다 현대 문제, 공천 비리 문제 등 현안 이슈들에 대응해 대립각을 세우고 공중전을 펼치는데 주력해야 함을 강조했다.

    다른 전문가는 지방선거 후보들이 TV 토론을 통해 지지율 상승을 기대하는 것과 관련 “일반적으로 TV 토론이 지지율에 미치는 영향은 2~3%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선거 판 자체를 민주노동당의 판으로 만들어가야 한다”면서 “이대로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2중 구도에 묻혀버리게 된다”고 경고했다.

    이 전문가 역시 중앙 차원의 선거구도 마련에 주목했다. 그는 “민주노동당이 한나라당, 열린우리당와 구분되는 생활정치 이슈들을 깊숙이 파고들어 최소한 광역 수준의 권역 단위 이상에서 전선을 만들어 주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판이 만들어지고 분위기가 돼야 TV 토론에 따른 2~3% 지지율도 찾아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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