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선위, 삼바 의혹 핵심
    ‘지배력 부당변경’은 회피
    "명백한 회계기준 위반"····참여연대·심상정, '삼성 봐주기' 비판
        2018년 07월 14일 09:2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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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분식회계를 심의한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삼성바이오가 고의로 공시를 누락했다며 명백한 회계기준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핵심 혐의인 지배력 판단 부당변경에 대해선 판단을 유보하고 금융감독원에 추가 감리를 요구했다. 전형적인 ‘삼성 봐주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김용범 증선위원장은 전날인 1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긴급브리핑에서 “증선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명백한 회계기준을 중대하게 위반했고, 그 위반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공시를 누락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날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삼성바이오가 고의로 누락한 콜옵션을 반영해 계산했다면,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주총에서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에 반대표를 던져 무산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콜옵션 공시 누락은 비단 삼바의 회계부정 문제로만 볼 수 없다.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의 부당성을 은폐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된 측면이 있다”고 짚었다.

    증선위가 이날 고의적 회계부정으로 판단한 것은 ‘공시누락’이 유일하다. 삼성바이오는 2012년부터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합작사인 미국 바이오젠에 부여한 콜옵션(주식매수청구권)의 내용을 공시하지 않았다. 특히 규정 위반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이를 고의적으로 공시하지 않았다고 증선위는 판단했다.

    이에 따라 증선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담당 임원 해임권고, 감사인 지정, 검찰 고발 등 제재를 내리기로 했다. 공시 누락과 관련 감사 절차를 소홀히 한 삼정회계법인에는 삼성바이오에 대한 감사업무제한 4년을 의결하고, 소속 공인회계사도 검찰 고발하기로 했다.

    그동안 시민사회계와 정치권에선 삼성바이오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위해 고의로 콜옵션 공시를 누락하고 회계처리를 변경해 삼성바이오의 가치를 부풀렸다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증선위는 이번 의혹의 핵심인 자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부당 변경 사안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하고 금감원에 다시 책임을 떠넘겼다.

    앞서 금감원은 2015년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꿔 부당하게 회계처리를 해 가치를 부풀렸다며 대표이사 해임권고, 대표 및 법인 검찰 고발, 과징금 부과 등의 제재를 건의한 바 있다. 지배력 판단 부당변경이라는 핵심 혐의를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증선위는 “핵심 혐의에 대한 금감원의 판단이 유보돼 있어 행정처분의 명확성과 구체성에서 미흡하다”며 금감원에 이 사안을 다시 감리할 것을 요구했다. 금감원이 종속회사든 관계회사든 어떤 회계처리 방법이 맞는 정답을 제시하지 않아 결론을 유보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전형적인 ‘삼성 봐주기’ 판결로 존재 의의를 스스로 부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회계기준을 변경할 이유가 없는데도 이를 변경하여 거액의 이익을 인식한 점이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라며 “강제조사권이 없는 금융감독원이 이미 특별감리까지 한 상황에서 추가 감리의 실익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에서 (금감원이) 이 결정을 수용할 수 없음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바이오 공시누락으로
    이재용 일가 1조원 이득, 국민연금 2천억 손실

    삼성바이오가 콜옵션 공시를 누락해 국민연금은 2천억 원의 손실을 본 반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일가는 1조원 이상 이득을 본 것으로 드러났다.

    참여연대는 ‘콜옵션 부채를 반영한 삼성바이오로직스 가치 변동이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한 보고서를 이날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국민연금이나 안진회계법인(안진)과 삼정KPMG(삼정)가 2015년 7월 당시 콜옵션 부채를 제대로 고려하여 삼성바이오 가치를 산정했다면, 국민연금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할 수 없었고, 합병은 부결되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심상정 정의당 전 대표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과정에서 이 콜옵션 부채를 반영할 경우 삼성바이오의 지분가치는 크게 축소되고, 그 결과 1:0.35라는 제일모직-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을 정당성은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보고서에 따르면, 콜옵션 부채를 반영해 적정 합병비율이 결정된 경우 이재용 일가는 최소 1조 1천억원에서 최대 1조 3천억원 가량 재산상 손해를 보게 되고, 통합 삼성물산의 지분율도 대략 4%p(30%->26%) 정도 감소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반대로 국민연금이 합병을 부결시킨 후 적정 합병비율로 새로운 합병을 요구했다면 최소 약 1,800억원에서 최대 2,200억원에 달하는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심 전 대표 또한 “삼성바이오의 이 고의적 공시누락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의 부당성을 은폐하기 위한 사전적인 행위로 이해될 수 있다”면서, ‘지배력 판단 부당변경’ 문제에 대해선 “제일모직의 가치평가의 적정성과 합병비율을 정당화하기 위한 사후적인 행위”라고 비판했다. ‘공시누락’과 ‘지배력 판단 부당변경’ 문제는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이라는 “동전의 양면”이라고 지적했다.

    심상정 “증선위 반쪽 결론 유감, 금감원 직접 검찰 고발해야”

    심상정 전 대표는 논평을 내고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에 대해서 특별감리를 요청한 당사자로서 이번 증선위의 반쪽 결론에 대해서 대단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심 전 대표는 “증선위의 결정은 금감원의 조치를 기각한 것과 다름 아니다”라며 “금감원은 ‘지배력 판단 부당변경’에 대한 문제는 다시 감리할 것이 아니라 직접 검찰고발을 통해 그 ‘명확성’과 ‘구체성’을 찾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앞서 증선위는 금감원에 ‘지배력 판단 변경에 대한 지적내용과 연도별 재무제표 시정방향’을 구체화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금감원의 조치에 대한 수정을 요구한 것이다. 당시 심 전 대표는 증선위가 삼성바이오 분식회계에 면죄부를 주려한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심 전 대표는 증선위가 지배력 판단 부당변경에 대해 판단을 유보하고 추가 감리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회계질서를 세우고 자본시장의 신뢰를 확립하기 위한 자신 본연의 일을 해태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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