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매년 싸워야 하는지···"
내년 최저임금 결정 앞둔 ‘을’들의 갈등
영세자영업 부담 가중 제도들 방치, 최저임금 탓만
    2018년 07월 13일 02:1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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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최저임금 결정을 하루 앞두고 편의점주들이 전국 공동휴업을 예고하는 등 영세소상공인들이 단체행동에 나서면서 소위 ‘을과 을의 싸움’이 격화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강조하며 지난해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했지만, 영세소상공인 경영난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혀온 높은 임대료, 과당경쟁, 약탈적 프랜차이즈 본사 수수료, 불공정한 신용카드 수수료 등엔 사실상 손을 놓으면서 발생한 결과라는 비판이 나온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전편협)는 1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8년도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인상돼 편의점 점주들은 아르바이트보다 적은 수입으로 연명하거나 폐업을 택하고 있다”며 “현재의 최저임금조차 이겨내기 버거운 상황에서 또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되면 한계상황에 이르게 되고, 점주들은 범법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내년 최저임금 인상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전국 7만여 편의점이 동시휴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편협은 오는 14일 내년 최저임금이 결정되면 동시 휴업에 들어갈 방침이다.

성인제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공동대표는 13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평균) 963만 9천원 정도의 수익이 생기는데 인건비가 차지하는 게 463만 7천원 정도다. 여기서 다시 인상이 되면 5백만 원이 훨씬 넘어간다”며 “(한국노총이 요구하는 대로 인상하면) 매당 약 60만 원 정도의 적자가 생긴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 한국노총은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시급 1만790원을,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반발해 불참하고 있다. 다만 노동계는 대폭 인상을 요구하곤 있지만 이와 동시에 상가 임대료 상한제, 본사 로열티 인하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경영계는 올해와 같은 7,530원 ‘동결’ 제시한 상태다.

“왜 매년 싸워야 하는지…”
준비 없는 정부, 가맹점주 괴롭히는 재벌대기업

편의점주들 역시 정부의 무대책 최저임금 인상은 물론 과당경쟁, 높은 임대료나 본사 수수료, 신용카드 수수료 문제 등이 부당하다고 보고 있다.

성 공동대표는 “2018년도에 가파르게 최저임금 인상이 됐고, 이후에도 계속 오를 텐데 매년 가족 같은 사람들하고 왜 대립을 해야 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매년 최저임금 인상 계획이 있다면 사전 지원대책을 세우고 제도를 개선해 혼란을 막을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성 공동대표는 과당경쟁과 관련해 “저희 어깨에 큰 바위를 얹어놓는 게 근접 출점”이라며 “이 문제를 공정위 쪽에도 몇 번 제의를 해 봤는데 같은 브랜드 간에는 250m 거리 제한이 있지만 타 브랜드는 그런 거리 제한이 아예 없다”고 설명했다. 다른 브랜드라면 같은 건물에 편의점이 2개 이상이어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사측 단체인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누누이 얘기했는데도 개선점이 안 나와서 저희가 감시단이라는 걸 만들어서 편의점끼리 옆에 붙이게 되면 시위라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편의점주들은 높은 임대료나 로열티 문제 등 근본적인 문제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최저임금 인상에만 반대하고 있는 이유는 법이 이들을 보호해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이 대표적이다. 성 공동대표는 “임대차보호법이 벌써 몇 년간 계류가 되고 있다. 당장에 법적으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저희 삶인데 (임대료 문제를 제기했다간) 하소연할 데도 없이 쫓겨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털어놨다.

중소영세상인 허리 휘게 하는 제도 방치하며 최저임금 속도조절만?

임대료, 본사 수수료, 카드 수수료, 과당경쟁 문제가 일부 해결되면 최저임금 인상분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은 노동계만의 주장이 아니다.

성 공동대표는 “임대료, 본사 수수료, 카드 수수료 문제 등이 해결된다면 최저임금 인상도 긍정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 “네. 그렇다”고 답했다. (13일 MBC 라디오 ‘이범의 시선집중’)

그는 “최저임금이 오르면 정부나 본사에서 제도를 개선해줘야 하는데 그런 준비가 없었다. 그래서 올해 또 최저시급 걱정하는 사람들하고 서로 반목해야 되는 부분들이 생기는 것”이라고 정부와 기업을 비판했다.

불공정 계약 문제로 가맹본사에 맞서 편의점주들과 함께 싸웠던 시민사회도 같은 의견이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도 이날 오전 같은 매체에서 “로열티, 임대료, 신용카드 가맹점수수료, 그 다음에 거리제한 등 4개 문제만 일부 해결돼도 충분히 최저임금 인상분 감당 가능한 사회가 된다”고 말했다.

안 소장은 “(정부가) 최저임금 속도조절을 고민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 “하지만 157만원으로 한국사회에서 살기란 불가능하다. 인상하는 방향으로 사회적 공감대를 모으되, 정부가 최저임금위원회와 협의해서 (중소상공인들을 살릴 수 있는) 조치들을 반드시 동반해야 하는 강력한 입장을 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용카드 가맹점수수료와 관련해서도 “금융위가 소극적인 걸로 드러나고 있다. 정부 안에서 아직도 신용카드 재벌회사들 눈치 보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라며 “그런데 (불골정한 카드수수료 문제는) 지적하지 않으면서 또 최저임금 (인상만) 탓을 한다”고 비판했다.

과당경쟁 문제와 관련해서도 “2013년도 갑을 문제 투쟁할 때 편의점이 3, 4만 개였다. 그런데 이번에 휴업하는 점포가 7만개다. (약 5년만에) 2배로 늘어난 것”이라며 “브랜드가 달라도 동일 업종일 경우 250m 거리 제한을 적용한다면 편의점주들의 생존도 훨씬 도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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