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중국에 2차 대규모 관세폭탄
    “중국서 생산 한국기업에도 직격탄”
    이해영 "헤게모니 우위 위한 전략적 의사의 표현"
        2018년 07월 12일 11:5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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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이 중국에 2차 대규모 관세 폭탄 부과 방침을 발표하면서 미중 간 ‘무역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2000억 달러(약 224조원)어치의 중국 수입품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는 것인데, 미중 간 헤게모니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미국의 전략적 의사 표현이라는 분석이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10일(현지시각) 성명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8일에 예고한 대로 2000억 달러어치의 중국산 수입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2차 관세폭탄은 내달 말까지 의견 수렴을 마친 후 발효할 예정이다. 앞서 미국은 지난 6일에도 34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25%의 관세 부과를 발효한 바 있다. 미국이 발표한 모든 관세가 현실화되면 총 2500억 달러 어치로, 중국의 지난해 전체 대미 수출액인 5054억 달러의 절반 수준이다.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는 11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총액 규모로 본다면 2500억 달러가 넘는데 이는 우리나라 한 해 총수출 금액 정도에 해당한다. 웬만한 작은 나라의 한 해 GDP보다 몇 배 더 많은 만큼의 관세가 매겨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제 통상 규범과 법률을 초월하는 그야말로 전대미문의, 세계 경제사를 통틀어 보더라도 유례가 없는, 매우 급진적이고 과격한 관세 폭탄”이라고 부연했다.

    이 교수는 이번 미국의 관세폭탄 조치에 대해 “WTO(세계무역기구) 규범상으로는 말이 안 된다”면서 “WTO에 제소한다 하더라도 판정이 내려질 때까지는 3~5년이 걸리고,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 대통령 자리에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단은 질러놓고 그다음에 보겠다는 이야기이고, 혹시 WTO가 계속 시비를 걸면 그때는 WTO 나가겠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관세 대상 목록엔 중국의 경제성장을 견인할 품목이 대거 포함돼있다.

    항공·우주·로봇 등 첨단산업 육성정책 관련 상품과 하이브리드 자동차, 풍력 터빈, 군사 장비, 휴대전화 등 거의 모든 첨단제품 생산에 필요한 희토류도 10% 관세 대상에 올랐다. 중국은 세계 희토류 생산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 밖에 텔레비전 부품, 개·고양이 사료, 참치, 연어, 가구 등 소비자가 가격 인상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품목도 포함돼있다.

    미 무역대표부는 이러한 관세 조치를 전하면서 “지난 1년간 중국에 시장 개방과 불공정 관행 시정을 요구했으나 반응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지금 미국의 상품 적자액은 완만하게 감소하는 추세이고, 서비스 무역 흑자 금액은 꽤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중국인들이 미국 관광을 해서 미국이 벌어들이는 수익이 막대하다”며 “미국은 이런 부분에 대해서 전혀 언급이 없이 중국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는 품목들을 아주 조준해서 관세를 매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관세 대상 품목도) 막무가내로 보이지만 아주 잘 조준되고 디자인된, 잘 계산된 행위”라고 덧붙였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의 조치에 대해 11일 대변인 명의의 성명에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우리는 이에 대해 엄정한 항의를 표한다”며 “그동안 해온 대로 반격하겠다”며, 보복관세를 예고했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진 않았다.

    중국이 미국에 수출하는 규모는 5500억 달러에 달하는 반면, 미국의 대중 수출액은 1500억 달러밖에 되지 않는다. 중국이 미국에 관세 보복을 한다고 해도 타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이 교수는 “미국의 경제를 받치고 있는 것이 서비스 무역인데, 여기에서 흑자액이 상당하다. 여기에 대해선 중국이 ‘비관세 장벽’을 통해서 보복할 수 있는 방법이 유력하다”고 관측했다. 예컨대 규제를 강화해 중국인들의 미국 관광을 차단하는 방식이다. 중국인 관광객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거두고 있는 미국으로서 가볍게 볼 수만은 없는 조치라는 것이다.

    미중 간 무역 전쟁이 얼마나 계속될지에 대해선 2차 관세조치가 발효되기 전 두 달간 물밑협상으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 협상에서 출구를 찾으면 갈등이 해소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한국 경제도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 교수는 “중국에 우리 기업 1만 개 이상이 나가 있고, 우리나라는 최대 규모의 대중국 투자 국가이기도 하다. (국내 기업이 중국에서 생산하는 물품에도 높은 관세가 매겨지기 때문에) 자동차, 반도체, 철강 등 우리 기업에도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값싼 노동력 기타 등등 이런 요인을 가지고 성장을 가져가는 건 이미 한계에 와 있다”며 “우리 정부도 중국 진출을 재검토할 수밖에 없고, 해외에 나가 있는 투자를 국내로 유턴하게 만드는 여러 가지 새로운 조치들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국에 대한 관세폭탄은 미국 기업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봤다. 그는 “(미중 무역전쟁은) 시한폭탄 같은 것이다. 규모가 너무나 크기 때문에 웬만한 조그마한 나라들은 바로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면서 “중국을 가리켜 세계의 공장이라 부르지 않나. (전 세계가) 다 휘청거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건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했다.

    미국이 자국 기업의 저항 등 정치적 부담까지 감수하며 무역전쟁을 선포한 것은, ‘미국 제일주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고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교수는 “이 정도 규모의 관세 폭탄을 때리는 이유는 전쟁으로 따지면, 미국이 중국에 무장 해제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봤다.

    그는 “미국이 조금 아프더라도 상품 분야, 특히 제조업 분야에서만큼은 국가의 개입을 통해서 강압적으로라도 미국에 유리하게 돌려놓겠다는 얘기이고, 그 과정에서 미중 간의 헤게모니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겠다고 하는 전략적 의사의 표현”이라며 “‘트럼프주의’이고 ‘미국 제일주의’라고 할 수도 있다”고 해석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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