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13 지방선거 결과
    1표 가치가 23배 차이, 표심 왜곡
        2018년 07월 11일 10:3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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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현행 선거제도로 인해 6.13 지방선거에서 1표의 가치가 23배 차이가 나는 등 표심 왜곡 현상이 심각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표심 왜곡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2020년 총선 전까지 선거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정치개혁공동행동 주최로 11일 오후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0 총선 전 선거제도 개혁과제 토론회’에서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정치 독과점 문제는 여전했고, 광역 지방의회의 불비례성은 심각했다. 기초 지방의회의 다양성도 사라졌고, 여성과 청년의 대표성도 낮았다”고 분석했다.

    서울시의회의 경우에는 더불어민주당이 50.92%(110석 중 102석)의 정당득표율로 92.73%의 의석을 차지한 반면, 자유한국당은 25.24%의 정당득표율에도 의석은 5.45%(6석)밖에 확보하지 못했다.

    이 같은 광역 지방의회 선거의 불비례성으로 가장 손해를 본 쪽은 3위 이하의 정당들이었다. 바른미래당과 정의당은 각각 11.48%와 9.69% 정당득표율에도 서울시의회에서 0.9%인 1석밖에 확보하지 못했다. 하승수 대표는 “민주당 지지표와 바른미래당 지지표의 1표의 가치는 23배 이상 차이가 난 셈”이라고 지적했다.

    하 대표는 “이와 같은 광역 지방의회 선거의 심각한 불비례성은 선거 때마다 반복되어 왔던 현상”이라며 “전체 광역 지방의회 의석의 90% 가까이를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 선거방식으로 선출하고, 10% 남짓에 불과한 비례대표는 장식품처럼 덧붙이는 ‘병립형’ 방식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광역지방의회부터 정당득표율대로 전체 의석을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역의회만큼은 아니었지만 중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는 기초의회도 소수정당의 진입은 어려웠다. 기초의회는 현재 중선거구제로 불리는 단기비이양제 방식으로 지역구 기초의원을 선출하고 있다.

    하 대표는 “2006년부터 기초의원 지역구 선거구제가 중선거구제로 바뀌었지만, 실제 선거구획정은 2인선거구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며 “2인선거구의 경우에는 거대 정당 2개가 1석씩 나눠가지거나, 그 지역에서 기득권이 큰 1개 정당이 2석 모두를 차지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할 수 있다”며 “다양한 정치세력의 진입가능성을 높인다는 중선거구제의 취지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번 지방선거 역시 대부분 2인 선거구를 중심으로 치러졌다. 그 결과 전체 기초의원 당선자 2,926명 중에서 더불어민주당이 1,638석, 자유한국당이 1,009석으로 두 정당이 전체 기초의회 의석의 90.46%를 차지했다. 반면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민중당과 같은 소수 정당들이 얻은 의석을 합쳐도 3.66%(2,926석중 107석)에 불과했다.

    하 대표는 “소수정당들의 정당지지율을 알 수 있는 광역비례 정당득표율을 합치면 20%에 가까운데, 정당지지율에 비해 의석 비율이 현저하게 낮다”며 “이는 다양성을 보장한다는 중선거구제의 취지를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는 결과”라고 지적했다.

    승자독식의 현행 소선거제도가 표심만을 왜곡시킬 뿐만 아니라 기득권 의회를 만드는 주범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실제로 2016년 기준 국회의원 평균 재산은 40억 원에 달하고,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17.0%로 세계 평균인 23.0%보다도 더 낮다. 20대 국회의원 당선자의 평균연령은 55.5세였고, 20·30대 청년 세대 국회의원이 고작 3명뿐이었다.

    하 대표는 “이런 국회의 모습을 개혁할 수 있는 대안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선거제도를 바꾸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15년 2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독일식에 가까운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제안했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실현하기 위한 법안들이 발의되어 있지만 자유한국당의 반대와 민주당의 소극적 태도로 발이 묶여 있다.

    하 대표는 “대한민국의 선거제도는 표심을 왜곡하고, 불합리한 장벽으로 정치 독·과점구조를 만들며, 주권자인 시민들의 참여를 최대한 가로막는 방식이다. 그야말로 적폐 중의 적폐”라며 “여당이든 야당이든 적폐에 기대어 단기적인 정치적 이익을 획득하려 한다면 반드시 민심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민주당에 대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모든 것을 양보하면서까지 꼭 이뤄내고자 했던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더 이상 ‘정치개혁’을 입에 올릴 자격이 없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행 선거법, 유권자들의 선거 참여 차단하는 역할

    아울러 유권자의 선거 참여를 차단하는 현행 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선미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선임간사는 “유권자의 선거 참여는 선거 당일 기표하는 행위에만 있지 않으며 실질적 민주주의를 위해 유권자의 선거 참여는 자발적이고 보다 확장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행 선거법 하에선 “후보들의 정책을 뜯어보고 검증할 자유, 후보와 관련한 의혹을 제기하고 정보를 공유 할 자유, 자격미달 후보 찍지마세요 권유할 자유, 정책과 공약을 요구하고 지지를 호소할 자유 등의 유권자 권리가 범법 행위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가 2010년 이후 선거부터 최근 6.13 지방선거까지의 유권자 피해사례를 유형별로 분류한 결과 ▲투표 독려 행위 ▲SNS에 후보자에 대한 단순한 의견 개진 △후보자 공약 비교평가 ▲후보자에 대한 풍자와 의혹 제기 ▲후보자와 정책에 대한 찬반 의견 개진 등이 있다.

    선관위는 시민사회단체들이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촛불이 만든 대선, 미래를 위해 투표합시다’라는 투표 독려 현수막 게시가 선거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촛불’이라는 단어가 특정 정당을 반대하는 내용이라는 것이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2016총선시민네트워크가 진행한 최악의 후보 10인 온라인 설문조사 이벤트도 선관위와 검찰의 단속 대상이 됐다. 당시 온라인 설문조사 이벤트는 총선에 출마한 후보자들 중 부패행위·반환경·반서민·민주헌정질서파괴·자질부족·정책에 대한 태도 등을 기준으로 35명의 낙선후보자를 선정하는 내용이었다. 검찰은 선거법 위반으로 해당 이벤트를 진행한 시민단체 활동가들을 기소했고, 이들은 1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채용비리를 저지른 후보의 공천을 반대한다는 1인 시위를 벌인 청년은 벌금형을 받았다. 김민수 청년유니온 전 위원장은 20대 총선을 앞두고 중소기업진흥공단 취업 청탁 채용비리 의혹이 있었던 최경환 당시 새누리당 소속 경제부총리의 공천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했다. 김 전 위원장은 1, 2심 모두 무죄가 선고됐으나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해 결국 벌금 100만원 선고받았다.

    이 밖에 교사가 교육감 예비 후보자의 SNS 게시물에 ‘좋아요’를 눌렀다는 것만으로도 선간위는 선거법 위반이라며 ‘좋아요’를 취소하라는 웃지 못 할 요구까지 했다.

    이 선임간사는 “(국회의원들은) 주권자들의 검증과 평가를 거부해서는 안 되며 유권자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장막들을 걷어내야 할 책임이 있지만, 국회는 이러한 책무는 외면하고 위헌적인 선거법의 이점만을 누려왔다”고 비판했다.

    그는 “선거운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전면적인 선거법 개정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며 “2020년 총선 전까지 국회는 이들의 정치적 목소리를 제대로 보장해 조용한 시민, 조용한 선거가 아니라 제대로 검증하고 평가받는 선거로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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