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 대통령 때문에 하루 일당 공쳤어요"
    By tathata
        2006년 04월 28일 04:4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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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7일 단병호 의원실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약간은 흥분된 어조였다. 50대 중반의 A씨는 20년째 공사판에서 잔뼈가 굵은 건설 일용직 노동자였다.

    “오늘 노무현 대통령이 파주 LG필립스 LCD 준공식에 왔습니다. 그런데 저는 오늘 공사 공쳤어요. 어제 저녁에 일마치고 기숙사에 들어갔는데, 갑자기 회사에서 기숙사에 있는 사람들 모두 나가라고 그럽디다. 대통령 온다면서요. 우리가 갈 데가 어딨습니까? 그래서 어제밤에는 문산까지 가서 5명이 여관에 들어가 여관비 내고 잤습니다.

       
     
    ▲지난 27일 LG필립스 파주 LCD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노무현 대통령 ⓒ 손학규 경기도지사 홈페이지

    대통령이 오면 오는 거지 공사는 우리가 하는데 자기들끼리 축하하면서 우리보고 나가란 겁니다. 제가 전두환 때도, 노태우 때도 일해 봐서 아는데, 그 때는 나가라고는 안했습니다. 그냥 기숙사에서 나오지 말라고 했지요.

    전노 시절에도 이런 일은 없었는데

    그런데 참여정부가 이래도 되는 겁니까? 공사하는 우리를 준공식 때 불러서 축하해주지는 못할망정 왜 잠도 다른데서 자라고 하고, 밥도 식당에서 못 먹게 하냐 이겁니다.”

    노무현 대통령 ‘때문에’-그는 그렇게 믿고 있다-하루 공사 일당을 허탕 친 그는 울분을 참지 못해 ‘노동자 의원’인 단 의원실에 하소연이라도 할 모양으로 약간은 취기가 도는 가운데 전화를 걸었던 것이다.

    이날은 파주에 42인치 LCD TV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설립하는 준공식이 열리는 날이었다. 이 자리에는 노 대통령 내외는 물론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 손학규 경기도지사, 구본무 LG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등 1백여명의 ‘고위’ 인사들이 참석했다.

    노동자 50여명 여관방 찾아나서

    이 노동자가 일하고 있는 곳은 LCD공장에서 배출되는 폐수처리 공장을 건립하는 현장으로 포스코 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GS건설은 이날 오전 공사만 중단한 반면, 포스코 건설은 대통령이 오기 하루 전날부터 건설일용직 노동자에게 퇴거명령을 내리고 다음날 공사를 중단케 했다. 

    경북 안동에서 올라온 그는 이번 공사가 완공될 때까지 가족과도 헤어져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다. 그처럼 지방에서 상경해 기숙사 생활을 하는 폐수처리장의 노동자는 50여명. 이들은 갑작스런 “나가라” 명령에 급하게 짐을 챙기고 부랴부랴 여관방을 찾아야 했다.

    서글픈 마음이 들어 여관방에서 소주를 마시며 밤을 지샜다. A씨는 “비 오는 날은 비가 와서 공사를 공치는데, 대통령이 와서 공사를 공칠 줄은 몰랐다”며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우리에게 하루 일당마저 빼앗으면 어떡하냐”고 울분을 터뜨렸다.

    포스코 건설 관계자에게 기숙사 퇴거명령을 내렸냐는 질문을 하자 “그런 지시를 내린 바 없으며, 대통령이 와서 공사를 중단한 것이 아니라 ‘공정상’ 중단했다”고 해명했다.

    포스코 건설 "그런 지시 내린 적 없다. 공정상 중단일 뿐"

    28일자 각 일간지 신문에는 다음과 같은 기사가 화려하게 장식됐다. ‘파주하면 이젠 LCD'(매일경제), ‘한국 LCD 세계 1위 지킨다’(서울신문), ‘LG와 경기도가 함께 이뤄낸 파주의 기적’(문화일보), ‘한국LCD 세계 1위 굳힌다…LG필립스LCD 파주공장 준공’(동아일보).

    그리고 노 대통령은 이날 준공식에서 “기업 공장 준공식에 대통령이 참석하는 것은 이례적이지만 우리 모두가 기뻐할 일이라고 생각해 참석했다”고 보도됐다. 노 대통령이 말한 “우리”에는 ‘세계 1위’ 공장을 짓는 건설 노동자도 포함돼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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