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의 의도하지 않은 공조
    2006년 04월 28일 02:2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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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행 국회가 8일째를 맞고 있는 가운데 민주노동당이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국회 법사위에는 민주노동당이 반대하고 있는 비정규 법안과 함께 주민소환제 등 주요 민생 현안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민생 법안을 통화기키기 위해 국회 정상화를 주장할 수도, 비정규직 법안을 막기 위해 파행 국회를 방조할 수도 없는 난감한 처지다. 당의 공식 입장과 소속 의원의 미묘하게 엇갈린 행보에서도 이같은 곤혹감은 묻어난다.

민주노동당 박용진 대변인은 26일 오전 국회 브리핑에서 “임시국회 전반 운영에 민주노동당이 협조해 줄 것이라고 열린우리당이 기대하는 것이 불쾌하다”면서 “운영에 협력할 것인가 아닌가 하는 것은 열린우리당의 태도에 달렸고 무엇이 필요한 지는 열린우리당이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이후 기자와 통화에서 “법사위 뿐 아니라 모든 상임위 운영의 협조를 말하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날 심상정 수석부대표 역시 원내현안 브리핑 이후, 열린우리당과의 법안 처리 공조를 묻는 질문에 “주민소환제는 열린우리당이 의지가 있다면 언제든지 할 수 있고 국제조세조정법도 6월 이전에만 처리하면 된다”며 “거대 양당의 힘겨루기에 민주노동당이 동원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 행자위에서 열린우리당 의원들과 민주노동당 이영순 의원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주민소환제’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의원은 행자위에 상정돼있던 주민소환 관련 법안 가운데 하나를 대표 발의했으며, 이 법안은 이날 행자위를 통과한 수정안의 기본 틀이 됐다. 결과적으로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이 공조해 법안을 처리한 셈이다.

다음날인 27일 박용진 대변인은 “열린우리당이 민주노동당과 연대해서 단독 처리하겠다고 큰 소리로 말하지 않아도 민주노동당은 당의 노선과 정책에 맞게 움직인다”며 주민소환제 처리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하루 전 열린우리당을 향해 “평소에 잘 하라”던 어조와는 다른 톤이다. 

물론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의 민생법안 공조가 이후에도 지속될지는 의문이다. 열린우리당이 비정규직 법안 처리나 한나라당과의 사학법 재논의 입장을 유보 또는 철회하지 않고는 민주노동당의 입장 변화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행자위에서의 공조는 “이영순 의원의 단독 판단”이라는 것이 민주노동당 모 의원의 설명이다. 

이영순 의원은 “미묘한 시기이지만 주민소환제는 제가 발의한 법안이고 당이 약속한 일이어서 책임질 부분이었다”고 밝혔다. 또한 주민소환제 법안을 행자위에서마저 통과시키지 못할 경우 다음 국회에서는 원점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판단과 민주노동당의 반대로 주민소환제 법안이 통과되지 못했다는 비난여론이 제기될 수 있다는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 국회의 역학 관계는 대단히 미묘하다. 사학법을 기준으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대치하고 있고, 비정규직 법안을 기준으로 민주노동당과 보수 양당이 맞서고 있다. 어느 당이건 단독으로 국회를 끌고 나갈 수 없는 상황이다.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는 누군가를 제 편으로 끌어들어야 하고 그러려면 반대급부를 내놔야 한다.

주민소환제가 행자위를 통과한 26일 열린우리당은 시민단체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획기적·개혁적 법안이라며 주민소환제를 자신들의 성과로 가져갔다. 하지만 정작 가장 개혁적인 법안을 내고 주민소환제 도입을 선두에서 요구했던 민주노동당은 이날 기자회견은커녕 환영 논평 하나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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