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업종별 차등 적용,
    심상정 “최저임금 무력화”
    반복되는 재계의 최저임금 흔들기
        2018년 07월 10일 05:0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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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앞두고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단체가 또 다시 ‘업종별 차등 적용’을 요구하고 있다. 노동계는 “사회양극화 해소라는 최저임금제도 근본 취지와 목적에 위배된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도 정부여당이 그간 재계가 주장해온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와 탄력근로시간제를 받아들인 전례가 있어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6개 경제단체 관계자는 전날인 9일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이란, 사업 종류별로 각기 다른 수준의 ‘최저임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재계가 매년 최저임금을 정할 때마다 영세소상공인의 경영난을 이유로 최저임금 동결·산입범위 확대·업종별 차등적용 등을 요구해왔다. 이번에도 같은 이유로 업종별 최저임금을 달리 정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 전문가TF에서도 지난해 재계의 요구사항인 업종별 차등적용을 논의했지만 다수가 부정적 의견을 밝힌 바 있다. 미국이나 일본에서 이미 업종별 차등적용을 해 지불능력이 떨어지는 영세소상공인에 순기능이 있는 것처럼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해외 국가 중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차등 적용하고 있는 곳은 멕시코와 유럽 선진국 중엔 덴마크나 스웨덴 등이 있다. 하지만 유럽 선진국의 경우 노사가 산업별 협약을 통해 결정하는 방식인데다, 단체협약을 통해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며 대부분 법정 최저임금 이상의 수준에서 결정된다. 장시간·저임금 노동에 시달리는 멕시코 정도를 제외하면 업종별 차등적용을 하는 국가 대부분이 노동환경이나 최저임금 수준, 노사관계 등이 모두 우리나라와 현저히 다른 셈이다.

    심상정 “업종별 차등적용, 최저임금 인상 구조적 억제하겠다는 것”

    이와 관련해 심상정 정의당 전 대표는 10일 오전 의원총회에서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차등을 두자는 말은 앞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구조적으로 억제하고 재계의 입맛대로 조정하겠다는 의도”라며 “재계는 더 이상의 최저임금 무력화 공세를 멈추기 바란다”고 말했다.

    심 전 대표는 다른 선진 국가에서 이미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하고 있다는 재계의 주장에 대해 “제가 아는 한 주요 국가 중에서 법정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책정한 사례가 없다”면서 “일본 예를 많이 드는데, 전국 단일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시행되고 있는 일본의 지역별 최저임금제는 지역 간의 임금격차를 심각하게 확대시키고 있다”고 반박했다.

    특히 그는 “재계가 진정 업종별 차등을 두고자 한다면 산별 협약의 방식으로 추진하기 바란다”며 “그러려면 먼저 정부와 재계가 산별노동조합을 인정하고 산별교섭에 성실하게 임하는 민주적 노사관계 전환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동계에서도 업종별 차등적용이 최저임금의 근본 취지를 흔드는 일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특히 노동계에 따르면, 이 문제는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 내에서도 의견 일치가 이뤄지지 않은 사안이라고 한다.

    한국노총은 전날 낸 보도자료에서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최저임금 인상효과가 반감된 현실 속에서 지금보다 더 낮은 최저임금을 두자는 것”이라며 “저임금노동자의 생활안정과 사회양극화 해소라는 최저임금제도 근본 취지와 목적에 위배되는 것으로 사외양극화만 더욱 심화시키는 주장”이라고 짚었다.

    한국노총은 “현실적으로 동일 업종이라도 영업이익과 부가가치가 천양지차로 흥하는 기업이 있고 망하는 기업이 있다는 사실을 외면한 것”이며 “특정업종을 저임금 업종으로 낙인찍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영세소상공인의 경영난을 이유로 차등적용을 주장하는 것에 대해선 “중소영세업자들을 어렵게 하는 원하청 불공정거래, 프랜차이즈 본사 횡포 등 재벌대기업들의 갑질 횡포에 대해 제대로 목소리를 내라”고 지적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와 탄력 근로시간제는 재계의 오랜 요구였다. 문재인 정부 들어 민주당 지도부의 진두지휘 하에 재계의 요구를 모두 받아 안은 상황이라, 업종별 차등적용 또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일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벌써부터 민주당을 견제하고자 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심상정 전 대표는 “올해 최저임금 시행 불과 5개월 만에 재계가 정부여당을 집요하게 흔들어서 최저임금인상을 줬다 도로 뺏는 데에 성공했다.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책정하자’, ‘탄력 근로시간제를 1년으로 확대하자’면서 노동을 향해서 전방위적 공세에 나서고 있다”며 “떡 본 김에 제사까지 지내려고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심 전 대표는 “민주당은 노동정책의 중심을 잡아주기 바란다”면서 “민주당이 과연 ‘노동존중 사회’로 갈 의지가 있는지 우리 국민들은 우려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앞서 정부여당은 탄력근로제를 6개월 확대를 긍정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주52시간 상한제로 ‘과로사회 탈출’을 홍보하면서도, 저임금 노동자 과로사의 원인으로 꼽히는 탄력근로제 확대를 시도하는 민주당의 이중성에 대한 비판이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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