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조가 비자금 5백억원 먹은 '몸통'?
        2006년 04월 28일 01:5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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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 정몽구 회장의 비자금 1,000억여원 가운데 500억원이 ‘노무 관리비’로 지출되었다는 28일자 <동아일보> 보도를 둘러싸고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의혹은 두 가지로 모아진다.

    먼저 ‘노무 관리비’로 5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사용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가, 또 여기서 말하는 ‘노무 관리비’의 구체적인 성격은 무엇인가 하는, 보도의 내용을 둘러싼 의혹이 하나 있다.

    다른 하나는 보도의 배경이다. <동아일보>는 ‘전언’의 형식을 빌어 검찰의 말을 짤막하게 전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사실관계는 일체 보도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날자 신문의 1면 헤드라인은 "노조관리비로 500억 이상 썼다"이다. 검찰의 언론플레이에 <동아일보>가 적극적으로 호응한 것이라는 인상이 짙다.

    문제는 이 같은 언론플레이가 노리는 게 뭐냐는 것이다. 본격적인 출구조사를 앞두고 ‘물타기’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비자금 출구조사의 ‘광맥’은 2002년 대선 자금을 포함한 정치자금이라는 것이 일반적 관측이다.

    게다가 현대차 비자금 정국 내내 노동계는 철저한 진상조사와 관련자 처벌이라는 가장 원칙적인 입장을 시종 견지해왔다. ‘입막음’용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3개면 7꼭지 기사 중 "노무관리비" 관련 내용은 고작 4문장

       
     ▲ 동아일보 4월 28일자

    <동아일보>는 이날 신문에서 "1,000억여 원의 비자금 가운데 500억원 이상이 현대차그룹 노동조합을 관리하기 위한 ‘노무 관리비’로 사용됐다는 관련자 진술을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27일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어 이 신문은 "주로 노조의 쟁의를 무마하기 위해 비자금에서 지출된 노무 관리비는 노조원들에 대한 격려비와 회식비 등으로 사용된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며 "현대차그룹 비자금이 노무 관리비로 지출된 것은 한국적인 노사 관행의 문제점을 단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고 썼다.

    또 "자동차 생산과 수출이 절박했던 현대차그룹은 회사의 공식자금으로는 거대 노조에 대한 노무 관리비를 충당하기 어려워 비자금으로 노무관리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검찰은 보고있다"고 전했다.

    <동아일보>는 이날 신문에서 현대 비자금 관련 기사를 3개면에 걸쳐 7꼭지나 다루고 있다. 그 가운데 "500억원 노무관리비 사용"과 관련된 내용은 앞서 든 4개의 문장이 전부다. 검찰의 ‘전언’을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내용은 일체 없다. 그런데도 동아일보는 이날자 신문의 헤드라인을 "노조관리비로 500억 이상 썼다"로 뽑았다. 헤드라인만 보면 ‘노조’가 검은 돈을 빨아들인 ‘몸통’으로 보인다.

    "500억 노무관리비는 황당개그"

    노동 현장 사정에 밝은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은 "동아일보의 보도는 황당개그"라고 단정했다. "노무관리비=노조관리비’라는 <동아일보>의 등식은 고의적인 속임수거나 무지의 소치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단 의원은 이런 예를 들었다. "이번에 정몽구 회장 구속시키지 말자고 회사가 직원들에게 탄원서 받은 것, 그 과정에서 반장들 서울로 올려보낸 것, 이런 데 들어간 돈이 아마 ‘노무 관리비’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사업장 내에 회사의 필요로 만들어 놓은 여러 편의시설이나 일상적 조반장 관리 비용이 ‘노무 관리비’의 대부분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말 그대로 ‘노무 관리비’일 뿐 ‘노조 관리비’가 아니라는 얘기다.

    단 의원은 "그런데도 마치 노조 간부들이 500억원을 챙긴 것처럼 보도한 것을 보니 황당하다는 생각 밖에 안 든다"고 했다. 심상정 의원도 "<동아일보>가 보도한 ‘노무 관리비’란 직원들의 복지 후생에 들어가는 일상적 사업비를 뜻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치권 출구조사를 앞둔 물타기용,  입막음용"

    검찰의 언론플레이는 무엇을 노린 것일까. 정치권 출구조사를 앞둔 노동계 입막음용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박용진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며칠 전부터 검찰 주변에서 이런 얘기들이 흘러나왔다"며 "현대차 비자금 문제에 대해 노동계가 강하게 압박을 가하는 것에 대한 견제용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심상정 의원은 "현대차 비자금 정국에서 노동계는 정회장의 구속 수사를 요구하는 등 가장 원칙적이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며 "그에 대한 압력용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심 의원은 또 "지방선거를 앞두고 노동계의 운신 폭을 좁히려는 사정당국의 의도도 있는 것 같다"고 추측하기도 했다. 단병호 의원은 "노조의 도덕성을 깔아뭉개려는 불순한 의도가 깔려 있다"고 지적했다. 노회찬 의원도 "현대차 비자금의 제일 중요한 출구조사는 정치권 출구조사"라며 "그에 대한 물타기용, 입막음용이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

    "진상조사 결과 위법 드러나면 노사정 예외없이 처벌해야"

    <동아일보>의 오늘 보도는 구체적인 근거를 생략한 상태에서 500억원이라는 구체적인 액수만을 제시하고 있다. 구체적인 액수가 나왔다는 것은 비자금 용처의 전모를 검찰이 파악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차제에 불필요한 의혹을 잠재우는 방법은 하나다. 철저한 수사와 투명한 공개, 그리고 철저한 법적용이다.

    노회찬 의원은 "지난 법사위에서 천정배 법무장관에게 현대차 비자금의 철저한 출구조사를 촉구한 바 있다"며 "정치권 유입자금을 포함한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상정 의원도 "자금이 흘러간 모든 부문에 대한 철저한 출구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조사 결과 위법 사실이 드러날 경우 예외없이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단병호 의원도 "구체적인 액수까지 나왔으니 모든 것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며 "마치 노조가 회사로부터 돈이나 받는 집단인것처럼 국민들에게 오해받도록 하지 말고 철저하게 조사하고 밝혀서 그 결과에 따라 법대로 처리하면 될 것"이라고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박용진 대변인은 "철저한 사실 규명이 선행되어야 한다"며 "단돈 100만원이라도 부정한 돈을 받아 썼다면 대통령이건, 당대표건, 국회의원이건, 노조간부건 가릴 것 없이 법대로 처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무튼 동아일보가 1면 머리기사로 관련 기사를 내보낸 것은 예사롭지가 않다. 검찰과 보수정당, 재계가 한 몸통으로 엮일 수 있는 출구 조사의 결과를 특정 방향으로 틀고 가기 위한 ‘작전’이 시작됐다는 신호탄으로 읽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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