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무원에 ‘기쁨조’ 강요
    아시아나 박삼구 회장 행태 드러나
    율동과 찬양가···“회장님, 사랑합니다. 너무 보고 싶었습니다”
        2018년 07월 09일 01:30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아시아나항공 승무원 교육생들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을 위해 ‘기쁨조’를 연상케 하는 행사를 강요받아 왔다는 증언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1990년대에 나온 신인수의 ‘장미의 미소’를 개사해 박삼구 회장에 대한 ‘찬양가’를 부르고 율동을 추게 하고 포옹과 악수를 강요받았다는 것이다.

    아시아나 승무원 A씨는 9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교육생들이 회장님이 한 달에 한 번씩 교육생들을 방문하는데 그것에 맞춰서 미리 준비한 노래와 퍼포먼스다. 모든 승무원들이 매달 똑같이 겪어온 행사다. 안 해 본 승무원이 아마 1명도 없을 정도로 통상 하고 있는, 관습”이라고 전했다.

    A씨에 따르면 박 회장이 방문하기 전에 승무원 3~4명이 박 회장이 걸어오는 복도까지 달려가 양 쪽에서 팔짱을 끼고 반겨야 했다. 이들은 ‘회장님, 이제 오셨습니까’, ‘회장님 너무 보고 싶었습니다’, ‘기다리느라 힘들었습니다’, ‘회장님 보고 싶어서 밤잠을 설쳤습니다. 어젯밤 꿈에 회장님이 나오실 정도였습니다. 회장님 사랑합니다’ 등 미리 준비한 멘트를 해야 했다. 이러한 일련의 비상식적인 상황들은 모두 승무원 교육생을 가르치는 교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A씨는 “멘트가 중복되지 않도록 사전에 교관님 앞에서 한 명씩 다 연습을 하고, 사전에 연습까지 한다”고 증언했다.

    더 나아가 “박 회장을 둘러싸서 밀착한 후에 회장님 말씀을 듣고 ‘이제 가야겠다’고 하면 저희는 ‘벌써 가지 말라’, ‘사진 찍어달라’며 계속 조른다. ‘회장님 한 번만 안아주십시오’ 라는 말은 ‘한 번만’이라는 말 때문에 회장님이 기분이 나쁠 수 있다면서 삼가라고 한다”고도 말했다.

    방송화면 캡처

    A씨는 “회장님이 우리와 얼마나 더 오래 있느냐에 따라서 간부들의 만족도가 커지고 회장님 기분이 너무 좋으시다 등등의 말을 해준다”며 “매달 반복적으로 회장님의 입맛에 맞게 노래 개사를 하고, 너는 울고, 너는 안기고 너희는 달려가서 팔짱 끼어라 등의 (역할 분담) 주문들을 들으면서 이 행위는 정상적인 행위가 아니라는 생각이 점점 들게 됐다”고 밝혔다.

    회사가 강제하는 문화를 거부할 순 없었냐는 물음엔 “그럴 용기는 감히 아무도 없었다”며 “처음에는 계약직으로 입사를 하기 때문에 안 하겠다는 말을 할 수 없다”고 답했다.

    A씨는 계약직 기간이 끝난 후 정직원이 돼도 박 회장이 나타나면 모든 업무가 중단될 정도였다고 전했다. 그는 “비행을 하고 있는 와중에 회장이 사원을 방문하시는 순간 모든 업무, 모든 교육은 스톱이다. 누구 하나 비행 준비를 하고 있는 승무원이 없다”고 말했다.

    승무원들이 자발적으로 준비한 행사라는 아시아나 측의 해명에 대해선 “(승무원 교육생들은) 이제 막 입사해서 엄청난 양들을 배우는 과정이다. 그 와중에 회장님이 온다고 해서 ‘회장님을 위해 노래를 불러드리는 것이 어떨까’라고 하는 생각이 과연 나올 수 있겠나”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A씨는 기내식 대란으로 인한 비행 지연 사태에 대해 “기내식 대란으로 인해 손님들과 승무원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는데 누구 하나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다. (직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감추기에 급급한 대응 말고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제자리로 돌려줬으면 한다”며 “개선해야 할 것이 굉장히 많지만 일단은 승무원들이 당당하게 서비스할 수 있을 정도까지만이라도 돌려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