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출금리 조작’으로
    드러난 은행들의 진면목
    [기고]‘국민들의 금융 파트너’라고···
        2018년 07월 09일 09:2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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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사, 카드사, 증권사, 보험사 등과 거래를 했다면 당신 역시 100% 당했다고 보면 된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오로지 그들의 이익일 뿐이다. 당신의 이익은 그들의 안중에도 없다. 고객에 대한 최소한의 양심과 의무를 그들에게 기대했다면 당신은 아직도 덜 당한 것이다”

    책 <금융의 배신> 중 일부이다. 최근 은행이 ‘사기’에 가까운 ‘대출금리 조작’을 아무런 죄책감 없이 저질러 왔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다. 이 사실에 분노한 국민들은 분노와 배신감을 넘어 허탈감까지 느꼈다. 실제 국민들은 은행의 ‘이자놀이’에 이용당하고 있었고, 책 내용처럼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오로지 ‘이익’ 뿐이었다.

    은행들의 사기극 ‘가산금리 조작’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대출금리 산정체계’ 점검 결과에는 은행들이 가산금리 산정과 우대금리 운용 등에서 높은 금리를 적용해 온 사실이 포함되어 있었다. 은행들은 대출자 소득을 누락하거나 축소 입력해 가산금리를 높게 매긴 경우가 많았으며, 한 은행에서는 연소득 8천 300만원인 직장인의 소득이 0원으로 입력된 탓에 부채비율이 350%가 넘어 가산금리가 0.5%포인트가 붙었고, 50만원의 이자를 더 납부하게 된 황당한 결과가 발생했다. 또한 은행들은 담보가 있는데도 없다고 입력해 가산금리가 높게 매겨지거나 시스템으로 산출된 대출금리를 무시하고 기업 고객에게 적용 가능한 최고금리를 임의로 적용하기도 했다.

    일부 은행들은 경기 호황기에 신용프리미엄을 불황기보다 낮게 산정해야 하지만, 호황기에도 불황기를 가정한 신용프리미엄을 산정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신용등급이 오른 대출자가 금리인하 요구권을 행사하면 우대금리를 줄여 전체 대출금리를 그대로 유지하는 등 금융소비자들이 누려야 할 이자 혜택을 은행들이 강제로 빼앗아갔다.

    대출금리는 시장원리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되어야 하지만 살인적인 고금리 대출이 허용되어서는 안 되며, 금리의 산정체계도 자율적으로 결정되어야 하지만 부당한 방법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은행들이 고객은 알 수도 없는 상황에서 불공정하게 높은 가산금리를 적용하는 것은 일종의 사기와 갈취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감독이 소홀한 틈을 타 서민들을 ‘착취’하는 금융회사

    자본주의 사회는 ‘돈이 권력’인 사회이다. 이번 사태는 은행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금융 약자를 부당하게 대우하고 그들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정작 은행들이 가진 권력인 ‘돈’은 국민들의 재산이다. 그렇기 때문에 은행은 공공성이 요구된다. 따라서 은행은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을 받아야 하며, 그 자격에도 엄격한 기준이 따른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관리·감독이라는 자신들의 역할을 다하지 않았다. ‘대출금리 산정의 부당함’에 대해 오랫동안 시민사회에서 이야기했지만, 금융당국은 한 번도 그에 대해 전수조사를 하지 않았고 개선 의지도 없었으며 은행들에 책임을 묻지도 않았다. 결국 금융당국은 서민금융을 표방하는 은행들이 감독이 소홀한 점을 이용해 교묘하게 서민들을 착취하는 것을 방조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번 사태로 국민들이 금융당국을 강하게 비판하는 또 다른 이유는 책임 은행들에 대한 금융당국의 태도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대출금리를 조작한 은행들을 낱낱이 밝히고, 자체 권한으로 은행들에게 제재를 가하거나 강력하게 책임을 물어야 하지만,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은행의 개별 창구에서 일어난 일이므로 기관 차원의 제재를 검토하진 않을 것’, ‘(은행들의 실명은) 규정상 밝힐 수 없다’라며 소극적인 태도로 임하며 책임을 회피했다. 이에 대한 비판여론이 심해지고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자 금융당국은 떠밀리듯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더욱이 직접 피해 규모를 밝힌 은행들(경남, KEB하나, 한국씨티)은 ‘대출금리 조작’ 사태에 대해 ‘단순한 실수’, ‘환급해주면 될 것 아니냐’며 사과 한마디 없이 뻔뻔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반성조차 없는 은행들에게 금융당국이 강력한 대응을 하지 않는다면 이런 사태는 또다시 반복될 것이다. 따라서 금융당국은 은행의 자체조사로 방치할 것이 아니라 직접 모든 은행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적발한 은행 이름 및 피해규모 등을 공개하여 금융소비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금융소비자들의 ‘알 권리’를 보장하라

    은행들은 가산금리 산정 기준을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그동안 대출자에게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았다. 은행들은 금융소비자가 대출금리 산정방식 등의 정보를 제대로 확인할 수 없다는 불리한 점을 악용해 금리 조작이라는 사기행태를 벌인 것이다. 특히, 경기 회복이 느리고 가계대출이(올해 1분기 기준 1468조) 위험한 수준인 우리나라 경제 상황에서 은행들이 대출금리마저 조작해 높게 책정한 것은, 어려운 서민 경제에 부담을 가중시킨 사회적 범죄이다.

    더군다나 은행들의 ‘대출금리 조작’이 드러난 후 국민들은 자신이 피해자인지, 어느 은행이 금리를 조작했는지, 피해규모가 얼마인지, 피해자인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 등 정보의 부족으로 인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당연히 공개되어야 할 정보들을 숨기며, 금융당국과 은행들은 금융소비자들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

    금융피해가 발생해도 금융소비자들은 최소한의 정보조차 얻을 수 없고, 금융당국조차도 그들을 보호해주지 않는다. 꽁꽁 숨겨진 금융회사들의 ‘영업기밀’에 의해 범죄가 발생하고, 국민들 재산상의 이익을 침해하며 금융소비자들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면, 더 이상 기밀로 보장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 따라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가산금리 산정 체계’를 투명하게 하고 금융소비자들이 자신들의 금리가 어떻게 산정되는지 알고 판단할 수 있도록 반드시 제도적인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금융’ 때문에 고단한 우리 사회

    우리나라는 불특정 다수로부터 돈을 받는 금융기관이 예금자보호라는 명분 때문에 파산되어서는 안 된다는 인식에 사로잡혀 있다. 외환위기 때 구조조정 당해 파산한 기업이 수없이 많았지만 금융기관은 국민의 혈세로 대부분 합병이나 증자를 통해 구제되었다. 금융당국이 금융기관을 보호의 대상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보호 아래 금융기관들은 금융약자인 국민들을 대상으로 착취를 시도했다.

    외환위기 이후 많은 국민들은 위험한 기업대출에서 안전한 가계대출로 전략을 바꾼 은행들로 인해 빚더미에 올라앉았고, 은행들이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들에게까지 신용카드를 남발하면서 발생한 신용카드 대란으로 수많은 신용불량자를 양산하며 국민들은 오랫동안 그 후유증을 겪었다. 또한 론스타 사태, 키코 사태, 저축은행 사태 등과 같은 온갖 금융적폐와, 오랜 기간 ‘예대 마진’을 남기기 위해 ‘이자놀이’를 하며 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조작한 사실까지 드러났다.

    그로 인해 금융회사들은 엄청난 이자수익을 달성하며 그들만의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냈겠지만, 국민들에게는 하루하루가 고단한 삶이었다. 매일 일해도 쉽게 갚을 수 없는 이자에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대출금, 번번이 발생하는 금융사기, 용어만 어려운 각종 금융상품, 대출금리 조작까지 복잡하고 부당한 금융에 의해 지쳐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이 국민의 금융파트너라고 할 수 있을까.

    국민들이 행복하고 여유가 있어야 금융권뿐만 아니라 이 나라를 지탱할 수 있다. 금융회사는 국민들을 등쳐먹는 기관도 경쟁하는 기관도 아니다. 그들이 어려울 때 온 국민이 발 벗고 나섰던 만큼 그들도 국민들의 돈으로 ‘갑질’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상생할 수 있도록 희생정신을 보여주어야 할 때이다. 무엇보다 금융당국은 지금도 버젓이 행해지고 있는 금융권의 썩은 행태들을 반드시 도려내어 모든 금융권들이 반성하고 제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그 책임을 다하길 바란다.

    필자소개
    금융정의연대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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