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혼자 남겨지기 전에
[그림책 이야기] 『누가 상상이나 할까요?』 (주디스 커/ 웅진주니어)
    2018년 07월 05일 09:3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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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보면 평범한 그림, 자세히 보면 환상적인 그림

얼핏 보면 그림책 『누가 상상이나 할까요?』의 표지 그림은 평범하기 이를 데가 없습니다. 연한 분홍빛 배경에 아래로는 여러 가지 꽃들이 피어있습니다. 그리고 한가운데에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마주보고 있는데 마치 춤을 추는 것 같습니다. 할아버지는 빨간 재킷을 입고 노란 넥타이를 했습니다. 할머니는 초록색 원피스를 입고 보라색 카디건을 입었습니다. 그것 말고는 별로 특이한 점이 없습니다. 얼핏 보면 그렇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이렇게 아름다운 그림이 없습니다. 여러 가지 꽃 사이로 귀여운 동물들이 숨어 있습니다. 나비와 고양이, 앵무새와 잠자리, 금붕어와 토끼, 두루미와 생쥐도 보입니다. 아! 개구리도 보이네요! 그렇다면 도대체 이 곳은 어디일까요? 풀밭일까요? 아니면 물속일까요? 아주 신기한 그림입니다.

게다가 춤을 추는 것처럼 보였던 할아버지 할머니의 두 발이 살짝 공중에 떠 있습니다. 두 사람은 춤을 추는 게 아니라 하늘을 날고 있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서로를 바라보며 너무나 사랑스런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이보다 아름답고 신기하고 환상적인 그림이 있을까요?

두 개의 속표지

그림책 『누가 상상이나 할까요?』에는 또 한 가지 특별한 점이 있습니다. 바로 속표지가 두 장이나 있다는 사실입니다. 보통은 면지 다음에 판권 페이지와 속표지가 딱 한 번 나옵니다. 그런데 『누가 상상이나 할까요?』는 면지 다음에 백지와 속표지가 나옵니다. 그리고 그 다음 장에 판권 페이지와 속표지가 다시 한 번 나옵니다. 왜일까요?

두 장의 속표지에 대한 비밀은 비슷한 듯 다른 두 장의 속표지 그림 안에 있습니다. 두 장의 속표지는 정말 비슷합니다. 얼핏 보면 두 장 모두 할머니가 액자에 넣은 사진을 들고 있고 고양이가 할머니를 올려다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두 장의 그림이 다릅니다. 앞에 나온 속표지에서는 할머니가 사진을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뒤에 나온 속표지에서는 할머니가 고양이에게 사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할머니가 고양이에게 사진을 자랑하고 있는 것입니다. 거장 주디스 커가 속표지 그림 두 장으로 이런 장난을 칠 줄 누가 상상이나 할까요?

홍차를 기다리는 할머니

“사람들은 내가 홍차를 기다리는 줄 알아요.”

이야기는 어느 할머니의 독백으로 시작됩니다. 그런데 그림을 보면 정말 할머니가 홍차를 기다리는 것처럼 보입니다. 할머니는 소파에 앉아 곁에 앉아 있는 하얀 고양이를 웃으며 바라보고 있습니다. 고양이도 할머니를 웃으며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모습이 소파에 앉아 홍차를 기다리는 모습이 아니라면 할머니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요?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그 이유를 말씀드리면 안 될 것 같습니다. 독자에게서 이 그림책을 보는 즐거움을 빼앗으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이유는 이 그림책이 주는 수많은 감동 가운데 하나에 불과합니다. 어쨌든 주인공 할머니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시다면 꼭 책을 사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만약 당신이 혼자 남겨진다면

만약 당신이 혼자 남겨진다면 당신의 마음엔 누가 가장 먼저 떠오를까요? 누가 가장 보고 싶을까요? 당신은 누구를 가장 사랑했나요? 당신을 가장 사랑한 사람은 누구일까요? 당신보다 먼저 이 세상을 떠난 사람들 가운데 누가 날마다 당신을 찾아와서 위로해 줄까요?

당신의 마음에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 당신이 가장 보고 싶은 사람, 당신이 가장 사랑한 사람, 당신을 가장 사랑한 사람! 그 사람은 아마도 지금 당신 곁에 있는 사람일 겁니다. 당신은 그 사람과 함께 살고 함께 아이들을 키우며 삶의 희로애락을 나누고 있습니다. 당신은 그 사람에게, 그 사람은 당신에게 그렇게 소중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과 당신 가운데 한 사람은 먼저 이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부디 혼자 남겨지기 전에

부디 혼자 남겨지기 전에 당신과 그 사람이 함께 아름다운 추억을 더 많이 만들면 좋겠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시도조차 못 해본 일이 있다면 함께 도전해보면 좋겠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가보지 못한 곳이 많다면 세계 곳곳을 함께 여행하면 좋겠습니다. 서로 사랑하는 만큼 함께 사랑한다고 말하고 행동하면 좋겠습니다.

그럼 비록 혼자 남겨지더라도, 비록 먼저 떠나더라도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넘어 서로가 서로의 손을 잡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함께 만든 추억을 되새기며 기쁜 마음으로 기다릴 것입니다. 부디 다시 만나기를, 다시 사랑할 수 있기를!

그림책 『누가 상상이나 할까요?』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지만 가장 슬픈 상상을 담은 그림책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 할아버지 할머니는 아주 행복해 보입니다. 두 사람이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했기 때문입니다.

필자소개
이루리
동화작가, 그림책 평론가, 도서출판 북극곰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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