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저임금 삭감법 등 반노동 정책
    문재인 정부, '노동존중 정부' 아니다
    ‘2018 비정규직 철폐 전국노동자대회’ 8만여명 참석
        2018년 06월 30일 06:5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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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겨울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며 촛불을 들었던 광화문광장에 8만 노동자들이 다시 모였다. 촛불정부를 자처했던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법 개악’, ‘엉터리 비정규직 제로 정책’, ‘직무급제 도입’ 등 반노동 정책을 규탄하고 ‘노조 할 권리 보장’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최대 규모의 대정부 집회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30일 오후 3시 광화문 북부 광장에서 열린 ‘2018 비정규직 철폐 전국노동자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전국에서 8만명의 조합원이 900여대의 버스를 타고 상경했다. 민주노총 조합원의 10%에 가까운 숫자다. 이들은 청와대 방면을 향해 “더 이상 촛불정부는 없다”고 문재인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공공운수노조에서 2만5천명, 서비스연맹 2만명, 금속노조 6천명, 공무원노조 4천명, 민주일반연맹 2천명, 건설산업연맹 2천명 등 16개 산별조직 및 16개 지역본부에서 참여했다.

    사진=곽노충

    민주노총은 이날 대회 주요 요구로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의 차별 없는 정규직화 ▲민간부분 불법파견 철폐 및 원청 사용자성 강화 ▲최저임금 개악 폐기, 임금개악 중단 및 표준임금체계모델 폐기, 차별 없는 임금원칙 실현 ▲재벌의 원하청 불공정 거래 및 편법 도급 근절 ▲불평등 양극화 주범 재벌체제 해체 ▲ILO 핵심협약 즉각 비준, 노조법 2조 개정, 노동악법 철폐 등을 내걸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민주노총은 이제 다시 촛불이 되어 우리의 갈 길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며 “표류하고 후퇴하는 문재인 표 노동정책을 넘어, 촛불항쟁으로 시작한 한국사회 진정한 사회대개혁을 스스로 완성시켜 나갈 것”이라며 올 하반기 총파업 총력투쟁을 선언했다.

    김 위원장은 “최저임금 삭감, 노동기본권 확대 약속 불이행, 엉터리 비정규직 제로 정책, 임금차별형 작무성과급제 도입, 주52시간 미적용 처벌유예를 하는 정부는 노동존중 정부라고 불릴 자격이 없다”며 ”노동존중이라는 현란한 말잔치로 국민 전체를 현혹하고 최소한의 약속마저 저버리는 문재인 정부를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교비정규직, 최저임금 개악으로 19만원 임금 삭감
    “최임 개악법 폐기하고 홍영표는 사퇴하라”

    연 2500만원 미만 노동자들은 최저임금법 개정안의 피해가 없다는 더불어민주당의 주장과는 달리,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등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이후 임금삭감이 예상된다.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정기상여금과 교통비, 식비 등 복리후생비를 모두 포함시키는 것을 골자로 한다. 특히 최저임금에 한정해 사용자가 과반 노동자나 노동조합의 ‘동의’가 아닌 ‘의견청취’만 하더라도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민주당은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보수야당과 손잡고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처리했고, 정부도 국회를 통과한 이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이 개정안으로 인해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등이 수십만 원의 임금손실을 예상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연 2,500만원 미만을 받는 노동자들의 임금엔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금자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위원장은 “최저임금법 개악으로 당장 17만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의 월급이 매월 19만원씩 줄어들게 생겼다”고 말했다.

    박금자 위원장은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2,500만원 미만 노동자들은 최저임금법 개악의 피해가 없고, 피해가 생긴다면 사퇴하겠다고 했다. 17만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가 모두 피해자”라며 “홍영표는 책임지고 사퇴하고 당장 최저임금 개악법을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김성환 민주일반연맹 전국민주연합노조 위원장 또한 “벼룩의 간을 빼먹는 짓을 청와대의 지시로 민주당이 총대 메고 자행했다”며 “십수 년간 노동자들이 발버둥 치며 살아보겠다고 투쟁한 결실이 산입범위 조정으로 한방에 물거품이 됐다”고 질타했다.

    정부, 공공부문 무기계약직 직무급제 도입 추진
    “평생 가도 정규직 임금의 38%…현대판 신분제”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중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직종 중 기관별로 공통적으로 존재하며 비교적 단순업무를 하는 청소·경비·시설관리·조리·사무보조 등의 직종에 대해 직무등급에 따른 표준임금제인 ‘직무급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내놨다.

    정부는 이 방안을 통해 가장 낮은 임금구간에 해당하는 직무등급 1등급, 승급단계 1단계의 한 달 급여를 157만3천770원에 맞췄다.

    직무급제엔 직무등급 내 임금상한선이 있어서 일정 수준이 되면 임금상승이 불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가짜 정규직’으로 불리는 무기계약직과 정규직의 임금 격차가 더 커질 것이라는 것이 노동계의 지적이다.

    김성환 위원장은 “15년 이상 근무한 6단계의 경우 1,731,157원이 상한액이다. 20년을 일하든 30년을 일하든 최저임금 언저리”라며 “평생 가도 정규직 임금의 38%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문재인 정권은 비정규직 정규직화라는 명목 하에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모든 노동자에게 등급을 매기겠다고 하는 것이 직무급제”라며 “현대판 노예제, 신분제”라고 규정했다.

    박금자 위원장은 “평생을 일해도 최저임금에서 월급 20만원 오르는 임금제”라며 “공공기관에서 급식하는 노동자, 사무행정 하는 노동자 시설관리 하는 노동자들에게 ‘평생 최저임금 정도만 받아라’, ‘근속수당이니, 호봉제니 임금인상이니 이딴 건 꿈도 꾸지 말라’라는 것과 같다”고 질타했다.

    이상 사진은 민주노총 제공

    모든 노동자의 노동권 확대 약속은 어디로
    “노조법 2조 개정으로 모든 노동자에게 노조할 권리를”

    이날 민주노총은 문재인 정부가 특수고용노동자 노조 할 권리를 요구하고, 박근혜 정부에 의해 법외노조가 된 전교조를 방치하고 있는 현실을 비판했다.

    조창익 전교조 위원장은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만든 것은 박근혜 정부이지만 이를 지속하고 방치하고 있는 것은 문재인 정부다.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전교조에 전 정부에서 한 법외노조 통보 직권취소에 대한 법률적 검토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청와대는 한나절 만에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직권취소가 불가능하다며 주무 장관의 입장을 전면으로 뒤집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 됐다. 청와대 측은 법원의 판단을 근거로 직권취소가 어렵다고 했지만, 행정처분을 취소하는 것은 법원의 판단과는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 법조계 설명이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가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를 해결에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함께 특수고용노동자의 노조 할 권리 문제 또한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ILO(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을 비준하겠다고 공약했으나, 취임 1년이 지난 상황에서도 이를 미루고 있다.

    이영철 건설산업연맹 전국건설노조 위원장 직무대행은 “근로기준법은커녕 노동자로도 인정받지 못하는 특수고용노동자들은 일터에서 다치고 죽어도 산업재해의 혜택조차 받지 못하고 주휴수당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는 ILO(국제노동기구) 핵심혁약 비준에 소극적이고 국회는 노조법 2조 개정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수고용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하고 투쟁한지 20년이 되어간다. 이제는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며 “일부 직군에 산재보험과 고용보험을 적용하는 특별법 적용을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노조법 2조 개정을 통해 모든 노동자들에게 노조 할 권리를 갖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 대회 직후 8만 조합원은 지난해 촛불집회 때처럼 3개 경로로 나눠 청와대 방면과 헌법재판소 반면으로 행진을 이어갔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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