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야, 사학법 결렬키로 합의(?)
        2006년 04월 26일 06:41 오후

    Print Friendly

    사학법 재개정을 둘러싼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협상이 26일 또 다시 결렬됐다. 양측의 입장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벌어지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4월 국회가 개점휴업 상태로 막을 내릴 가능성도 점점 커지고 있다. 현재 국회 상임위와 법사위에는 30여개의 법안이 묶여 있다. 이 가운데는 노동계의 첨예한 관심사인 비정규직 법안도 있다.

    박근혜 대표가 사학법재개정에 올인하는 이유

    한나라당의 강경 노선을 이끌고 있는 사람은 박근혜 대표다. 여당이 25일 던진 수정안도 박 대표가 거부했다. 박 대표가 이처럼 사학법 재개정에 집착하는 이유는 뭘까. 당내 권력투쟁의 관점에서 해석하는 관측이 유력하다.

    박 대표는 연말연초 사학법 반대투쟁을 이끈 사람이다. 박 대표에게 사학법 재개정은 일종의 정치적 상징자본이다. 밖에서 싸우던 한나라당을 원내로 끌고 들어온 사람은 이재오 원내대표다. 이 대표는 이명박 시장 사람으로 분류된다. 이 대표는 차기 당 대표를 노리고 있다.

    원내는 제압보다는 타협을 선호하는 공간이다. 원내로 들어오는 순간 이 대표는 ‘적정 수위’의 타협을 전제했다고 봐야 한다. ‘타협’을 통해 이 대표가 얻어내는 전리품은 박 대표에게 두 가지 면에서 불리하다. 먼저 박 대표의 정치적 상징자본이 훼손된다. 엄동설한에 원외에서 싸움을 이끈 성과가 남지 않게 된다.

    또 하나. 이 대표의 입지가 강화된다. 이 대표의 당 대표 선출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는 곧 대권 라이벌인 이명박 시장의 당내 입지 강화를 의미한다. 가뜩이나 서울시장 선거에서 오세훈 후보가 선출된 마당이다. 오 후보를 후원한 당내 소장파는 박 대표와 코드를 달리한다. 여러모로 박 대표로서는 용인하기 힘든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박 대표에게 사학법재개정은 당 내부 지형의 변화를 막고 정치적 상징자본을 지키기 위한 일종의 ‘쐐기’인 셈이다.

    사학법 재개정을 둘러싼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치킨게임

    26일 양당간에 오간 말들을 보면 타협의 여지는 없어 보인다.

    열린우리당은 25일 개정사학법의 대통령 시행령 가운데 개방형 이사의 자격 요건을 규정한 조항을 모법으로 올리는 수정안을 제안했지만 한나라당은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대신 26일 두 가지를 역제안했다. 개방형 이사제를 대학에서만 도입하도록 하자는 것과 개방형 이사의 선임을 의무조항이 아닌 선택조항으로 두자는 것이다.

    진수희 공보부대표는 "이재오 원내대표가 김한길 원내대표에게 이 같이 제안했다"며 "열린우리당은 수정안을 받아들이거나 잔여 임시국회를 완전히 정지시키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은 개방형 이사제의 근간을 훼손하는 제안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노웅래 공보부대표는 26일 "의원총회에서 무늬만의 개방형 이사제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입장을 정리했다"고 밝혔다.

    노 부대표는 "열린우리당은 25일 양당 정책협의회를 통해 한나라당에 새로운 제안을 했으나 한나라당이 이를 거부함으로써 양당 정책협의회는 사실상 결렬됐다"며 "한나라당은 오늘 과거에 폐기됐던 제안을 다시 들고 나왔는데 이를 수용할 수 없음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개방형 이사제의 골간을 흔드는 새로운 제안을 한다는 것은 개방형 이사제를 사실상 무효화하자는 주장과 다름없다"며 수용 불가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한나라당의 강경한 입장은 열린우리당의 맞대응을 불러오고 있다. 원칙론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열린우리당측 간사인 정봉주 의원은 이날 오전 기자실을 찾아 25일 수정안의 절대 불가 입장을 밝혔다. 그는 "개방형 이사의 자격 요건을 규정한 시행령을 모법으로 올리는 것은 개방형 이사제의 본질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며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강봉균 정책위의장이 오전 확대간부회의에서 손볼 수 있다고 밝혔던 직계존비속의 이사장 취임 금지 조항에 대해서도 ‘족벌체제’를 뜯어고쳐야 한다며 ‘수정불가’ 입장을 천명했다. 원내대표단의 입장과 다른 것 아니냐는 지적에 그는 "원내대표단의 입장도 당론은 아니다"며 "정책위의장이 사학법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4월 국회 법안 처리 어떻게 되나

    양당의 입장이 절충점을 찾지 못하면서 4월 국회의 개점 휴업 상태도 장기화되고 있다. 현재 30여개의 법안이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상태다. 앞으로 남은 시간은 주말을 제외하고 나흘. 4월 국회의 주요 법안 처리와 관련해 가능한 경우의 수는 현재 다섯가지다.

    먼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사학법 재개정에 합의하는 것. 그러나 현재 양당의 태도를 봐서는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한나라당 소속 안상수 법사위원장은 26일 "오늘 의총에서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의 사학법 수정안을 받지 않으면 모든 상임위를 보이콧 하기로 했다"며 "법사위의 비정규직 법안 처리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의 입장은 이런 한나라당 입장의 정확히 반대편이라고 보면 된다.

    또 양당이 사학법개정안과 다른 조건을 ‘교환’함으로써 의사일정 정상화를 합의할 가능성이다. 2기 원구성과 관련된 ‘선물’이 제안되지 않겠느냐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진행될 가능성도 높지는 않다. 한나라당을 만족시킬 선물이 마땅치 않을 뿐더러 값비싼 ‘선물’을 제안할 경우 열린우리당 내 반발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회의장에 의한 직권상정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나라당이 한발 물러서주고 열린우리당이 악역을 맡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한나라당은 협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보이고 있다. 안상수 법사위원장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당이 단독으로 본회의 직권 상정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진수희 공보부대표도 "사학법재개정 없이 잔여 국회 일정은 없다"고 단언한 상태다.

    그렇다고 다른 야당의 협조를 얻기도 쉽지 않다. 민주노동당은 비정규직 법안 때문에, 민주당은 최근 공천헌금 파문과 관련해 여당과 편치 않은 관계다. 여건이 된다고 해도 퇴임을 앞둔 김원기 국회의장이 악역을 맡을 가능성도 낮다. 열린우리당 노웅래 부대표와 문병호 5정조위원장은 모두 "직권상정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손잡을 가능성도 제기돼

    열린우리당이 민주노동당과 손을 잡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열린우리당 내에서는 4월 국회의 법안 처리 우선순위를 둘러싸고 미묘한 입장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노웅래 공보부대표는 26일 열린우리당이 4월 국회에서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할 법안으로 ‘3.30 부동산 대책 관련 2법’ ‘지방자치관련 제도개선 입법’ ‘국제조세조정법’ ‘한-EFTA FTA 비준동의안’ 등을 꼽았다. 그는 "비정규직 법안은 1차적 우선순위는 아니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의 다른 핵심 당직자도 "비정규직 법안, 사학법개정안 등 정치적, 사회적 함의가 있는 법안을 제외한 정책 법안을 먼저 처리하자고 제안했으나 한나라당은 이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비정규직 법안을 1순위로 처리한다던 기존 입장과 미묘한 입장차가 보인다.

    비정규직 법안을 제외한 주민소환제 등 주요 법안에서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의 이해는 크게 엇갈리지 않는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이 일종의 개혁블럭을 쌓아 주요 개혁 법안을 밀어붙일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물론 이 역시 쉽지는 않다. 개혁 블럭을 쌓으려면 열린우리당이 비정규직 법안의 재검토를 약속해야 하는데 그럴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의 한 관계자는 "비정규직 법안을 4월 국회에서 처리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민주노동당이 열린우리당과 한 편에 서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끝으로 현재의 개점 휴업 상태로 4월 국회를 마감할 가능성이다. 이와 관련해 열린우리당 핵심 당직자는 "절충의 여지가 없다면 국민의 심판을 받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물론 물밑 협상과 거래에 익숙한 거대 양당의 속성상 임시국회 잔여일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태에서 극적인 타결을 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