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민 등기이사 불법등재
책임져야 할 국토부가 징계결정 주체?
불법은 재벌, 감독부실은 정부, 피해는 직원들에게
    2018년 06월 28일 01:19 오후

Print Friendly

국토교통부가 미국인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를 불법으로 등기이사에 올린 진에어의 면허취소 방침 등 처리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진에어에서 근무하는 노동자 1900여 명이 실직 위기에 처했다. 진에어 직원들은 조 전 전무의 불법 등기이사 등재를 알면서도 항공운송사업 면허를 내준 국토교통부의 책임론을 제기하며 면허 취소 방침에 반발하고 있다.

조 전 전무는 미국 국적자임에도 2010년 3월부터 2016년 3월까지 6년 동안 진에어 등기이사의 지위를 누려왔다.

이 기간 동안 조 전 전무는 진에어 등기이사, 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실 상무, 대한항공 여객마케팅부 상무, 진에어 마케팅부 부서장, 진에어 마케팅본부 본부장, 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실 전무 등 주요 요직을 거쳤다.

국토교통부는 항공운송사업자 면허 심사 때 등기이사에 외국인이 있으면 이를 결격사유로 규정하는 현행 항공사업법 9조, 항공안전법 10조 등을 바탕으로 진에어 면허취소 방침을 검토하고, 이번 주 내로 최종 결론 내리기로 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5일 열린 취임 1주년 오찬 간담회에서 진에어 면허 취소와 관련해 “법률 자문을 받아 대책회의까지 마쳤으며 이달 내 발표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밖에 정부는 과징금 부과와 한시적 면허취소 유예 및 인수 합병 추진 등의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국토부의 면허취소 방침이 죄 없는 노동자들의 피해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이다. 진에어는 물론 대한항공 내부에선 상당한 반발이 일고 있다. 미국인인 조 전 전무의의 등기이사 등재를 허가해준 것은 국토부임에도, 그 책임은 진에어 직원들이 지게 한다는 비판이다.

익명의 진에어 직원 A씨는 28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오너 일가와 국토부 공무원들이 짬짜미를 해놓고 전 직원한테 연대책임을 묻고 있다”며 “대통령이 잘못했다고 해서 우리나라 국민들의 여권을 다 빼앗고 난민으로 만들어버리면 분노할 수밖에 없지 않나. 대부분 직원이 황당함을 넘어 분노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토부 감사관실은 2013년 3월과 2016년 2월 진에어 대표이사가 변경될 때, 2013년 10월 항공사가 사업범위를 바꿀 때 관련 서류 검토 등을 담당한 직원들에 대한 감사를 진행 중이다. 당시 담당자들은 국토부 감사관실의 감사에서 진에어 법인등기를 확인하며 항공사업법상 면허 결격사유를 확인해야 하는지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조 전 전무의 등기이사 결격사유는 항공사업법 시행규칙에 따라 담당 공무원이 서류 검토를 할 때 진에어 법인등기만 조회해도 걸러질 사안이었다. 심지어 진에어 법인등기에 조 전무는 미국명 조 에밀리 리로 표기돼 있고 미국 국적자라는 표시도 있었다. 국토부 공무원들이 한진 총수일가와 교감을 갖고 불법을 묵인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이유다.

진에어 직원들 역시 국토부 공무원들이 조 전 전무가 외국인이라는 사실과 관련 법조항을 몰랐을 리 없다고 보고 있다.

A씨는 “(국토교통부와 총수일가의) 짬짜미가 사실이든 아니든 결론적으로 지금 이런 상황이 발생을 했다. 그런데 그것을 처벌을 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주체가 이 상황(을 만든) 당사자라는 것에 분노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진에어 면허 취소가 총수 일가의 경영퇴진을 압박할 수 있기 때문에 직원들의 희생은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대해 A씨는 “대한항공에서 일어난 일들은 진에어, 정석학원, 한진칼, 호텔 등의 한진그룹 계열사에서 일상적으로 다 똑같이 일어났던 일들이다. 그런데 계열사 직원의 피눈물로 결과물을 얻어내겠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총수 일가를 압박하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그 방법 자체는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대한항공 노동조합 또한 전날인 27일 성명서를 내고 “국토교통부의 진에어 면허 취소에 대한 검토는 매우 신중하게 해야 하며 그 결과로 인해 절대 직원들이 피해를 입어서는 안 된다”면서 “조양호 회장 일가의 문제는 분명히 개인적인 일들이며 마땅히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하고,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한 국토부 담당자의 책임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토부가 무엇보다 우선시해야 할 것은 진에어 직원들의 고용”이라며 “진에어 직원들이 고용 피해를 보게 된다면 이는 항공사 노동자를 기만하는 것으로 간주할 것이며 또한 우리 계열사 직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강력 투쟁도 불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진에어 직원들은 총수일가의 잘못으로 인해 실직의 불안과 함께 근무 중 승객들의 모욕까지 감당하고 있다.

A씨는 “직원들 잘못이 아닌데도 직장을 잃을 수 있는 불안감 속에서 모욕도 함께 당하고 있다”며 “(일부) 승객들이 객실 승무원들에게 ‘저 유니폼이 조현민이 입었던 옷이지? 재수 없다’, ‘진에어 비행기 진짜 재수 없어서 못 타겠다’ 이런 말을 하며 면전에서 모욕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계열사를 다 포함해서 몇 만 명의 직원이 오너일가의 잘못으로 인해서 굉장한 고통을 받고 있다”며 “이런 부분을 알고 있다면 조양호 회장이 해야 할 행동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길 바란다. 물론 그분들이 여태까지 해왔던 행동들을 봤을 때 절대 직원들에게 사과를 하거나 반성을 할 리 없다고 생각하지만 한 번쯤은 직원들 편에 서서 생각을 좀 해 봤으면 한다. 우리는 개, 돼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이날 오전 검찰에 출석했다. 부친인 조중훈 전 회장의 외국 보유 자산을 물려받는 과정에서 수백억 원의 상속세를 납부하지 않은 혐의, 그룹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등의 방법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치고, 일가 소유인 면세품 중개업체를 통해 ‘통행세’를 걷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 등을 받고 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