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교육정세에 대한
    하나의 다른 시각과 의견
    전교조가 교육개혁 '주체'가 되려면
        2018년 06월 28일 09:3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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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교조 서울지부 상암고등학교 분회장이고 <진실과 거짓 인물 한국사> 저자인 하성환 선생이 기고 글을 보내왔다. 전교조 법외노조 직권취소 불가능 등을 둘러싼 문제에서 시작해 문재인 정부에서 교육개혁의 방향, 전교조의 역할에 대한 생각을 담은 글이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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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 19일 고용노동부 장관은 전교조 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법외노조 통보 취소'에 대해 법률자문을 구한 뒤 답변을 주겠다고 했다. 절대 다수의 전교조 교사들은 크게 환영했다. 드디어 전교조가 법외 노조 신분을 벗고 합법노조로 전환될 거란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있었다. 촛불시민혁명으로 탄생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 1년이 지나서 전교조 위원장과의 만남이기에 더욱 그러했다.

    그리고 예전에 전교조 지도부가 항의농성을 할 때 청와대 수석조차 정치적 부담으로 기다려달라며 선거가 끝난 뒤에 해결하겠다고 언급한 적이 있었다. 따라서 고용노동부 장관의 발언에 대해 전교조 교사들이 긍정적 기대를 갖기에 무리가 없었다. 더구나 6·13 지방선거에서 집권여당은 압승까지 하지 않았는가!

    그러나 24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청와대 대변인은 듣기에 따라 우울한 성명을 발표했다. 행정부의 '법외노조 직권취소'는 법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발언한 것이다. 그러자 전교조 교사들이 분노했다! 민주노총 법률자문변호사는 소송 중인 사건도 관련 행정기관이 처분을 취소하면 법원에서 각하하는 게 상식에 맞다며 청와대의 법률 인식에 문제가 있음을 비판했다.

    전교조 지도부는 청와대 대변인 발표 직후 즉각적으로 항의와 분노를 담아 삭발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그리고 7월 6일 연가투쟁을 단행하기로 결정했다. 전교조가 청와대 권력에겐 그 정도밖에 대접받지 못하는가라는 씁쓸함을 남긴 채 하루도 지나지 않은 청와대 대변인 성명은 전교조 교사들을 분노케 하기에 충분했다.

    하루아침에 전교조 교사들, 특히 법외노조 문제로 박근혜 정권에서 억울하게 해직된 해직교사들은 천국에 갔다가 지옥의 나락으로 떨어진 느낌이었으리라. 촛불시민혁명으로 탄생된 문재인 정부에 대해 전교조 교사들이 느끼는 충격과 배반감이 적지 않았다.

    24시간도 지나지 않아 나온 청와대 대변인 성명은 너무 즉자적이었다. 일부 교사들은 대통령 문재인의 뜻은 그렇지 않은데 청와대 참모들이 중간에서 농간을 부린다고 흥분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대통령 후보 시절 법외노조 처분 취소가 대통령 문재인의 공약이었다며 배반된 태도에 크게 낙심하기도 했다. 또 다른 일부 교사들은 형식적 민주주의라는 절차를 존중하려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기조에 따른 당연한 결정이라며 느긋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박스 안은 청와대의 직권취소 불가 방침에 삭발하는 전교조 중집위원 모습

    그렇다면 도대체 문재인 정부의 방침은 무엇이란 말인가? 전교조는 언제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인가? 최근 법외노조를 둘러싼 교육정세를 어떻게 해석하고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누가 보더라도 최근에 한반도를 둘러싸고 전개된 국제정세나 국내정세는 문재인 정부로 하여금 매우 고무적인 정치 환경을 조성해 주었다. 따라서 박근혜 정권 당시 전교조에 가해진 탄압인 법외노조 통보 처분은 자연스럽게 행정부 직권으로 취소 통보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것이 박근혜 정권이 자초한 교육적폐를 걷어내는 첫 출발이자 교육개혁의 든든한 우군이자 협력자인 전교조에 대한 최소한의 위로이며 도리이기도 했다. 왜냐하면 전교조는 이명박근혜 정권에서 가장 탄압을 심하게 받았던 단체이기 때문이다.

    무려 34명이 해직되는 아픔을 겪었다. 이는 1989년 전교조 창립 당시 해직 다음으로 많은 수의 교사들이 해직된 것이다. 더구나 지난 촛불시민혁명 당시 전교조 교사들은 어떤 진보진영보다 가장 많은 교사들이 열정적으로 주말집회에 학생들과 함께 촛불을 들었다. 박근혜 정권의 붕괴! 대통령 탄핵에 지대한 공을 세운 한 축이 전교조였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따라서 법외노조를 다시 법내노조, 바로 합법노조로 제자리를 찾게 만드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역할이기도 했다. 그런 기대감이 전교조 교사들 사이에선 너무나 공통된 정서였다. 비정상을 다시 정상으로 돌려놓는 것이 촛불의 힘으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몫이기 때문이다. 9명 해직교사가 조합원으로 들어있다는 이유만으로 6만 교사가 가입한 거대 교사노동조합을 법 밖으로 밀어내는 게 누가 보더라도 상식 밖의 행정처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교조는 지난 이명박근혜 정권 시절 받았던 탄압과 고통, 그 상처에 대해 위로를 받기보다 배반감만 안는 처지가 되었다.

    그렇다면 전교조 교사 출신 진보교육감만 10명을 배출한 현실에서 왜 문재인 정부는 어깃장을 놓는 것일까? 전교조 출신 교육감 당선마저 '대통령 문재인의 바람'으로 선거를 해석하려는 오만함 때문일까? 참으로 갖가지 생각들이 스쳐간다. 도대체 청와대는 무엇이고 문재인 대통령은 무엇인가? 그런 점에서 교육노동운동의 관점에서 현 정세를 정확히 분석하고 이해하는 것은 전교조를 위해서도 그리고 교육노동운동의 전망을 올바로 개척해 나가는 데에도 긴급하고 절실하다.

    우선 청와대 대변인 성명을 콘텍스트를 곁들여 분석해 보자! 우선 청와대 대변인 성명은 청와대 참모들의 합의된 것이자 문재인 대통령의 판단임을 알아야 한다. 청와대 대변인 성명의 골자는 ‘법외노조를 해결해 주겠다는 의지가 메시지에 담겨 있다’는 점이다. 법외노조 문제를 해결하지 않겠다는 메시지가 아니다. 민주당과 정의당이 교원노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청와대 대변인은 언급했기 때문이다.

    이번 6・13 보궐선거로 집권여당인 민주당은 130석이 되었고 정의당 6석, 민중당 1석이다. 무소속 5석을 제외하더라도 민주평화당 14석을 합치면 과반을 넘는다. 더구나 오늘 뉴스에는 민주당과 민주평화당의 연정 얘기도 나온다. 국회 법률안은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된다. 따라서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는 시간이 걸릴 뿐이지 반드시 해결된다고 봐야한다.

    문제는 해결의 방식에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그리고 청와대가 제시한 해법은 ‘근본적인 해결 방식’이라는 점이다. 교원노조법 개정이자 ILO 권고에 대한 응답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전교조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청와대 대변인 성명을 제대로 분석해 보면 이런 메시지가 담겨 있음을 느낀다. "법외노조 문제!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우리 문재인 정부가 근본적으로 해결해 줄 테다. 다만 교육개혁의 중심키는 우리가 쥘 테니 교육개혁에 대해 전교조가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지 말라"는 메시지로 읽힌다.

    다시 말해 전교조를 교육개혁의 한 축으로 인정하지만 전교조의 요구나 의도대로 교육개혁을 진전시키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전교조를 교육개혁의 중심이 아니라 변두리로 위치지우고 개혁의 고삐를 문재인 정부가 쥐고 가겠다는 강렬한 의도가 담겨 있는 것이다. 한 마디로 법외노조 문제 해결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자 교육개혁에 대해 전교조와 거리두기의 표현이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에서 교육개혁의 대명사처럼 내세운 ‘고교학점제’ 시행에 대해 전교조는 반대 입장에 서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당연히 고교학점제는 교육개혁 정책 치고는 매우 비현실적인 정책이고 개혁정책으로서는 하급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문재인 정부에서 교육개혁을 진두지휘할 브레인, 싱크탱크가 전교조에 기반하기보다 대중추수적인 관념성에 기초해 있다. 적어도 한국사회 학교현실을 이해한다면 고교학점제가 얼마나 관념적으로 포장한 정책인 가를 이해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의 교육개혁 정책은 지난 1년 넘도록 개혁 사령탑인 교육부조차 표류하고 있는 현실에서 지극히 불투명한 상태이다.

    요컨대 법외노조 관련 청와대 성명에서 드러난 사실은 이번 선거 결과를 통해 법외노조 문제를 반드시 그것도 근본적으로 해결해 주겠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자 교육개혁에 대해 전교조에 주도권을 뺏기지 않겠다는 확실한 입장 표명이다.

    그렇다면 전교조는 어떻게 대응해야 교육노동운동의 전망을 바로 세우고 문재인 정부의 교육개혁을 힘 있게 견인해 낼 수 있을까? 그것은 평범한 교사로부터 나아가 국민으로부터 고립되지 않아야 한다. 2003-2004 네이스 반대투쟁이나 2005-2006 교원평가반대 투쟁처럼 총력투쟁으로 맞서서 풀 일이 아니다. <전교조의 자기 관점> 즉, <노동운동의 관점>에 서기보다 <교육개혁의 관점>에서 총력투쟁을 벌여야 교사들로부터 그리고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얻을 수 있다.

    더구나 연가투쟁은 더욱 그렇다. 일반 노조의 파업에 준하는 극한투쟁인데 더욱더 공익의 관점에 서야 옳다. 예를 들면 법정 교원수 확보 투쟁(일자리 창출)이나 학급당 학생 수 감축 투쟁(교육복지), 나아가 교사 잡무 거부 및 폐지 투쟁(참교육)을 총력투쟁 의제로 설정해 보라! 그러면 해직교사 복직 및 법외노조 취소, 나아가 교원노조법 개정은 저절로 따라오리라 확신한다. 왜냐하면 비조합원 교사가 그리고 국민 다수가 전교조에 지지를 보내줄 것이기에 그렇다.

    국민으로부터 지지 받는 전교조라면 교육개혁에서도 전교조가 개혁의 실질적 주체의 위치에 설 수 있다. 국민으로부터 압도적 지지를 받는 전교조라면 그런 전교조가 내세우는 교육개혁이라면 문재인 정부도 외면할 순 없을 것이기에 그렇다. 문재인 정부 스스로 먼저 손을 내밀어 전교조를 개혁의 동반자로 끌어들이려 할 것이다. 무게감도 느낄 수 없는 개혁의 변방세력이 아니라 교육개혁의 확실한 무게중심을 전교조가 차지할 것이다.

    지난 서울교육감 후보 가운데 '전교조 NO'와 '전교조 OUT'을 내걸고 떨어진 후보가 득표한 비율이 무려 36%를 웃도는 현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전교조가 초심을 잃지 않았으며 비록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국민 가운데 적지 않은 비율로 전교조에 미덥지 못한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을 소홀히 흘려보내서는 안 된다.

    필자소개
    전교조 상암고 분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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