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수석 등 청와대 참모 교체,
'소득주도성장' 폐기 혁신성장론 전환?
민주노총 "윤종원 경제수석 기용에 우려와 실망"
    2018년 06월 27일 03:19 오후

Print Friendly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경제수석과 일자리 수석을 전격 교체했다. 최근 고용상황이 최악으로 치닫는 등 경제가 날로 악화되고 있는 것에 대한 문책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선 정부가 보수언론의 요구대로 ‘소득주도성장론’이라는 핵심 경제정책 폐기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로 정부는 최근 들어 소득주도성장보단 혁신성장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을 보이며 최저임금 속도조절, 고용유연화 등 소득주도성장에 역행하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전날인 26일 오전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이런 내용의 문재인 청와대 비서실 2기 인선을 발표했다.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을 교체하고 후임에 윤종원 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를 임명했고, 반장식 일자리수석도 정태호 정책기획비서관으로 교체했다. 하승창 사회혁신수석을 시민사회 출신인 이용선 더불어민주당 양천을 지역위원장으로 바꿨고, 명칭도 사회혁신수석에서 시민사회수석으로 변경했다. 홍장표 전 경제수석은 정책기획위원회 산하에 문 대통령 지시로 신설하는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임했다.

홍장표 전 수석(왼쪽)과 윤종원 신임 수석

임 실장은 경제·일자리수석 교체와 관련해 “지난 1년은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라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적 방향성을 정립하는 기간이었다”며 “문재인 정부 출범 2기를 맞아 청와대는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을 더욱 속도감 있게 실행함으로써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실 수 있는 성과를 신속하게 도출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교체된 일부 수석의 면면을 살펴보면 정부가 경제정책의 무게를 소득주도성장에서 혁신성장으로 옮기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특히 소득주도성장론을 강조해온 홍장표 전 수석을 대체하는 윤종원 수석은 기획재정부 관료 출신으로 ‘혁신성장’에 힘을 실어줄 대표적 인사로 거론되고 있다. 지금까지 장하성 정책실장이 경제정책을 주도했다면 경제수석 교체를 통해 무게 중심이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쪽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노총 “윤종원, 민주노총에 반감, 친재벌 친기업 인사”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노동시간 단축 유예 등으로 노정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와중에 윤 수석 교체는 노동계 입장에서도 반갑지 않다.

더욱이 윤 수석은 민주노총에 대해 상당한 반감을 가지고 있어 최저임금법 개정 등으로 틀어진 노정 관계가 더 악화될 수 있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윤 수석은 한상균 민주노총 전 위원장 구속에 항의하는 OECD 노동조합자문위원회(TUAC) 대표단에게 “민주노총은 폭력적이고 프랑스에서 시위할 때 차에 불태우고 폭력을 일삼는 파괴자들이랑 같은 집단”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보수정치권·언론의 공세에 힘 있게 추진하지 못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윤 수석 기용으로 완전히 멈춰버릴 수 있다는 우려다.

민주노총은 이날 낸 논평에서 “윤종원 경제수석에 우려와 실망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기재부 출신의 윤 수석은 ‘포용적 성장’을 이야기하지만 ‘혁신성장’을 내걸고 노골적인 친기업, 친재벌 행보를 노골화하고 있는 김동연 라인과 연결하는 인사”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혁신성장에 대해서도 “기업의 투자동기를 명분으로 규제완화, 노동권 축소, 각종 혜택 부여와 같은 전형적인 친재벌, 친기업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은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와 궤를 같이 한다는 평가가 있다. 경제학 박사 출신인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27일 오전 MBC 라디오 ‘이범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혁신성장은 현 정부의 개념이 아니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또 그 이전에 이런 저런 성장 이론이 있는데 (그런 것들 중 하나)”라며 “현 정부가 혁신성장 이야기한다고 해서 새로운 건 아니다”라면서도, 혁신성장 중심의 경제정책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청와대의 경제참모 대폭 교체 직후 정부여당에서도 혁신성장에 무게를 두는 발언들이 나오고 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7일 오전 여의도 63빌딩에서 중견기업 최고경영자 조찬 강연회에서 “기업가들, 특히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들 주머니는 제한돼 있는데 그 주머니를 털어서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수직 상승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홍 대표의 이런 발언은 최저임금 인상을 ‘자영업자 주머니 털기’로 규정하며 최저임금 대폭인상 정책 전면 수정을 위한 여론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홍 원내대표는 또한 “소득주도성장 속에는 여러 가지가 함축돼 있다”며 “일자리, 공정경쟁, 혁신성장은 하나의 세트(묶음)라서 소득주도성장만 떼놓고 얘기할 수는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노회찬 “경제참모 교체, 소득주도성장론 흔들기라면 우려”

경제참모 전격 교체에 따른 경제정책 기조 전환에 대한 우려는 노동계 뿐 아니라 정치권 일각에서도 제기된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인터뷰에서 “교체는 대통령 권한이니까 얼마든지 할 수 있다”면서도 “(경제참모 교체가) 이제까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기조를 변경한다는 뜻인지 아니면 유지하되 지난 시기에 문책할 만한 일이 있었다는 뜻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기 때문에 청와대 당국이 분명한 입장을 취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노 원내대표는 “소득주도성장론에 대한 일각의 비판이 있긴 하지만 바꿔서는 안 된다”며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리는 것을 통해서 선순환으로 경제성장까지 이르게 만드는 소득주도성장은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노선이자 가장 방향을 잘 잡은 노선이라 생각한다. 이 노선이 흔들리는 경질이 아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보수언론·정당 등이 최저임금 인상과 일자리 확대를 위한 재정 확대 등을 ‘세금 퍼붓기’라고 비난하는 것에 대해선 “일자리를 만들어서 소득을 높여내는 정책에 세금을 쓰지 어디에 쓰나. 국정원 특활비 착복하듯이 그렇게 써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면 세금은 제대로 잘 쓰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시비를 거는 거다. 소득을 아래부터 높여나가겠다는 적극적인 정책에 반대하는 기득권 세력들이 기존에 자기들이 누리던 특혜나 특권들이 와해되거나 손실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저항”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보수언론과 정치권의 공세에 문재인 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며 “오히려 재정정책을 더 좀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 원내대표는 거듭 “소득포기성장은 절대로 안 된다”며 “소득포기성장은 결국 재벌 중심 성장이고 재벌들에게 모든 특혜, 특권을 보장해 주자 이런 논리다. 이건 실패한 논리이고 박근혜 대통령과 더불어 감옥에 가 있는 논리”라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