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일가의 사익편취,
경제 취약계층 몫 뺏는 것
원·하청 불공정 거래, 노동자 임금·노동조건 악영향···노조 대응해야
    2018년 06월 26일 09:5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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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 경제성장을 강조하면서도 소득주도 성장을 위한 핵심 과제인 재벌문제에 관해선 ‘자발적 개선’만 요구하는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편으론 노동진영 역시 재벌개혁의 일환인 원·하청 불공정거래에 대한 적극적인 문제제기의 필요성이 요구된다.

민주노총 주최로 26일 오전 서울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노조가 말하는 재벌 갑질-재벌개혁과 노동운동의 과제’ 토론회에서 금속노조 법률원 소속 노종화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는 선거 당시 핵심공약으로 경제민주화와 재벌갑질 근절을 내세웠다. 그러나 지난 1년 동안 재벌문제에서는 주로 ‘자발적인’ 개선만을 요구해왔다”며 “그 결과 시민사회가 정부에 기대했던 만큼의 재벌개혁 시도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노 변호사는 “재벌로 인한 사회적 폐해는 고스란히 노동자를 비롯한 경제적 취약계층에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공정한 경제 환경 하에서라면 상대적으로 열위에 있는 경제주체들이 누렸어야 하는 이익이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대기업과 총수일가에게 집중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는 문재인 정부만의 과제가 아니라, 촛불혁명을 온전히 완성해야 하는 시민사회의 과제이기도 하다”며 “노동진영을 비롯한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재벌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통한 부의 독식
노동자와 중소영세기업들의 몫까지 빼앗아 가는 것
‘총수 지배력 집중’ 개선되지 않으면 ‘국정농단’ 또 벌어질 것

재벌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문제의 핵심을 ‘경제력 집중 및 불평등 심화’, ‘지배력 집중 및 세습 경영’을 꼽았다.

노 변호사는 경제력 집중 및 불평등 심화 문제와 관련해 “대한민국 경제는 금융위기 이후 더디게나마 줄곧 성장해왔음에도 그에 따른 과실과 경제력은 재벌 대기업집단에게 전부 집중됐다”며 “심지어 이제는 대기업집단 내에서도 최상위 재벌들에게만 이익이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재벌 대기업을 지배하는 소수의 총수일가가 통행세, 일감몰아주기 등 불법·편법적인 방법으로 부를 축적하는 것이 대기업에 경제력이 집중되는 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5월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17년 기준 60개 공시대상 기업집단의 전체 당기순이익 중 약 67%를 상위 5개 재벌 기업집단이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 변호사는 “재벌 총수일가는 다양한 방식으로 법과 규제를 회피하면서, 대기업에게 집중된 경제적 과실을 ‘누구보다 많이’ 향유하고 있다”며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행위가 확대되는 만큼, 노동자를 비롯한 나머지 경제주체들의 몫이 줄어드는 것은 자명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노 변호사에 따르면, 10대 기업집단의 주요주주 65명은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배당금 및 주식가치 상승으로 총 26조 2,128억 원의 부를 증식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약 7조 3,490억 원으로 증식한 부의 규모가 가장 컸고,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4조 952억 원,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3조 6,393억 원으로 뒤를 잇고 있다. 세 사람 부의 증가액만 합쳐도 15조 원으로 10대 기업집단 전체 증식액의 절반이 넘는다.

노 변호사는 ‘재벌의 지배력 집중’의 병폐와 관련해선 단순히 경제적 측면으로만 한정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정부와 재벌 대기업과의 유착해 국정농단을 벌인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재벌 대기업들이 자발적·적극적으로 권력과 유착할 수 있었던 것은 기업 내에서 총수일가의 전횡을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라며 “총수일가에 의한 지배력 집중이 해소되지 않는 한, 박근혜 정권과 같은 국정농단이 다시 발생하지 않는다고 결코 장담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원·하청 불공정 거래, 노동자 임금·노동조건에 악영향
노동진영의 적극적인 문제제기 필요

재벌문제 해결을 위해 노동진영의 보다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재벌문제 가운데서도 원·하청 불공정 거래는 하청노동자의 노동조건, 임금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노동조합이 보다 적극적으로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설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노 변호사는 “노동현장에서 불공정한 거래로 인해 고통 받는 노동자들의 피해 사례를 제보 받아서 취합하고, 적절한 대응방법을 고민하는 역할을 할 일종의 피해신고센터가 필요하다”며 “피해접수의 대상을 중견·중소 협력업체로까지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지금까지 노동조합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었기 때문에 원·하청 불공정거래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그러나 원·하청 불공정거래는 대기업에 의존하는 중소업체 노동자들의 근로조건 개선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원·하청불공정 거래 등 재벌 대기업의 하청업체에 대한 갑질로 인한 임금삭감, 노동조건 악화, 대량 정리해고 등이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

서다윗 전 금속노조 서울지부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자동차 카시트커버를 재단 및 봉제하는 일을 하는 두 하청업체는 매년 임금협상을 할 때마다 ‘원청사 임금이 결정되지 않았다’, ‘원청사와 논의를 해봐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고 전했다.

특히 두 업체 중 4차 밴더인 A회사의 사례는 원청의 하청에 대한 납품단가 인하 요구가 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조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 회사의 임금인상은 최저임금과 같이 갔으나, 총액에서 임금은 제자리걸음을 걸어왔다. 그나마 있었던 2~300%의 상여금과 각종 수당도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야금야금 없애 왔다. 최근엔 유급으로 쉬었던 공휴일과 무상 제공하던 중식마저 없애는 시도를 했다. 회사의 핑계는 하나다. 원청사에서 최저임금 인상만큼 납품단가를 올려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단가인하 압력은 노동강도의 강화를 가져왔다. 저임금, 고강도, 장시간노동이 갈수록 심해져 갈 수밖에 없다”

서 전 지부장은 “납품단가인하, 그것이 명목상이든 실질적 인하이든 상관없이 재벌사들의 납품단가 통제는 하청노동자들의 인격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기본적으로 하청노동자들의 급여수준을 최저임금에 속박시키고, 장시간 고강도 노동을 일상화시킨다”고 지적했다.

재벌 대기업이 저지르는 생산 및 기술 통제 등의 갑질은 하청노동자들의 대량해고까지 불러온 사례도 있다.

금형개발과 사출성형을 주로 하는 B회사는 2003년 LG와 관계를 맺기 시작했다. 2010년을 전후한 시기에 B회사는 LG모바일과만 거래할 경우 생길 수 있는 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해 경쟁사인 삼성모바일과의 거래를 타진했으나, LG는 거래중단 등을 협박하면서 자사의 물량만 생산할 것을 강요했다.

그러나 2017년 LG모바일사업이 대폭 축소됐고, 그 결과는 B회사의 대규모 인원정리로 이어졌다. 2017년부터 시행된 희망퇴직 3차례에 100명 이상의 노동자가 회사를 떠나야 했고, 현재도 B회사는 일방적 정리해고를 예고하고 있다. 500명을 상회했던 노동자는 2018년 6월 기준 180명밖에 남지 않았다.

“밑도 끝도 없는 혁신경제 말고 불공정 갑질이나 뜯어 고쳐라”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경제성장 방향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서 전 지부장은 “최저임금 대폭인상만으로 소득주도 경제성장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면 이는 한국자본주의의 성격과 구조에 대한 지극히 안이한 인식의 결과”라며 “기울어진 소득분배구조, 재벌중심의 약탈적 원하청구조, 이익의 재벌독점체제를 총체적으로 손보지 않고서 ‘노동존중’사회는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밑도 끝도 없는 혁신경제를 주장할 것이 아니라 기초가 튼튼하고 갑질 없는 경제구조를 만들기 위한 대책을 숙고해야 한다”며 “원하청업체 간 불공정과 갑질, 자본과 노동 사이의 불공정과 갑질을 뜯어고치는 것과 최저임금 인상이 함께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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