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오하라 제2의 불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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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04월 26일 04:5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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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 글은 현대 하이스코 조합원이 올해 초에 쓴 글입니다. 내용은 지난해 회사 쪽과 순천시청 등 노사정이 합의한 확약서 내용을 이행하지 않고 오히려 해고와 손배 가압류로 노조를 파괴하는 회사의 모습에 대한 분노와 그들이 크레인에 올라가게 된 동기를 엿볼 수 있는 글입니다. 노동자들의 속마음을 엿볼 수 있는 글이라는 판단이 들어 늦었지만 싣습니다. <편집자 주>

    각오하라. 제2의 불꽃을

    아무런 ‘죄’도
    아무런 이유도
    아무런 영문도 모른채 쫒겨나
    가정이 파탄나고 너희의 협박과 위협에 부모님이 충격으로 쓰러졌다

    나의 ‘죄’
    우리의 죄가 무엇일까?
    죄가 있었다면.
    우리가 태어나고 자란 이곳에서 살고자 했던 ‘죄’
    사람으로 살아있음을 확인하며 살고자 했던 ‘죄’
    간극을 좁혀 극과 극으로 인해 발생되고 있는. 아니 발생될 수밖에 없는 비극의 ‘바벨탑’을 더 이상 쌓지 않으려 했던’죄’
    그 것 말고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없다

    "노조 맹글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고?
    그럴 리는 없다
    대한민국은 미개국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OECD’에도 가입했고 경제와 문화수준이 세계에서 열손가락 안에 드는 자랑찬 문명국 나의조국 대한민국이기 때문이다
    더더구나 지금은 70년 박통시대도 아니고 80년 전통시대도 아니고 민중의 열화와 같은 ‘성원’으로 ‘옹립’된 노무현대통령시대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헌법에 보장돼있고 합법노조 만들었다’는 단 한 가지 이유로 쫒겨나고 파탄나고 쓰러지는 이유가 절대로 절대로 없는 것이다

    그렇담. 뭣땜씨?
    대답이 없다
    이 순간까지도…
    하여
    그 잔인한 ‘폭력’의 시간들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었다

    그래서
    올라갔뿌렀다
    크레인에…

    그래서
    걸었뿌렀다
    목숨을…

    그리고는 외쳐뿌렀다
    “대화 한번만이라도 해보자”라고
    “쫒겨난 ‘원천이유’라도 알자”고

    좋았다
    대답을 안 해줘도 좋았다
    먹고 마시지 못해도 잠 못 자도 좋았다
    전기를 끊어가도 좋았다
    저녘부터 새벽녘까지 끊임없는 침탈을 기도해도 좋았다
    특공대가 천정을 뻥 뚫어가도 좋았다
    무한대로 펼쳐진 별님들을 이불삼고 포근한 달님과 소곤소곤 ‘벗’할 수 있어 더욱 좋았다
    더구나 너희의 그 잔인한 폭력을 중단시키고 있다는, 엄연한 현실을 만끽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더욱 좋았다
    차라리
    지금껏 인류가 쌓아올린 문명을 다 끊어간대도 좋을 듯싶었다
    왜냐면?
    거기엔 너희의 폭력이 발붙일 수 없었으니까…

    아;
    그치만 내려오기로 했다
    져주기로 했다
    ‘이성’에게 ‘감성’이 양보하기로 했다
    ‘감성’이 ‘이성’에게 한 번 더 져주고 한 번 더 양보하기로 한 것이다
    ‘감성’을 죽이고 ‘이성’을 살리기로 한 것이다
    ‘사회적 합의’ 아니 그보다는 ‘확약서’라는 값나가는 ‘용어’에 우리의 전부를 고이 묻어두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역시나.
    그것은 거짓이었다
    기만이었다

    "불법 부당한 해고와 징계이니 ‘원직복직’ 시키라"는
    준엄한 법의 명령을 보름정도 이행한 척 하더니
    또 폐업이란다;
    그나마 남아있던 사업장들까지도 폐업이란다;
    그것도 모자라 가압류란다;
    좋다;
    때려라; 얼마든지 때려라; 얼마든지 맞아주마;
    폐업 즈그 할애비도. 가압류 즈그 고조할애비도 두렵지 않다
    어차피 우리가 가진 건 ‘맨몸뚱이 뿐;
    가져가라;
    우리의 몸뚱이와 ‘영혼’까지도 다 가져가라;
    기꺼이 주마;
    하지만.
    너희가 우리의 몸뚱이와 영혼까지도 가져가지 못한다면.
    그때는…
    그때는…
    너희의 육체와 영혼이 우리에게 압류당할 것임을 각오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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