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갈수록 옹색해지는
    청와대의 전교조 법외노조 관련 입장
    민주노총 법률원, 직권취소 법리 가능성 의견서 공개
        2018년 06월 26일 06:1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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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가 대법원의 판결이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전교조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법외노조 통보를 직권취소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밝히면서 전교조는 물론 시민사회, 정당 등이 강하게 반발,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 법조계는 법원의 판단과 상관없이 이전 정부의 행정조치에 대한 직권취소는 가능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민주노총 법률원과 전교조는 26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노총 법률원의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처분 직권취소의 법리적 가능성 의견서’를 공개했다.

    앞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20일 브리핑에서 “전교조가 노동부의 법외노조 통보에 대해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했지만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직권취소를 결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정부가 직권취소할 수 없다는 논리다.

    그러나 법률원은 의견서를 통해 “처분의 당사자가 제기한 그 행정처분의 취소소송이 계속되는 중에도 처분청은 자유롭게 그 처분을 직권으로 취소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소송 중에 그 처분이 직권으로 취소되는 경우 소송을 유지할 실익이 없어지므로 각하판결을 하게 된다”고 밝혔다.

    법률원은 또한 취소 소송 중에 처분청에 의한 직권취소는 많은 행정 영역에서 행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가 소송 중인 사건에 대한 직권취소를 한 사례도 있다. 한국사 국정교과서 폐기 조치, 세월호 기간제 교사 순직 인정 조치, 기간제 교사 성과상여금 차별 해소 조치 모두 소송 중인 사건이었지만 정부가 직권취소를 통해 문제를 해결한 사례다.

    아울러 법률원은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자체도 위법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의견서에서 “이번 처분은 법령상 근거 없이 이루어졌거나 비례의 원칙(과잉금지 원칙)에 반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해 위법하다”며 “고용노동부의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는 단결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부당한 처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위법에는 이르지 않는다 하더라도 법외노조 통보는 그 제도의 합목적성을 결여하여 단결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라며 “따라서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는 소송 진행 중일지라도, 직권으로 취소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교조는 이러한 법조계의 의견 등을 근거로 청와대에 법외노조 문제와 관련해 입장을 다시 발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전교조는 전날인 25일 논평을 내고 “법외노조 통보 직권취소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인식은 일방적인 입장일 뿐”이라며 “소송 중인 사건에 대해서도 정부의 행정처분이 가능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법리적으로 다툼의 소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 모습(사진=전교조)

    박스 안은 법외노조 직권취소를 촉구하는 청와대 전교조 중집위원들의 삭발 모습

    ‘박근혜 정부의 때려죽이기와 문재인 정부의 말려죽이기’ 뭐가 다른가?

    시민사회와 노동계, 정당 등에서도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를 직권취소해야 한다는 일제히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지난 21일 성명을 내고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내몰고 이를 확정하기 위해 사법부 판결에까지 개입한 박근혜 정권의 ‘전교조 때려죽이기’와 전교조를 노동3권의 사지에 방치하는 문재인 정부의 ‘전교조 말려죽이기’의 차이가 무엇인가”라며 반문했다.

    공공운수노조도 “왜곡된 사실을 근거로 전교조 법외노조 직권취소 불가 입장으로 ‘노조할 권리’ 후퇴키시고 사법부 판결에 영향을 미쳐 ‘제2의 사법농단’ 논란을 일으킨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사퇴하라”며 “문재인 정부는 전교조의 법외노조 행정처분 직권취소하라”고 촉구했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또한 “전교조는 박근혜-양승태의 사법농단 희생양이었다”며 “법외노조 상태를 해결하고 원상복귀하는 것은 적폐청산의 요구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의 당면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적폐청산의 과제를 부여받은 문재인 정부에서 여전히 전교조를 법외노조 상태로 두고 교육개혁을 얘기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곽노현 징검다리교육공동체 이사장도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북 사이, 북미 사이도 대화와 타협으로 합의를 도출하는 작금의 상황에서 정부가 전교조의 신뢰를 얻는 데 필요한 어떤 추가적 대화나 타협 노력도 없이 일방적으로 직권취소 불가 방침을 천명한 처사는 편협하고 신경질적인 율사 정권으로 기울 위험성이 다분하다는 사실을 말해준다”고 비판했다.

    곽 이사장은 “(청와대는) 법외노조 전교조의 고통에 주목하고 대법 판결이 나오기 전에라도 정부 차원에서 법외노조 상황을 실질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가시적 조치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노동당, 녹색당, 민중당, 사회변혁노동자당, 정의당 등 5개 진보정당들도 “전교조 법외노조화는 최근 불거진 ‘양승태 대법원 재판거래 파문’의 핵심 사안이었다. 행정권력과 사법권력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헌법도 보장하는 노동권을 짓밟은 중대범죄”라며 “그러나 문재인 청와대는 도리어 ‘법과 원칙’을 거론하며 국가에 의한 노동권 박탈이라는 범죄를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진보정당들은 오는 27일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직권취소를 촉구하는 등 문재인 정부를 규탄하는 공동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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