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앤서비스’ 1년의 진실
    덩치만 큰 하청회사 허울뿐 직접고용
    SK브로드밴드 설치·수리 기사들 29~30일 상경투쟁 및 파업
        2018년 06월 25일 08:35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문재인 정부 들어 민간기업 최초로 자회사 설립 방식으로 정규직으로 전환됐던 SK브로드밴드 설치·수리 기사들이 “노동조건은 전혀 나아진 바가 없다”며, 29일부터 전 조합원 상경투쟁 및 파업을 돌입한다고 밝혔다.

    희망연대노조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는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회사 전환 후 1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SK그룹 자회사인 홈앤서비스에 고용된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전혀 나아진 바가 없다”고 “제대로 된 직접고용이 아니라, 덩치만 큰 하청회사. 그것이 홈앤서비스 1년의 진실이었다”고 말했다.

    노조는 지난 11일부터 18일까지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한 결과 홈앤서비스 소속 조합원 1402명 중 1,365명(97.4%)가 투표에 참여하여 90.9%(1273명)가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파업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2노조인 SK홈앤서비스노동조합와의 통합 투표에서도 조합원 2163명 중 68.2%(1474명)가 찬성했다.

    이에 따라 1600명에 달하는 전 조합원은 오는 29일부터 30일까지 1박2일 상경투쟁 및 파업을 벌이고, 상임집행부는 무기한 노숙농성에 돌입한다. ▲미전환 하청센터 전환 ▲생활임금 보장 ▲유연근무제 반대 ▲안전일터 쟁취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전환 후에도) SK마크가 새겨진 옷을 입고도 여전히 하청업체를 전전하고 있고, 먹고 살기 위해서는 휴일도 없이 밤낮으로 포인트에 매달려 일해야 하는 포인트제 임금체계도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인터넷 및 IPTV 설치·수리 업무를 담당하는 노동자들을 ‘행복센터’라 불리는 전국 91개의 하청업체 간접고용 비정규직으로 고용해왔던 SK브로드밴드는 간접고용 하청노동자 전원 직접고용을 약속했다. 그리고 지난해 7월 고객서비스를 총괄하는 자회사 홈앤서비스를 공식 출범하고 협력업체 98개 센터 직원 4600여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민간기업 최초로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 직접 고용을 통해 ‘처우개선’을 하겠다는 것이 SK브로드밴드의 정규직 전환 취지였다.

    자회사 설립 1년, 아직까지도 SK브로드밴드 강서홈고객센터, 마포홈고객센터, 제주홈고객센터 소속 노동자는 직접고용되지 않았다. 직접고용이 된 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 역시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홈앤서비스 노동자들의 월 기본급은 올해 최저임금 157만 3,770원을 조금 웃도는 158만원이다. 이에 노조는 기본급 인상과 포인트제 임금체계 폐지, 근속수당과 감정수당 신설 등을 요구했으나 회사 측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포인트제 임금체계는 장시간·저임금 노동의 핵심 원인으로 꼽히고 있으나, 회사 측은 이 임금체계를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노사 이견에도 지속적으로 교섭을 요구했으나 회사 측이 일방적으로 교섭을 취소하거나 “업무가 바빠서 수정 임금안을 준비하지 못했다” 등의 이유를 대며 교섭에 제대로 나서지 않으면서 결렬됐다.

    특히 노조에 따르면, 회사 측은 파업을 앞두고 대규모 신규 채용 공고를 냈고, 홈앤서비스 모회사인 SK브로드밴드 역시 1,000여 명의 대규모 외주 인력을 확보하는 정황이 포착됐다. 파업 돌입에 맞서 불법대체 인력을 투입하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SK브로드밴드는 과거 자회사를 설립하기 전에도 노조의 파업이 예상되면 대규모 외주 인력을 확보해 불법대체 인력을 투입해 파업을 무력화하는 방법을 써왔다.

    노조는 “SK는 처우를 개선하겠다는 ‘대국민 약속’은 헌신짝처럼 내팽개치고 여전히 하청시절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체계를 고수했고, 하청시절 악질 관리자들을 그대로 홈앤서비스로 데려와 노동자들을 탄압하고 있다”면서 “말로는 노동자들을 위한다면서 경영상황을 핑계 대며 근로기준법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전면적인 투쟁으로 노동자들을 요구를 사회적으로 알려내고 SK의 ‘윤리경영’가면을 벗겨낼 것”이라며 “미전환 하청센터를 전환되고, 생활임금을 보장받고, 안전한 일터가 만들어지는 그 순간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희망연대노조는 오는 26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 자회사 전환 이후 노동실태와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개선방안’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