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필 전 국무총리
    훈장 추서에 찬반 논란
    이정미 “군사쿠데타와 유신체제라는 과거 역사에 면죄부···'반대'”
        2018년 06월 25일 12:2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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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지난 23일 노환으로 타계한 가운데, 정부가 김 전 총리에게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하기로 한 방침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5·16 쿠데타와 ‘3당 합당’ 등 그의 행적에 대한 평가가 먼저 정확히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김 전 총리 측은 24일 “김 전 총리가 23일 오전 8시 15분쯤 별세했다”고 밝혔다. 김 전 총리는 당일 오전 서울 중구 신당동 자택에서 119 구급대에 의해 순천향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고 병원 측은 전했다.

    정치권은 일제히 애도를 표했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우리 역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별세를 국민과 함께 애도하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밝혔다.

    박 수석대변인은 “5·16군사 쿠데타, 한일 국교정상화, 9선의 국회의원, 두 차례의 국무총리, 신군부에 의한 권력형 부정축재자 낙인, 자민련 창당, 삼김시대 등 고인의 삶은 말 그대로 명암이 교차했다”며 “가히 한국 현대사를 풍미했다 할 만하고, 고인의 별세로 이제 공식적으로 삼김시대가 종언을 고한 셈”이라고 했다.

    김성원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은 “고인께서는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경제발전을 통해 10대 경제대국을 건설하는데 큰 역할을 하셨다”며 “국가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타계하셔서 더욱 마음 아프고 고인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진다. 남기신 가르침을 잊지 않고 끊임없이 혁신해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의동 바른미래당 수석대변인도 “고인의 영면으로 대한민국 민주주의 한 축이었던 3김시대는 막을 내리게 되었다”며 “고인이 생전에 바래왔던 대한민국 정치발전, 내각제를 바탕으로 한 민주주의의 발전은 후배 정치인들에게 과제로 남았다. 정치변화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어느 때보다도 거센 지금, 고인이 대한민국 정치사에 남겼던 큰 걸음을 바탕으로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야 할 때”라고 했다.

    장정숙 민주평화당 대변인은 “고인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DJP연합을 통해 ‘국민의 정부’ 출범에 큰 기여를 하셨고, 국가를 위해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여 온 한국현대사의 거목”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산업화, 민주화시대로 이어지는 세월동안 고인은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과 함께 ‘3김 시대’를 이끌며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고자 노력했다”며 “이제 3김시대를 이끌었던 마지막 한 분이자, 국가의 큰 어른이셨던 김종필 전 총리가 별세하신 것에 다시금 깊은 애도를 표하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덧붙였다.

    추혜선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에 이어 이제 김종필 전 총리까지 세상을 떠남으로써 3김 시대가 완전히 종언을 고했다. 오래된 역사의 물줄기는 저만치 흘러가고 비로소 새로운 시대가 완전히 자리 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추 수석대변인은 “김 전 총리의 죽음은 우리에게 많은 감정을 느끼게 한다. 적어도 확실한 것은 이제 대한민국이 다시는 그가 주역으로 활동했던 그 시절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라며 “이렇게 역사는 한 걸음씩 전진한다는 것을 확인하며 JP의 죽음을 애도한다”고 밝혔다.

    정의당·민중당, 무궁화장 훈장 추서에는 반대

    그러나 김 전 총리가 별세한 후 무궁화장을 추서하기로 했다는 정부여당의 방침이 나오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무궁화장은 국민훈장 가운데 민간인이 받을 수 있는 가장 높은 등급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5일 정례브리핑에서 김 전 총리에게 무궁화장을 추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의 직접 조문은 하지 않고 김 장관의 훈장 전달로 조문을 대신하기로 했다.

    훈장 수여에 대한 반대 여론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5·16 쿠데타의 주동자’인 김 전 총리의 훈장 추서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게시물이 다수 올라왔고, 여당 일각에선 훈장 수여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이날 오전 상무위 회의에서 “개인의 삶과 죽음에 대해 함부로 말할 수 없고, 떠나는 이에 대한 예는 다해야 한다. 그러나 역사적 평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5.16쿠데타는 갓 싹을 틔웠던 대한민국 민주헌정을 전복한 역사”라며 “(더욱이) 유신체제에 항거했던 이들의 명예회복도 온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훈장은 국가에 뚜렷한 공적을 남긴 이에게 수여하는 것이다. 이후 인생의 어떤 공적이 지난 과오를 덮을 수 있을 지 납득하기 어렵다”며 “정부의 훈장추서가 자칫 군사쿠데타와 유신체제라는 과거 역사에 면죄부가 될 것이라는 우려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며 훈장 추서 계획 중단을 요청했다.

    한창민 부대표도 “김 전 총리는 현대사의 짙은 그늘이자 정치적폐의 일부”라며 “군부쿠데타의 주역이자 독재정권의 2인자에게 훈장을 준다는 것은 헌법정신과 민주주의를 왜곡하는 것”이자 “4.19 정신과 수많은 민주열사의 숭고한 삶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통합이라는 명분은 정치권의 어설픈 변명 이상이 될 수 없다”고 반대했다.

    김종훈 민중당 상임공동대표도 이날 오전 대표단 회의에서 “4.19혁명을 군사쿠데타로 짓밟은 김종필에게 국민훈장을 추서해서는 안 된다”며 “촛불혁명으로 탄생했다고 자처하는 문재인 정부라면 결코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 상임공동대표는 “김종필은 중앙정보부를 만들어 독재정권에 반대하는 국민을 용공, 간첩, 빨갱이로 내몰아 고문하고 목숨을 앗아갔고, 유신독재체제에서 국무총리와 집권당의 대표를 맡아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렸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일협정 뒷거래를 주도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가로막고 피해자들을 고통 속에 빠트린 자다. 전범국인 일본이 제대로 된 사과조차 하지 않는 지금 상황을 만든 것이 바로 김종필”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허울뿐인 국민통합을 앞세우며 역사의 죄인을 추켜세우는 것을 바라는 국민은 없다”며 “문재인 정부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바라는 대다수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 역사의 죄인에게 훈장을 추서하는 일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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