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우 "종부세 강화보다
    국토보유세 강화 방향으로 접근해야"
    "자산불평등, 노동문제, 복지증세 3박자 같이 가야"
        2018년 06월 25일 11:3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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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공정시장가액비율과 세율을 조정하는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을 공개한 가운데, 노무현 정부 시절에 종합부동산세를 추진했던 이정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큰 방향에서 동의하기 어렵다”며 “종합부동산세 방식보단 국토보유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25일 말했다.

    특위가 지난 22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과 공동개최한 정책토론회에서 발표한 ‘공평과세 실현을 위한 종합부동산세제 개편방향’을 통해 발표한 4가지 대안은 ▲현재 80%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연간 10%p씩 단계적 인상해 100%로 올리는 방안 ▲세율의 누진도를 강화해 최고세율을 현행 2.0%에서 2.5%(주택 기준)로 올리는 방안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과 함께 세율도 함께 올리는 방안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전체적으로 인상하되 세율은 다주택자에만 한정해 올리는 방안을 골자로 한다.

    현행 80%인 공시가 비율을 연 10%p씩 100%까지 인상하거나, 주택분 종부세 세율의 누진도를 강화해 최고세율을 2%에서 2.5%로(토지분은 종합합산 기준 2%에서 3%로) 올리거나, 이 두 가지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종합부동산세를 인상하자는 것이다.

    특위는 현행 종합부동산세에 대해 “부동산가격 상승 대비 세수 증가는 미미하고 누진세율체계에도 불구하고 세부담 누진성이 미약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 대비 낮은 세부담 증가로 수직적 형평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세저항에 부딪혀 무력화된 적이 있는 종부세 강화보단, 조세저항이 적은 국토보유세 도입을 통해 보편적 보유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종부세 강화는 ‘선별적 보유세’, 국토보유세는 ‘보편적 보유세’

    이정우 전 정책실장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이범의 시신집중’과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에서) 종부세 먼저 논의하고 재산세는 나중에 논의하겠다고 하는데 그렇게 하지 말고 국토보유세 방식으로 가면서 재산세와 한꺼번에 논의를 해서 큰 틀을 바꾸는 시나리오가 더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번에 발표된 종부세 개편안은 이른바 소수 부동산 재벌에 대한 세금을 강화하는 제도인 반면, 국토보유세는 한 평의 땅이라고 가진 사람들에게 보편적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이 전 실장은 종부세 강화를 ‘선별적 보유세’, 국토보유세를 ‘보편적 보유세’라고 규정했다.

    보편적 보유세인 국토보유세를 통해 걷히는 세금을 기본소득으로 돌려주는 방식을 통해 조세저항을 줄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토보유세로 세금 15조 원 정도가 더 걷힌다. 그것을 전 국민에게 기본소득으로 1인당 30만원씩 돌려줄 수가 있다”며 “대부분 국민은 부동산 보유가 적다. 이 때문에 국민 대다수는 내는 세금보다 돌려받는 게 더 많아지게 된다”고 했다. 보편적 세금인 재산세와 국토보유세를 우선적으로 논의를 시작해서 기본소득까지 논의를 연결시켜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이 전 실장은 소수의 부동자 재벌들에게 세금을 부여하는 방식의 종부세는 강한 조세저항에 부딪힐 것이라며, 조세저항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국토보유세 도입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참여정부 시절에도 종부세를 시행했지만 조세저항으로 무력화된 바 있다.

    그는 “종부세는 선별적으로 부동산 부자에게 중과하는 방식이다. 2%밖에 안 되는 세금임에도 조세저항이 굉장히 컸다. 그 사람들(소수의 부동산 보유자)이 결사적으로 반대하고 언론과 학자, 정치인들이 가세해 큰 힘을 가지고 저항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국토보유세는 워낙 이론적으로 철학적으로 반대할 여지가 없기 때문에 오히려 반대가 적다”고 말했다.

    이 전 실장은 “자기 집 한 채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내는 세금(국토보유세)보다는 돌려받는 기본 소득(1인당 30만원)이 더 많게 된다”며 “그렇게 되면 100명 중 94명은 내는 것보다는 돌려받는 게 더 많기 때문에 100명 중에 94명은 이 제도에 대해서 반감을 가질 이유가 없고 오히려 지지자가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또한 “(국토보유세 도입이) 제한된 땅을 한 평이라도 보유하는 사람은 그 기회에 대해 마땅히 세금을 내는 것이 맞다, 라는 국민개세주의 철학을 널리 알릴 수 있다”며 “철학이 옳고, 누가 보더라도 좁은 땅에 부동산 투기가 너무 심하고 땅값과 집값, 임대료가 너무 비싸고 그래서 살기가 어렵다.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국토보유세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는 대명제에 대해 국민들이 동의를 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종부세 개편의 핵심으로 꼽혀왔던 ‘공시가격 현실화’ 대안이 빠진 것에 대한 지적도 있다.

    정의당 정책위원회는 지난 22일 낸 정책논평에서 “부동산 보유세 현실화를 위한 논의가 시작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부동산 보유세의 한 축인 ‘재산세’와 ‘공시가격 현실화’ 방안이 언급되지 않은 점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현재 종부세를 정하는 것은 세율, 공정시장가액, 공시가격이다. 주택 공시가격 총액에서 기본공제 6억원(1주택자는 9억원)을 뺀 금액에 공정시장가액비율 80%를 곱해 과표를 구한 뒤, 여기에 세율을 적용해 세액을 정한다. 공시가격은 아파트의 경우 실거래가격의 60~70%, 단독주택이나 토지는 40~5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임대료 통제, 복지 증세 등 필요
    “최저임금만 의존해서는 소득주도성장 효과 날 수 없어”

    한편 이 전 실장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소득주도성장이 실현되려면 국토보유세 강화를 비롯해 강도 높은 임대료 통제정책, 복지 증세 등과 맞물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해 “옳은 방향”이라면서도 “적극적으로, 제대로 추진하지 못해서 효과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 실장은 “최저임금에만 너무 의존하는 것은 소득주도성장 효과가 날 수가 없다”며 “복지증세,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불평등과 임대료의 압박 등 자산 불평등과 노동 문제, 복지증세 3박자가 같이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차인 권리를 강화하는 내용의 상가임대차보호법이 야당의 반대로 국회에서 계류 중인 것과 관련해서도 “자본주의라도, 선진국에서는 임대료 통제정책은 다 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것(임차인 보호 장치)을 너무 약하다”며 “집을 가지고 부동산을 가진 사람들이 1년에 임대료를 두 배씩 올리는데도 막을 방법이 없는 나라는 없다”고 비판했다.

    대대적인 복지증세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이 전 실장은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와 당시 문재인 후보가 공약하길 복지 증세를 1년에 박근혜 정부는 25조 원 증세하겠다고 했고 문재인 후보는 35조 원 증세하겠다고 했다”며 “그런데 문재인 정부 지난 1년간 복지증세는 5.5조 원이었다. 이러다 보니 소득주도성장이 효과가 나오기가 어려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소득주도성장론이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것과 관련해선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목하며 “장하성 교수가 몇 년 전에 쓴 책이 <한국자본주의>와 <왜 분노해야 하는가> 라는 책인데 그 책의 골자가 ‘한국의 불평등은 노동불평등이다, 소득재분배 중요하지 않다. 자산재분배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라며 “지금 그 정책이 그대로 가고 있는데 노동불평등 하나만 보면 성공할 수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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