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청회사가 하청 노동자의 사용자다
        2006년 04월 26일 01:0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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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청업체와의 계약을 통해 비정규직을 고용하고, 노조를 만들면 곧바로 계약해지를 해서 쫓아내고, 이에 항의하면 출입금지가처분신청과 업무방해 소송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사용자들의 행태에 제동을 거는 중요한 판결이 나온 것이 뒤늦게 밝혀져 주목을 끌고 있다.

       
     
    ▲ KM&I 군산공장 하청노동자 50여명이 지난 4월 19일부터 인천 본사 앞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 금속노조
     

    금속산업연맹 법률원은 26일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이 최근 결정문을 보내 "KM&I가 4개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을 직접 지휘·감독하면서 실질적인 영향력 또는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었다는 점을 인정"했으며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실질적인 사용자로서 금속노조가 요청한 단체교섭의 상대방이 된다고 판단하고 회사의 가처분신청을 모두 기각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법원의 판결은 지난 4월 12일 내려졌고, 14일 금속산업연맹 법률원에 판결문을 보내와 알려지게 됐다. 이번 판결문을 살펴보면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이라는 대단히 의미있는 판결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 제 2민사부(판사 이상훈 외)는 KM&I 회사 쪽이 낸 ‘출입금지 및 업무방해금지가처분신청’에 대한 판결문을 통해 "분회 조합원(하청노동자)을 고용하고 있는 사용자에 대하여 금속노조의 이름으로 단체교섭을 요청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즉, KM&I 하청노동자들이 가입한 금속노조가 단체교섭을 요청할 자격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청노동자와 실질적인 사용종속관계는 단체교섭 대상이다"

    또, 사용자로서 단체교섭의 상대방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법원은 "하청업체의 근로자가 원기업체의 생산과정에 투입되어 원기업체의 지휘, 명령 하에 근로를 제공하고 있다"며 "원기업체가 하청업체의 근로자에 대하여 실질적인 사용종속관계를 가지고 영향력 또는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경우에는 원기업체 역시 단체교섭의 상대방이 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결했다.

    즉, 하청업체가 하청노동자의 사용자가 아니라, 영향력 또는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원청회사인 KM&I가 하청노동자의 실질적인 사용자라는 것을 명확히 한 판결이다.

    이어 재판부는 "금속노조의 수회에 걸친 교섭요청에 대하여 신청인이 일관하여 단체교섭을 거부함으로써 군산공장에 출입하려는 교섭위원들 및 일부 조합원들과 신청인측 직원들 사이에 일부 폭력사태가 발생한 것이므로, 이와 같은 원인은 신청인측(회사측)의 귀책사유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며 사건신청을 전면적으로 기각했다.

    즉, 일부 폭력사태가 있었더라도 단체교섭을 거부한 것은 회사책임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지적한 것이다.

    이에 대해 금속산업연맹 법률원 김기덕 원장은 "제조업에 만연해있는 원하청 관계에서 원청회사의 사용자성을 명확하게 인정한 첫 번째 판결"이라며 "한마디로 이번 법원의 기각결정은 근로관계는 형식적인 계약이 아니라 실질적인 사용종속관계의 존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는 점을 확인한 것으로서, 향후 위장도급 내지 불법파견의 법률관계를 판단함에 있어 중요한 참고사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용자성 인정 판결이 미칠 파장 매우 커

    이번 판결은 원청회사와 비정규직 노동자들 사이에 걸려있는 수많은 소송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당장 KM&I 회사와 금속노조 사이에 걸려있는 손해배상청구소송과 형사사건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사측에서 하청노동자와의 교섭의무가 없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소송과 고소고발 등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또 이번 판결은 현대자동차와 현대하이스코, 하이닉스매그나칩, 기륭전자 등 하청노동자를 고용한 대부분의 사용자들이 "직접적인 사용자가 아니"라며 교섭은 물론 대화에도 일절 응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는 판결인 것이다. KM&I 군산공장 김영대 분회장은 "우리들의 사용자가 원청회사라는 것을 알린 중요한 판결"이라고 환영했다. 금속노조 이상우 미조직비정규사업국장도 "이번 판결처럼 고등법원과 대법원이 하청노동자의 권리를 인정하는 판결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법률원 권두섭 변호사는 "지금까지 원청회사는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으니까 제3자라며 교섭에 나오지 않았는데 이번 판결은 사내하청, 용역, 파견 등 간접고용된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활동을 획기적으로 인정하는 의미있는 것"이라며 "하급심이지만 원청 사업장의 사용자 책임 인정이라는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KM&I 군산공장 사내하청 노동자 50여명 집단단식농성

    현재, KM&I 군산공장 사내하청 노동자 50여명은 ▲집단해고 철회 ▲불법파견 정규직화 ▲금속노조 중앙교섭 합의사항 이행 ▲북파공작원 투입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며 지난 4월 19일부터 인천 가좌동 KM&I 본사 앞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금속노조 인천지부와 전북지부는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을 요구하며 27일 오후 1시부터 4시간 파업을 전개하고 인천공장 앞에서 항의집회를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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