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숭 중 직권취소 불가능?
이미 문재인 정부 행정취소 사례 있어
전교조, '법외노조 취소' 논란 속 청와대 대변인 비판
    2018년 06월 22일 02:0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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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대법원 판결을 이유로 박근혜 정부 시절 이뤄진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결정을 직권취소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행정조치에 관해선 법원의 판결과 무관하게 행정부의 직권취소가 가능한 사안인데다, 이미 문재인 정부 들어 소송 중인 사건에 관한 행정취소를 한 전례도 있어 ‘공약파기’ 논란이 일고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20일 브리핑에서 “전교조가 노동부의 법외노조 통보에 대해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했지만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직권취소를 결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가 해고자가 노조에 포함돼있다는 이유로 지난 2013년 전교조 법외노조를 통보한 후, 전교조는 2건의 소송을 진행 중이다. 본안 소송인 ‘법외노조 통보 처분 취소 소송’과 ‘법외노조 통보에 대한 효력정치 가처분신청’이다.

본안소송인 ‘법외노조 통보 처분 취소 소송’은 전교조 법외노조 과정에서의 행정부의 조치의 적법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지, 전교조가 법외노조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성격의 소송이 아니다. 본안소송은 전교조가 1, 2심 모두 패소했고 대법원에서는 2년 3개월째 계류 중이다.

김의겸 대변인이 언급한 ‘법외노조 통보에 대한 효력정치 가처분신청’는 본안 소송에 대한 법적 판단이 확정되기 전 정부의 법외노조 통보로 인해 전교조가 입을 우려가 있는 손해를 막기 위한 취지다. 이 또한 전교조가 법외노조냐, 아니냐를 가리는 판결이 아니다. 이 소송에서 1심과 2심 재판부는 연달아 전교조의 손을 들어줬으나 대법원은 원심을 깨고 파기 환송해 사건을 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전교조의 노조 자격 여부를 다투는 성격이 아닌 판결을 근거로 청와대가 “정부가 일방적으로 직권취소를 결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특히 이 재판은 양승태 대법원이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박근혜 정부와 ‘재판 거래’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서울교육단체협의회의 법외노조 철회 촉구 회견(사진=교육희망)

소송 중 직권취소 불가능?,
하지만 문재인 정부 이미 소송 사건 직권취소 사례 있어

재판의 성격이 무엇인지를 별개로 치더라도, 청와대가 소송 중인 사건에 대해 직권취소 등 행정조치를 한 사례가 없는 것도 아니다.

송재혁 전교조 대변인은 22일 오전 MBC 라디오 ‘이범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대통령 취임하자마자 3일 만에 국정 역사교과서 폐기조치 했다. 이것은 10개월 후에 헌법재판소에서 각하판결이 나왔다”며 “세월호 기간제 희생교사들이 제기한 순직 인정 요구소송, 손해배상청구소송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 지시로 8월에 최종 순직처리를 했다. 그러고 나서 두 달 후인 10월에 순직 인정 여부에 대한 소송을 각하처리 한 게 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교육부가 성과상여금 지급대상에서 기간제교원을 제외하기로 한 지침과 관련해서도 정부는 해당 지침을 취소하고 기간제교사 성과급 지급하기로 결정한 바도 있다. 대법원은 정부의 행정조치 후인 지난 2월 18일 “기간제교원을 성과상여금 지급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정당하다”며 원고 패소 취지로 파기환송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러한 전례들은 대법원에서 2년 3개월째 계류 중인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 또한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직권취소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법원 판결을 핑계로 직권취소하지 않는 것은 사실상 박근혜 정부의 노조 탄압 잔재를 ‘방치’하겠다는 뜻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부터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온 바 있어 ‘공약 파기’ 논란도 있다.

송 대변인은 “대법원에 계류 중인 본안소송은 2013년 10월 24일 법외노조 통보를 한 행정조치가 적법한 행위였느냐, 위법한 행위였느냐를 다투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조치가 굉장히 위법하고 부당했다는 너무나 많은 증거들이 쏟아져 나와 있다. 위법성이 증명됐다면 행정조치를 취소하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여기에 관련된 소송도 자동으로 무효가 되는 것이다. 매우 간단하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전교조가 김의겸 대변인을 지목 비판하는 이유

전교조는 청와대의 브리핑이 나온 직후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파기 등을 언급하긴 했지만, 이보단 김의겸 대변인에 대해 더 강하게 비판하는 분위기다.

지난 20일 청와대 앞 긴급 기자회견에서도 전교조는 문 대통령을 향해 김의겸 대변인 경질 등을 요구했고, 송재혁 대변인 역시 “정확하게는 (직권취소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낸 것이) 청와대라고 보고 싶지 않다. 대변인이 그렇게 얘기했다”며 김의겸 대변인을 지목해 비판했다.

전교조는 ‘직권취소를 결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청와대 브리핑에 김의겸 대변인 개인의 의중이 많이 반영됐다고 보고 있다. 주무장관인 고용노동부 장관이 “법률 검토를 통해 가능하다고 하면 청와대와 협의해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청와대가 이를 번복하고 나섰는데, 과연 주무장관을 비롯해 문 대통령까지 이 문제를 협의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냐는 것이다.

하병수 전교조 정책기획국장은 “전날에 장관에게 진전된 입장을 들었는데 12시간도 안돼서 청와대가 오전에 (이를 뒤집는) 발표했다. 청와대 내에서 충분한 소통이 이뤄지기가 시간적 한계가 있다고 본다. 때문에 대변인의 생각이 중요하게 포함되지 않았겠나 하는 의구심을 가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한겨레> 기자 시절부터 전교조가 해직교원 9명을 조합원으로 품기 위한 전교조의 투쟁을 평소 비판적으로 바라봤다. 그는 2014년 6월 24일자 ‘전교조 변해야 산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전교조로 인해 지금처럼 조마조마한 적은 없었다. 세월호 아이들의 목숨과 맞바꾼 진보 교육감 때문이다. 그 소중한 싹이 법외노조를 막아보겠다는 전교조의 총력투쟁 열기에 자칫 말라버리는 게 아닌가 걱정이 앞선다”고 썼다. 또 “애초 해직자 9명을 끌어안고 가는 게 현명한 전략이었나 하는 의문마저 든다”, “작은 일에 지나치게 힘을 쓰다 보면 큰 걸 놓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전교조는 김 대변인의 개인적 판단이 ‘직권취소 불가능’ 결정에 많은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더군다나 지방선거 전까지만 해도 청와대 고위관계자와의 비공식 협상 등을 통해 “부담 없는 시기에 행정조치로 문제 해결” 등을 약속 받았던 상황에서 이를 송두리째 뒤집는 청와대의 결정에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교조의 입장이다.

송 대변인은 “전교조는 노조 아님 통보를 받았을 당시 창립 24년이 지난 해였고, 합법화된 지도 14년이었다. 이미 존재하는 노조를 없애기 위해 박근혜 정부가 시행령을 악용했던 사례였다”며 “이는 군사정권 시절에 있었던 노조해산 명령권을 사실상 부활시켰던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조활동 하다가 조합원이 해고됐다는 이유로 노조에서 내쫓는다면 이것은 노동조합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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