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말 바꾸기·공약 파기,
전교조 반발 "이제 기다림은 끝났다"
장관 “법외노조 직권취소 법률검토” 청와대 “불가능”
    2018년 06월 20일 05:4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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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법원 판결을 이유로 박근혜 정부 시절 이뤄진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을 직권취소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직권취소 가능 여부에 대해 법률적 검토를 해보겠다는 전향적인 입장을 밝힌 지 단 하루 만에 청와대가 주무 장관의 뜻을 뒤집은 것이다.

더욱이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가처분 관련 대법원 판결은 양승태 대법원이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 ‘재판 거래’를 한 사례에 포함돼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전교조는 20일 삭발식을 결행하는 등 청와대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전교조 중집 삭발식(사진=유하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전교조가 노동부의 법외노조 통보에 대해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했지만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직권취소를 결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법률 검토와 함께 가장 적절한 방식을 찾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겠다는 취지로 이해해달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대변인은 “대법원 재심은 언제 나올지 알 수 없다. 현재 정부의 입장은 관련 법령 개정을 통해 이 문제를 처리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변인은 “홍영표·이정미 의원 등이 대표발의한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계류 중이다. 이 법률이 국회에서 합의를 통해 처리되면 정부로서도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8개 중 국내법과 충돌한다는 이유로 비준하지 못하고 있는 4개에도 가입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의 이런 발언은 전날 김영주 노동부 장관이 전교조 지도부를 면담한 자리에서 정부의 법외노조 통보에 대해 직권취소 검토를 시사한 것에 대해 청와대가 한나절 만에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못 박은 것이다. 전교조가 낸 법외노조 통보처분 취소 행정소송이 대법원에 계류돼 있다는 이유로 대법원 판결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행정조치를 할 수 없다는 청와대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기도 하다.

전교조에 따르면 전날 김 장관은 전교조 지도부와 면담에서 “재판 중인 사항이라 직권취소가 어렵다고 판단했으나, 법률 검토를 통해 가능하다고 하면 청와대와 협의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를 ‘직권취소 검토’로 해석해도 되는지에 대한 질문엔 “법률적으로 (직권취소가) 가능하다고 해도 내가 단독으로 결정할 수는 없다”면서 “여러 의견을 듣겠다”고 답했다.

이날 전교조와 노동부 장관의 만남은 문재인 정부 취임 후 처음으로 성사됐다. 게다가 주무 장관이 ‘법률 검토를 하겠다’는 뜻까지 밝힌 터라 정부가 전교조 법외노조와 관련한 정부의 입장에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쏟아졌다. 그러자 김 대변인이 바로 다음 날 브리핑을 통해 ‘불가능하다’고 못 박은 것이다.

장관은 “직권취소 여부 법률 검토”, 청와대는 하루만에 “불가능” 

정부의 전향적인 입장을 기대했던 전교조는 이날 오후 3시 청와대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강하게 항의했다. 특히 김 대변인이 언급한 ‘대법원 재심’ 발언에 대해 “사실을 왜곡한 치명적 오류”라고 반박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 노동부가 내린 ‘교원노동법상 노조 아님’ 통보처분에 대한 취소 행정소송은 1심과 2심 모두 정부 조처가 적법하다는 취지로 결론이 났고, 대법원에선 2년5개월째 계류 중인 상태로 아직 확정 판결이 나오지 않았다. 따라서 법외노조 관련 대법원 판결은 재심 대상이 될 수 없다.

김 대변인이 ‘재심’을 언급한 대법원 판결은 박근혜 정부의 법외노조 통보에 대해 전교조가 낸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에 대한 판단으로 풀이된다. 당시 1심과 2심은 전교조의 효력정지 가처분 주장을 인용했으나, 대법원은 원심을 깨고 파기 환송해 사건을 돌려보냈다. 그러나 대법원의 가처분 청구 기각 취지 결정은 정부의 행정조치가 적법하게 이뤄진 것이라는 뜻일 뿐 전교조의 노조 자격 여부를 직접적으로 다투는 성격의 판결은 아니기 때문에 정부가 행정조치를 철회할 수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주된 해석이다.

조민지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행정청은 위법하거나 부당한 처분에 대해 명시적 근거 없이 직권취소할 수 있다.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중에도 행정청은 직권으로 취소할 수 있고, 행정청이 직권취소하면 소송은 자연스럽게 각하되게 된다”며 “직권취소가 언제든 가능하다는 것은 전혀 새로운 법리, 새로운 주장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법원 판결이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직권취소가 불가능하다는 청와대의 논리에 대해 “법적 무지에서 비롯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조 변호사는 “대법원 또한 행정처분에 대해 직권취소 가능 여부에 관한 규정이 없더라도 행정청은 직권으로 취소할 수 있다는 해석을 했고, 소송 중에도 행정청은 자유롭게 직권으로 취소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실제로도 취소 소송 중에 행정청에 의해 직권으로 취소되면 소송이 각하된 경우가 빈번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전교조는 청와대가 법외노조 행정처분 직권취소에 관한 약속을 파기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전교조에 따르면, 지난해 농성투쟁 중 진행된 수차례 면담에서 청와대 관계자는 6.13 지방선거 이후 직권취소를 통해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는 것이다.

조창익 전교조 위원장은 이날 회견에서 “지난해 말 만난 청와대 핵심 수석은 ‘지방선거 권력 공고히 한 후에 정권에 부담이 없는 시기에 전교조 문제 반드시 해결하겠다. 대법원 판결 뒤에 숨지 않겠다. 행정조치로 반드시 전교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다. 이 말이 거짓이 아니라면 청와대는 오늘 대변인의 브리핑을 다시 교정해서 전교조한테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의 약속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을 앞둔 지난해 4월 20일 ‘새로운 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사회적교육위원회’에 보낸 정책질의 답변에서 “임기 초반에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 조치를 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날 김 대변인의 브리핑은 사실상 대선 공약을 전면으로 파기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직권취소가 가능함에도 법률 개정을 통해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발언 역시 무책임한 태도라는 비판 제기될 수 있다. 전교조는 “야당의 반대로 교원노조법 개정이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음에도 이를 대안으로 제시한 것은 시간 끌기”라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없는 것으로 지난 정권의 적폐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전교조 중집위원 23명은 이날 청와대의 책임 있는 답변을 요구하며 삭발을 결행하며 문재인 대통령의 면담을 요구했다. “지난해 청와대의 책임 있는 인사들의 법외노조 행정처분 약속이 이행되도록 해야 하며, 법외노조 직권취소 법률 검토에 따라 법외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주무장관의 약속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전교조는 오는 7월엔 전 조합원 연가투쟁 등을 통해 투쟁 강도를 높일 계획이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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