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 전기, 에너지, 교육 등 전분야 빨간불
    By tathata
        2006년 04월 25일 06:0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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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FTA가 공공부문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전망하는 토론회가 개최됐다. 민주노총 공공연맹, 전국공무원노조, 전교조, 화물통합노조(준),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보건의료단체연합 등으로 구성된 ‘한미FTA 저지 공공서비스 공동대책위’는 25일 ‘노동자와 수급자가 바라본 한미FTA와 사회공공성’이라는 주제로 서울여성프라자 아트홀에서 토론회를 열었다.

    형식은 토론회였으나, 분위기는 한미FTA라는 거대하고도 낯선 경제환경이 공공부문에 몰고 올 파장과 효과를 학습하는 열띤 강의실을 연상케 했다. 한미FTA를 저지하기 위해서는 한미FTA를 읽어내는 것이 우선 필요했기 때문이다. 각 분야 발제자들의 내용을 간추려 요약한다.

       
     
    ▲ 한미FTA저지 공공서비스 공대위가 ‘노동자와 수급자가 바라본 한미FTA와 사회공공성’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25일 개최하고 있다.
     

    박형모 전국공무원노조 대외협력실장은 한미FTA가 정부의 민영화 정책을 가속화시켜 공공부문의 구조조정을 거세게 몰고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실장은 “정부의 민영화 정책은 이미 상수도 민영화, 구조조정, 민간위탁, 아웃소싱은 물론 기업경쟁 원리인 총액인건비제, BSC(balanced score card : 균형성과지표), 임금피크제, 연봉제, 개방형 임용제의 도입으로 급속도로 도입되고 있다”며 한미FTA는 ‘행정 민영화의 완결판’임을 강조했다.

    각종 행정조직 기구의 통폐합과 지역별 특성화도시 도입, 기업도시 지정 등도 자본의 질서에 의해 조정되는 행정조직의 재편인 점에 비쳐봤을 때, “한미FTA가 체결되면 행정부문의 구조조정은 완결되어 공무원노동자의 고용불안과 비정규직 확대, 공공서비스의 질 저하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미FTA가 교육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공교육의 붕괴를 더욱 앞당길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철호 전교조 참교육연구소 소장은 송도국제학교와 제주특별자치도의 국제고등학교의 사례를 들었다. 송도국제학교는 경제자유구역의 외국인 투자자 자녀들을 위해 설립되는 교육기관으로 지난 3월부터 공사가 시작됐다. 이 학교는 내국인학생 입학비율을 10%로 제한하지만, 개교 후 5년 이내에는 내국인 학생비율을 재학생 수의 30%범위로 설정해 놓고 있으며, 연간 수업료는 2,000만원선으로 예상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에 들어서게 될 국제고등학교 또한 학교 운영의 자율성을 대폭 부여하여, 외국인 기간제 교원자격에 있어 국내외 교사자격증이 없는 외국인도 기간제 교원으로 임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소장은 한미FTA가 체결되면 송도국제학교 등에서 보이는 것처럼 “공교육의 기본인 교육과정과 교원양성과 임용을 자발적으로 포기하는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한미FTA로 미국의 교육기관이나 사교육산업체가 한국에 진출하게 되면 “미국계 교육기관에 진입하기 위한 과열경쟁은 더욱 극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한국의 사립대들 역시 외국기관과 동일한 법적 지위를 요구하게 돼 대학의 영리추구의 제도적 장벽의 제거를 들고 나올 수 있다”며 이렇게 될 경우, “대학의 기부금 입학제 실시, 국립대 법인화, 대학 구조조정은 더욱 촉진되어 대학 공공성은 추락하게 되고, 교육은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자에게만 제공되어 교육차별은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에너지산업의 사유화가 확대되어 전력, 가스의 가격통제는 무너지게 될 것이라는 경고도 나왔다. 신익수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집행위원은 먼저 미 무역대표부(USTR)가 한미FTA 협상 개시에 앞서 미의회에 보낸 서한이 공기업에서의 경쟁제한과 각종 무역장벽을 축소하거나 제한하는 것을 포함하고 있는 것을 지목했다. 신 위원은 이것이 “현재 외국인투자의 지분제한을 없애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현재 한국전력은 40%, 가스공사는 30%로 외국인 지분취득한도를 제한하고 있다.

    그는 또 미무역대표부가 지난 3월 31일 발표한 연례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에서 한국가스공사를 직접 거론하며 민영화를 촉구한 것도 한미FTA 협상에서 에너지 산업 사유화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풀이하고, “한미FTA는 한국에서 공공의 영역에 남아있던 전력과 가스가 완전한 시장경쟁체제로 편입되어 초국적 자본의 직접지배에 들어가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엑슨 모빌, 토탈, 세브론과 같은 세계적인 메이저 에너지사들이 한국 에너지산업에 진출하게 될 경우, “가격통제는 물론 수급통제조차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미FTA가 가져올 약값폭등이 건강보험재정을 파탄시키고, 건강권을 파괴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한국정부는 한미FTA 사전협상으로 약값 입찰제나 이윤제한제 등 모든 약값절약정책 도입의 중단을 약속했다. 이와 함께 미국은 지적재산권의 강화로 인해 의약품 특허기간 또한 현재의 20년에서 보다 장기적으로 늘리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다국적 제약회사의 글리벡과 같은 ‘혁신적’ 신약의 경우 선진 7개국의 평균가격으로 약값이 정해지는 현재의 약값제도를 모든 외국의 신약에 다 적용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보건의료단체연합 우석균 정책실장은 “약값인상은 현재 건강보험재정에서 차지하는 30%의 약재비를 더욱 상승시켜 건강보험재정을 파산시킬 것”이라고 예고했다. 영리보험의 확대, 민간보험의 팽창 또한 불러일으켜 “한미FTA는 건강보험의 파산이고, 한국의료제도의 붕괴”라고 그는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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