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잘못된 법·제도 바뀌지 않으면
    제2, 제3의 궁중족발 사태 벌어져
    맘상모 등 중소상인들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 처리 호소
        2018년 06월 16일 12:1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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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대인의 말 한마디에 삶의 터전을 잃어야 하는 것이 법이라면, 어느 누가 마음 편히 장사할 수 있을까요? 제2, 제3의 궁중족발과 같은 잘못된 법과 제도가 만들어낸 비극이 사라지려면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반드시 이번 국회에선 개정되어야 합니다”

    궁중족발 사장 윤경자 씨를 비롯해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맘상모),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한국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 등은 15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2의 궁중족발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즉각 처리해 달라”고 국회에 호소했다. 회견엔 더불어민주당 우원식·박주민 의원, 정의당 추혜선 의원 등도 참석했다.

    궁중족발 사태는 새로운 건물주가 300만원이던 월세를 “1200만원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궁중족발은 터무니없는 임대료에 항의하며 기존 월세를 내겠다고 항의했으나 건물주는 3개월 간 납부 계좌도 알려주지 않은 채 명도소송을 진행했다.

    이후 건물주는 궁중족발이 5년 이상 된 가게라는 이유로 상가임대차보호법에 따라 계약 갱신을 하지 않겠다고 소송 청구 취지를 변경했다. 법은 건물주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건물주는 12차례의 강제집행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는 사설용역까지 동원한 폭력집행으로 궁중족발 사장인 김 씨는 손가락 4개가 부분절단 당하는 사고가 발생했으나, 건물주는 지난 6일 가게 내부에 사람이 있음에도 지게차로 문을 부수며 끝내 강제집행을 완료했다. 그 직후 임차인인 김 씨가 건물주에게 둔기를 휘둘러 다치게 한 혐의로 구속됐다.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의 상가건물임대차 보호법이 그 허술함으로 인해 오히려 건물주의 ‘갑질’을 정당화해주는 악법으로 변질된 것이 궁중족발 사태의 본질이다. 맘상모 등은 김 씨가 저지른 폭력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지만, 임차인을 보호하지 못하는 상가건물임대차 보호법을 고쳐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2002년 처음으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되고 ‘누구나 최소한 5년은 안정적으로 장사할 수 있다’고 법은 이야기했지만, 법은 그 누구의 권리도 보호하지 못했다. 건물주가 ‘나가라 하면 나가야’ 하는 세상은 그렇게 법과 제도에 의해 더욱 더 공고히 됐다”고 말했다.

    올해 1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시행령 개정으로 임대료 인상률 상한이 9%에서 5%로 낮아졌지만, 임차인 계약 보호 기간은 5년밖에 되지 않는다. 한 자리에서 열심히 일해서 단골손님을 만들고 자리를 잡아도 5년 후에 건물주가 ‘나가라’고 하면 임차인은 어떤 법의 보호도 받지 못한 채 나가야 한다.

    이들은 “임차인에게 임대인의 ‘나가라’ 한마디는, 그야말로 모든 것을 잃고 삶을 송두리째 빼앗기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궁중족발의 일은 단순히 한 가게만의 문제가 아니다. 같은 동네인 서촌에서 장사를 하는 많은 상인들이, 임대인이 요구하는 폭등하는 임대료를 울며 겨자 먹기로 내고 있다. 이 요구를 거절하면,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고 쫓겨나기 때문이다. 서촌뿐만 아니라, 서울 곳곳에서, 더 나아가 전국 곳곳에서 이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맘상모 등은 상가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언제든지 제2의 궁중족발 사태는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리 맘상모 공동운영위원장은 “2016년 박주민 의원이 대표발의한 상가법 개정안이 2년이 지난 지금에도 통과가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박주민 의원 등 20대 국회에 발의된 개정안들은 임차인의 계약 갱신 청구 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거나 기간 제한 규정을 삭제하는 내용들을 담고 있다.

    김 공동운영위원장은 “무리한 법 개정도 아니다. 국회가 나서고, 정부가 나선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며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통과시켜 줘야만 제2, 3의 궁중족발과 같은 불행한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정부 여당에 촉구했다.

    김종보 민변 민생위원회 공정경제팀장도 “2015년 라떼킹부터 우장창창, 아현포차 까지 수년 째 상가임대법 문제로 많은 사람들 다치고 끌려 나가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졌다”며 “여당은 야당 탓만 하지 말고, 이번 정기국회에선 상가건물임대차 보호법 개정안을 꼭 통과시켜 달라”고 호소했다.

    우원식 의원은 “5년으론 임차인이 권리금 투자원금을 영업활동으로 해소하기 힘들다. 프랑스는 9년, 영국은 법원을 통해서만 임대차 계약 종료 가능하다. 외국의 경우를 봐도 우리 상가임대차 보호법은 매우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영업하는 사람들의 진짜 고통은 최저임금 인상이 아니라 마음 편히 장사할 수 있는 권리 빼앗는 불합리한 제도와 갑질”이라며 “20건이 넘는 법안이 발의된 상태지만 자유한국당의 끊임없는 반대로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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