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실화해위, 출범 이후 첫 조사 나서
        2006년 04월 25일 04:3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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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5월 ‘진실과화해를위한기본법안수정안(이하 과거사법)’의 국회 통과 이후 12월 1일 공식 출범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원회)가 25일 오전 진실·화해위원회 전체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16건의 첫 조사대상을 발표하면서 출범 5개월만에 처음으로 조사 개시에 들어갔다.

    진실·화해위원회 산하의 민족독립규명위원회와 집단희생규명위원회, 인권침해규명위원회 등 3개 소위원회는 접수된 신청서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증인진술, 자료조사 등을 거쳐 조사개시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진실· 화해위원회가 우선 조사대상으로 결정한 사안 16건 중 민족독립규명위원회 소관으로는 1919년 영동군 황간면 장터 만세운동, 중국지역 항일 독립운동, 40년대 반탁운동가들의 소련 유형 등 3건으로, 그동안 문헌자료의 부족 등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규명과 일제 강점기 당시 강제 노역에 투입된 구소련 지역의 재외동포사를 재조명하는 작업을 벌일 예정이다.

    또 집단희생규명위원회 소관으로는 총 10건으로 한국전쟁 전후에 일어난 집단 학살 사건을 조사할 예정이다. 이 중에는 미군 폭격에 의한 집단희생사건의 전형인 단양 곡계굴 학살사건, 보도연맹원과 교도소 수감자 등 총 3,500명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경산 코발트 사건, 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사건인 문경 석달 사건 등이 선정됐다.

    또한 45년 이후부터 현재까지 국가 공권력에 의한 반민주적 인권침해 사례를 조사할 인권침해규명위원회는 총 3건의 우선 조사 대상을 선정했다.

       
     
    ▲ 진실화해위원회는 25일 기자회견을 통해 출범 5개월만에 첫 조사개시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5·16쿠데타 이후 반국가단체인 북한의 활동을 고무·동조하였다는 이유로 언론사 사주에게 특수범죄처벌에 관한 특별법 제6조를 적용해 사형을 선고하고 그로부터 2개월만에 사형을 집행한 최초의 필화 사건인 민족일보 조용수 사건, 귀순한 북한 조선통신 부사장이 제3국행을 기도했다는 이유로 간첩혐의를 씌워 사형을 집행한 이수근 간첩사건, 지난 91년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 사회부장 김기설이 노태우정권 퇴진을 요구하며 유서 2매를 남기고 분신 후 투신자살한 데 대해 유서를 대필했다는 혐의로 징역 3년을 살게 한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등이다.

    특히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의 경우 지난해 경철청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가 진상규명 작업에 들어갔지만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부터 자료공개를 거부당해 조사를 끝마치지 못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진실·화해위원회는 경찰청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와는 달리 진실·화해위원회 법에 의거, 자료제출 명령권을 발동할 수 있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 보유하고 있는 사건의 수사·재판기록 등과 유서 원본까지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적극적인 조사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자료를 확보하는 데 대한 법률상 어려움은 없는 상태이지만 진상규명에 임할 대부분 사건들의 시점이 가깝게는 10년, 멀게는 60년이 넘게 차이나 모든 자료를 확보하는데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진실·화해위원회 민원실이 지난 5개월간 접수받은 진실규명 신청 건수는 총 2,886건에 달했다. 이 중 우선 조사대상으로 선정된 사건은 388건이다. 나머지 2,400여건의 사건은 우선 조사대상 사건의 조사가 진척되는 대로 진실규명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며, 신청접수에서 각하된 사건은 100여건이다.

    진실·화해위원회 김갑배 인권침해규명위원장은 “각하된 100여건은 가해자 주체가 불분명하고 국가 공권력을 통해 가해진 사건이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진실·화해위, “조사위원 인력난 심각해”

    오는 11월 30일까지 민원실을 통해 진실규명 신청을 받을 예정인 진실·화해위원회는 이날 발표한 16건 외에도 2,700여건에 달하는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 작업에 나서야 한다.

    현재 180여명의 조사위원이 꾸려진 진실·화해위원회는 각 소위별로 20~40명의 조사위원이 배정되어 있지만 실제 접수되는 신청서를 일일이 검토하는 데에도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고 진실·화해위원회 관계자는 밝혔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조사과정을 통해 "진상규명 작업을 거쳐 ‘진실규명’ 또는 ‘진실규명 불능’ 결정을 내려 사안별로 국가 기관과 각 지자체에 진실규명 사건 피해자의 피해 및 명예회복을 위한 권고조치를 내릴 예정이며, 가해자에 대해서도 적절한 법적·정치적 화해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적 강제력이 없는 권고조치로 피해자의 명예회복 및 피해보상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 진실·화해위원회 유한범 대외협력과장은 “법적 강제력이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특정 시기나 사안만을 다룬 다른 진상규명위원회와는 달리 진실·화해위원회는 사회 전반적으로 벌어졌던 반인권·반민주 인권침해 사건을 종합하여 조사에 임할 예정이어서 사후 조치에도 나아지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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