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색 꿈' 봄날과 함께 사라지나
    2006년 04월 24일 09:2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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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금실 후보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예전같지 않다. 죽끓듯 변하는 게 여론이라지만 며칠새 변해도 너무 변했다. 강 후보의 소식을 하나라도 더 실어나르려고 귀를 세우던 언론도 시들해졌다. 강 후보의 대변인인 오영식 의원의 브리핑도 ‘열기’가 식었다. ‘지지율 1위 후보’로서 MBC 100분토론 출연을 자제하는 ‘배려’를 보인 게 언제적 얘긴가 싶을 정도다. 4월 벽두에 몰아쳤던 ‘보라색 강풍’은 이렇게 사그라드는가.

"강금실 지지율 올들어 경향적 하락세"

   
  ⓒ이지폴뉴스

<레디앙>은 올 들어 보인 강 후보의 지지율을 복기해봤다. 강 후보의 지지율 추이를 보면 의미있는 현상이 하나 관측된다. 올 들어 강 후보의 지지율이 경향적으로 하향세를 보였다는 사실이다. 물론 그때그때 순간적인 반등은 있었다. 그러나 추세는 계속 내리막길이었다.

일각의 평가처럼 오세훈 후보의 등장이 강풍을 잠재운 근본적인 원인은 아니라는 얘기다. 강풍의 근원은 당초 취약했고 오풍의 등장은 이를 촉진한 계기가 됐다는 것이 사실에 가깝다. 이는 앞으로 강 후보의 지지율 반등이 간단치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강 후보의 지지율 추이는 크게 4개의 시기로 나눠 분석할 수 있다.

"정치와 비정치의 경계에서 강풍은 가장 거셌다"

먼저 올 1월이다. 이 때 강 후보는 경계에 있었다. 정치권에 속해 있지도 않았고 정치적 관심의 대상에서 완전히 벗어나있지도 않았다. 강 후보는 당파적 색채를 묻히지 않을만큼, 그러나 정치적 관심은 충분히 받을 만큼 정치와의 거리를 유지했다.

법무장관에서 물러난 이후 일반에게 각인된 강금실의 ‘자유롭고 무당파적이고 똑똑한’ 이미지 그대로였다. 이런 결과 지난 1월 26일 리서치앤리서치의 서울시장 후보 여론조사에서 강 후보는 맹형규 후보를 53%대 34.2%로, 홍준표 후보를 50.4%대 35.6%로 압도할 수 있었다. 이 때 강 후보는 지지율의 정점을 찍었다.

"강 후보의 지지율은 여권에 대한 지지율과 함께 움직인다"

두번째 시기는 이해찬 총리의 ‘3.1절 골프파문’과 함께 온다. 강 후보의 지지율은 한나라당의 맹형규, 홍준표 후보 모두에게 순식간에 역전당하고 만다.

강 후보는 3월 10일 CBS-리얼미터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맹형규 후보에게 31.6%대 44.5%로, 홍준표 후보에게 35.2%대 44%로 역전당한다. 다음날 내일신문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강 후보는 맹 후보와 홍 후보에게 각각 36.8%대 46.8%, 40.6%대 43.8%로 뒤집힌다. 이해찬 총리의 3.1절 골프파문의 여파가 강 후보의 지지율 하락으로 고스란히 옮겨 온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이 하나 드러난다. 상대적으로 자유롭기는 하나 강 후보의 지지율이 여권에 대한 평가와 근본적인 층위에서 같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현재의 정당지지율이 유지되는 한 강 후보의 뒤집기가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보라색 강풍이 정가를 강타하다"

   
  ⓒ이지폴뉴스

세번째 시기는 강 후보의 출마가 가시화되기 시작한 시점부터 출마선언 직후까지다. 강 후보의 지지율은 이 때 다시 수직으로 치솟는다. 서울시장 출마선언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여론의 관심과 호응이 집중되기 시작한 것이다. 3월 15일 이해찬 총리의 사퇴를 고비로 여권에 대한 험악한 여론이 한풀 꺾인 것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3월 22일 미디어리서치의 여론조사에서 강 후보는 맹 후보와 홍 후보를 각각 37.1%대 32%, 38.3%대31.5%로 따돌린다. 이후 강 후보의 지지율은 급격히 치솟는 모양세를 보인다. 3월 26일 동아일보-코리아리서치 여론조사에서 강 후보는 맹 후보와 홍 후보와의 격차를 각각 47%대 30%, 49%대 27%로 벌리더니 급기야 4월 1일에는 지지율 50%의 벽을 돌파하고 맹 후보와 홍 후보를 각각 53%대 27%, 53%대 24%의 더블스코어로 앞서는 기염을 토했다. 정치권에 이른바 보라색 강풍이 휘몰아친 시기다.

1월 이후의 기조적인 내림세에서 폭발적인 반등세로 돌아선 이 시기는 강 후보에게는 대단히 뜨겁게 찾아온 ‘인디언 서머'(가을과 겨울 사이 찾아오는 짧은 여름으로 북미에서 나타나는 현상. 우리의 꽃샘추위와 비교된다)였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인디언의 여름’은 오래 가는 법이 없다.

"좋았던 시절은 가고"

강 후보의 좋았던 시절은 3주를 넘기지 못했다. 4월 8일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의 등장으로 강풍은 갑자기 멎어 버린다. 승승장구하던 강풍은 4월 8일 미디어리서치의 여론조사에서 오세훈 후보에 42%대 42.4%로 근소하게 밀리기 시작한다. 4월 9일 갤럽 조사에서 43.1%대 41.3%로 근소하게 앞선 것 말고는 이후 강 후보와 오세훈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지속적으로 벌어지는 양상을 보인다.

4월 11일 코리아리서치의 조사에서 강 후보는 36.4%대 39%로 오 후보에게 밀리기 시작하더니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2일 리얼미터 조사에서 36.2%대 45.4%, 13일 미디어리서치 조사에서 39.9%대 43.6%, 15일 메트릭스 조사에서 33.3%대 46.6%, 16일 갤럽 조사에서 39.3%대 46.5%의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유권자가 원하는 건 강금실이 아니라 새 정치"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우선 강 후보가 독점적으로 향유하던 새 정치의 이미지를 오 후보가 나눠가졌다는 데에 이견이 없다. 유권자들에게 강 후보는 새로운 정치의 ‘운반 도구’ 정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얘기다. 유권자에게 중요한 것은 강금실이 아니라 새로운 정치다. 새로운 정치에 대한 다른 가능성이 나타나면 여론의 지지는 얼마든지 옮겨갈 수 있다. 오세훈 후보의 등장 이후 강금실 후보에게 나타난 일이 바로 이것이다.

이를 극복하려면 둘 중 하나를 해야한다. 먼저 새로운 정치의 이미지와 강금실의 ‘인격’을 분리불가능하게 묶어놔야 한다. 유권자들이 새로운 정치의 수단으로서 강금실을 보게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강금실’을 통해서만 ‘새로운 정치’를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2002년 노무현 후보가 이런 일을 했다. ‘민기획’ 박성민 대표의 말을 빌리면 "노무현에게는 새로운 시대를 연다는 감동이 있었지만 강금실에게는 그런 것이 없다"는 얘기다.

다른 한가지 방법은 이미지를 실질로 보충하는 방법이다. 새정치의 이미지와 ‘인격’을 묶은 것이 노대통령처럼 대단히 특수한 퍼스낼리티를 가진 사람에게 가능하다면 이 방법이야말로 강 후보가 택해야할 정공법이라 할만하다. 정책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도 강 후보는 성공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강 후보가 내놓는 공약은 오명박(오세훈+이명박)의 개발공약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강 후보가 강조하는 정책 결정 과정의 ‘시민참여’는 그리 눈에 띄지 않을 뿐더러 어쩌면 눈에 띄지 않는 것을 미덕으로 내세우는 가치에 가깝다. 아무리봐도 선거 시기에 생색내기에 적합한 운동 방식은 아닌 것이다.

물론 다른 여건들이 우세하다면 강 후보의 이런 전략적 선택항이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강 후보는 모든 여건이 불리하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정당지지도 격차는 아직도 멀기만하다. 그래서 필사적으로 개인과 개인의 싸움으로 몰고가야 한다. 그런데 현재까지는 개인과 개인의 싸움에서도 실패하고 있는 것이다. 이게 정말 ‘강금실 문제’다.

"한 번의 기회는 반드시 온다"

그렇다면 앞으로 반등은 가능할까. 전문가들은 반전의 계기가 한 번은 올것이라고 말한다. 한번의 기회를 어떻게 잡아채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박성민 대표는 "얼마든지 시간은 있다"고 말했다. "전략을 짜기에 따라 얼마든지 뒤집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길리서치 홍형식 소장은 "서울시장 선거가 정당지지율로 수렴되는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한나라당 지지율도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선거전 과정에서 한나라당 지지율이 크게 출렁거릴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홍 소장은 한나라당 후보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반전의 계기는 달리 찾아올 수 있을 거라면서도 큰 틀에서 보면 "강 후보가 양극화 카드를 어떻게 쓸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극화’를 기준으로 한나라당과 선명한 대립각을 만들어야 그나마 해볼만한 싸움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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