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벌문제 해법, 독일모델에서 배우자
        2006년 04월 24일 07:2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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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현대차그룹 사태를 계기로 재벌에 대한 사회적 감시 여론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재벌 지배구조의 대안으로 독일식 모델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민주노동당 부설연구소인 진보정치연구소(소장 장상환)는 24일 [좋은기업만들기 시리즈 1부 2편 ‘위기의 현대차그룹 어디로 갈 것인가’]라는 보고서에서 "현대차 사태의 해법은 사재출연이 아니라 내부통제제도의 강화이며 윤리위원회를 설치해 의사결정의 투명성을 높인다는 것도 여전히 실효성이 없는 임기응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현대차그룹의 1조원 사재출연 약속은 문제의 해법과는 무관하며 윤리위원회를 설치하겠다는 것도 형식적인 제도를 하나 더 추가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보고서를 작성한 조진한 연구위원은 "기존에 설치된 사외이사제와 내부거래위원회 또는 감사위원회를 통해서도 제어할 수 없는 재벌 일가의 비리를 윤리위원회가 과연 어느정도 감시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비판했다.

    조 연구위원은 노동자의 경영참가를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실질적인 기업의 민주주의가 진작되어야만 총수 일가의 전횡을 근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 연구위원은 독일의 사례를 들고 있다. 독일에서 노동자의 경영참가가 이뤄지는 경로는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산별노조다. 산별노조는 산업 단위의 노사교섭을 통해 사회적 규율을 정하게 된다. 다음은 사업장평의회로 사용자측과 함께 사업장의 세세한 사안을 결정하게 된다. 사업장평의회는 종업원 전체의 대표기구로, 단체교섭과 단체행동을 주도하는 산별노조와는 다르다. 마지막으로 기업의 감독이사회에 노동자가 참여해 주요 의사결정을 감시하고 통제한다.

    감독이사회는 주주측과 노동자측, 그리고 주주와 노동자가 동의하는 중립인사들로 구성된다. 이런 인적 구성 때문에 단순한 감시 역할을 넘어 이해관계자들의 이해를 조정하는 네트워크 역할을 할 수 있다. 조 연구위원은 "여러 이해당사자로 구성된 감독이사회는 구성원리상 기업의 투자와 고용이 국민경제 전체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이끌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이 특정 이해관계자에 휘둘리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요컨데, 영미식이 주주이익 극대화를 핵심으로 그를 보장하는 제도적 절차들을 규정하고 있다면, 독일식은 주주이익과 노동자 이익, 그리고 사회적 이익을 고루 중시하고 있다. 여기에는 기업에 대한 다른 가치판단이 깔려 있다. 영미식 제도가 기업의 주인을 주주로 규정한다면, 독일식 제도는 기업을 일종의 ‘사회적’ 조직 혹은 제도로 바라보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기업들은 영미식 스탠다드를 일괄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럼에도 재벌 총수 일가의 전횡이나 비리는 그치지 않고 있다. 이는 영미식 제도의 도입이 과연 근본적인 해결책인가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한다.

    조 연구위원은 "독일식 기업지배구조는 미국식보다 민주적이었으며 그 결과 장기적이고 안정된 기업운용이 가능했다"면서 "우리도 사외이사제나 집단소송제와 같은 영미식 제도로 위기를 일순간 넘기려하지 말고, 계급적 수준의 갈등이 어떻게 기업 내부수준에서 용해되고 작동하는가를 숙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연구위원은 "막대한 규모의 경제적 비중을 차지하면서도 편법과 탈법에 의지해 비민주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재벌 체제를 근본적으로 수술하는 것은 한국경제의 수준을 한단계 높이기 위한 임계점"이라며 "산별노조와 사용자간의 대화를 통해 사회적 노사규율을 확립하고, 작업장 내 민주주의를 활성화하며, 노동측의 이사회 및 감사위원회 참여를 통해 기업지배구조를 민주화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결론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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