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기위해 싸우는 농민들의 집
        2006년 04월 24일 06:2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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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980년대 말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농업 개방정책에 맞서 지역과 작목에 관계없이 단일한 농민 투쟁 조직을 만들자는 공감대를 통해 지난 1990년 창립한 전국농민회총연맹(이하 전농)이 24일로 창립 16주년을 맞았다.

    전농은 지난 16년동안 우루과이라운드협상 반대 운동과 WTO 수입개방 반대, 수입쌀 개방 저지 투쟁 등 식량주권 사수 투쟁과 97년 노동법 날치기 통과 무효투쟁, 신자유주의 반대 등 민중생존권 쟁취를 위한 광범위한 운동을 전개해왔다.

    출범한 첫해부터 우루과이라운드라는 개방화 정책에 맞서싸운 전농은 지난 2003년 한칠레 FTA 협상 저지투쟁에 총력을 기울였고, 같은 해 멕시코 칸쿤에서 벌어진 WTO 5차 각료회의 저지를 위해 대규모의 농성단을 파견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해 말에는 수입쌀 개방반대를 위해 여의도에서 전국농민대회를 진행하던 도중 전용철 농민이 경찰병력으로부터 가격당해 사망에 이르는 사건이 발생함에 따라 정확한 사인규명과 정부당국의 사과, 경찰청장 사퇴, 근본적 농업회생 정책 등을 요구하는 투쟁을 벌였다.

    이에 대한 성과로 노무현 대통령의 대국민사과, 경찰청장의 사퇴, 농업회생정책을 논의하기 위한 정부-국회-농민단체의 3자 협의기구 구성 등을 약속받았다.

    그러나 약속했던 3자 협의기구는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와 더불어 국회의 파행운영으로 인해 반년 가까이 구성논의조차 진척되지 않은 상태이고 올해 초, 스크린쿼터 축소와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 등을 합의하며 협상에 돌입한 한 FTA로 인해 전농은 다시 대열을 정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농은 한미FTA 저지를 위한 농축수산 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관련단체와 공동대응에 나섰고 이와 동시에 영화, 보건의료, 미디어 등 타분야 공대위와 함께 범국민대책본부를 구성해 한미FTA 저지를 위한 한판 승부에 나설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또한 다가오는 5.31 지방선거를 맞아 101명의 농민출신 후보를 내면서 농민의 정치세력화를 통한 또다른 형태의 농민운동을 준비하고 있다.

    잔칫상? 아직은 먹을 때가 아니다

    24일 오후 1시 30분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 아트홀에서 진행된 전농 16주년 창립기념식에는 전농 문경식 의장을 비롯한 의장단과 민주노동당 천영세 원내대표, 강기갑 의원, 민주노총 조준호 위원장, 한국노총 이용득 위원장, 농림부 이명수 차관과 시민사회단체 대표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한미FTA저지를 위해 창립 16년 이래 가장 강도높은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나선 전농의 생일잔치에는 잔치다운 흥겨움보다는 다가오는 투쟁을 준비하기 위한 비장감이 감돌았다.

    전농 문경식 의장은 "한국농업은 분명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있다"면서 "WTO 농산물 개방에 한칠레 FTA 협정이 체결되고 쌀마저 추가 개방되었으며 설상가상으로 우리 농업을 초토화시킬 한미FTA협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개탄했다.

    문 의장은 "그러나 좌절과 분노는 깊지만 한미FTA 저지 투쟁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농축수산 형제들과 영화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승리를 확신하고 있다"면서 "다가오는 5.31 선거에서 승리하고, 나아가 11월 100만 민중대항쟁을 성사시켜 한미 FTA를 기필코 저지해내고 말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축사에 나선 전국민중연대 정광훈 상임의장은 "멕시코, 홍콩, 도하 등 세계 각지에서 벌어진 신자유주의 협상에서 초국적 자본에 반대하는 투쟁을 벌여온 전농은 올해 신자유주의의 몸통을 만났다"면서 "모든 민중의 공공의 적인 한 FTA만큼은 목숨을 걸고 저지할 것이고 이에 전농이 앞장 설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조준호 위원장은 "생일인데 축하 못 받는 것은 전농이나 민주노총이나 어쩜 이리 똑같냐"라고 씁쓸해하면서 "정부는 한미FTA가 이땅의 산업을 살린다고 하지만 민주노총의 18개 연맹 중 이에 동의하는 연맹은 단 한개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위원장은 "전농이 농업문제뿐 아니라 민중의 문제를 안고 정말 열심히 투쟁하는 데에 민주노총은 힘있게 동참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서 "올해만큼은 민주노총의 80만 조합원이 FTA 저지를 위한 대열에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 천영세 원내대표는 "우리가 더 큰 항쟁을 준비하기에는 잔치상 놓고 얘기할 형편이 못된다"면서 "한미FTA 저지에 중심이 되고 있는 전농은 민주노동당과 함께 또 하나의 싸움을 준비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천 대표는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은 당비대납, 공천장사로 이땅의 민주주의를 위기에 몰아넣고 있다"면서 "민주주의를 위한 미완의 혁명의 길에 5.31지방선거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5.31지방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을 통해 출정하는 101명의 농민후보들은 수염없는 강기갑, 정읍의 강기갑, 의령의 강기갑이 되어서 식량주권을 지키고 한미FTA와 신자유주의의 거센 물결을 막아내기 위한 투쟁에 나서야한다"고 말했다.

    농민 정치세력화, FTA 저지 위한 밑바탕된다

       
     
    ▲ 24일 오후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진행된 전농 창립 16주년 기념식 말미에 531 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이 무대위로 올라 필승을 다짐하고 있다.
     

    같은 날 오전 민주노동당에서는 농민선거대책본부 출범 기자회견을 하면서 전국 57개 시군에서 101명의 농민후보가 출마한다고 선포했다.

    이날 전농의 창립기념식에는 7명의 지방선거 후보들이 참석해 지방선거 필승 출정식을 가지면서 대미를 장식했다.

    현재 농민출신 정치인으로는 경남 사천 강기갑 의원, 제주도 현애자 의원이 지난 2004년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되어 활동하고 있지만 올해 지방선거처럼 대규모의 농민출신 후보가 동시에 출마하는 것은 처음이다.

    101명의 농민 후보 중에는 지난 2005년 전농의 정책을 담당했던 박웅두 전 정책위원장과 올해 전농 부의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장동화 전 강원도연맹 회장이 각각 광역, 기초 단체장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전농 장동화 부의장은 "이번 5.31 지방선거에서 전농과 민주노동당은 당선에 연연하지 않고 전국의 농민을 대상으로 한미FTA의 심각성을 알려내는 활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강원도 화천 군수에 도전하는 장 부의장은 "전반적으로 농민들은 한미FTA가 위기라는 인식을 하고 있지 않다"면서 "선거를 통해 농민 교육의 기회를 만들고, 새로운 농민운동을 고민하는 장을 만들어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농민선거대책본부장인 문경식 의장은 "강기갑 의원과 현애자 의원이 원내에서 최선을 다해 농민을 대변하고 있지만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면서 "광역, 기초 등 지역 곳곳에서 농민을 대변하는 대표자를 배출해 식량주권을 사수하고 한미FTA를 저지하는 힘있는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전농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101명의 후보 중 약 30%가 당선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당선가능성이 가장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는 곳은 박민웅 후보가 출마한 경남 의령이고 이외에도 전농은 다수의 기초의원이 당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민웅 경남 의령군수 후보는 전농 창립기념식장에서 "지역에서 만나는 수많은 농민형제들이 농민 대표자의 탄생을 기원하며 응원의 표시로 수많은 한약들을 보내 처치 곤란 상태"라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박 후보는 "선거투쟁에서 승리하고 나서 그 한약들을 먹고 FTA 저지를 위한 투쟁을 가열차게 벌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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