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자들은 왜 굴뚝 위로 오르나
    By tathata
        2006년 04월 24일 06:0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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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하이스코와 GM대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숨을 건 고공농성에 이어 화물연대 노동자들이 굴뚝농성에 돌입해 위험한 상황이 연이어 발생되고 있다.

    화물연대 전북지부의 두산유리분회 조합원 2명이 지난 19일부터 30미터 높이의 두산유리 용광로 굴뚝 점거농성을 시작했으며, 충청강원지부의 아세아시멘트분회 조합원 7명도 72미터 사일로(시멘트 저장고)로 올라가 목숨을 건 절규를 하고 있다.

    지난 20일에는 베스킨라빈스분회 조합원 4명이 베스킨라빈스의 계열사인 샤니본사 성남공장의 30미터 굴뚝에 올랐다. 그들이 요구하는 것은 운송료 현실화와 일방적 계약해지 철회, 그리고 노동조합 활동보장이다.

       
     
    ▲ 화물연대 베스킨라빈스분회 조합원 4명이 성남의 샤니공장 30미터 굴뚝 위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두산유리분회는 운송업체가 “화물연대와는 운송료 협상을 할 수 없다”며 대화를 거부해오다, 지난 3월 16일 화물연대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조합원 33명을 계약해지했다.

    베스킨라빈스지회는 화주업체(BR코리아)-운송업체-화물연대와 운송료 3자 합의를 하고도, 운송업체가 갑자기 지난 3월 5일 31명의 노동자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해 조합원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튿날 조합원들이 BR코리아의 공장장 면담을 요청했으나 회사측이 생산직과 사무직 노동자를 동원하여 공장 진입로를 봉쇄했다. 이후에도 베스킨라빈스지회가 공장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자 용역깡패를 동원해 구타를 하는 등 폭력진압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아세아시멘트분회의 경우, 운송업체와 운송료 협상을 진행해오다 교섭이 결렬되어 노조가 지난 3월 13일 파업을 선언했다. 아세아시멘트분회는 ‘운송료 30%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 화물연대 두산유리분회 조합원 2명이 두산유리공장 굴뚝에 올라 농성을 하고 있다.
     

    화물연대 노동자들은 왜 투쟁의 장소로 지상이 아닌 굴뚝을 택해야 했을까. 노동3권이 부여되지 않은 화물연대 노동자들의 단체행동은 모두 ‘불법’이다. 그들은 경찰에 집회신고를 하더라도 쉽게 허가를 얻어내지 못하며, 허가를 얻어낸다 하더라도 화주업체가 업무방해금지나 접근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어 집회조차 열 수 없도록 만들었다. BR코리아는 최근 운송업체에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청구하여 조합원들이 공장에 접근할 수도 없다. 

    단체행동권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파업에 돌입하더라도 화주업체는 언제든 타 운송업체 노동자로 ‘대체근로’를 할 수 있다. 따라서 화물연대 노동자들의 파업은 생산의 차질을 불러 일으킬만큼 위력적인 힘을 발휘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파업에 돌입한 화물연대 조합원들은 공장으로 진입하는 타 운송업체의 화물트럭을 저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쓸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화주업체는 공권력을 동원해 조합원을 막으려 하고 불가피하게 물리적인 충돌이 일어난다.

    실제 지난달 22일 제천 아세아시멘트 공장에서 고공농성을 지지하던 농성장에 경찰이 들이닥쳐 화물연대 조합원 15명이 연행되고, 일부는 머리와 코뼈가 깨지는 중상을 입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장원석 화물연대 정책국장은 “화물노동자들의 모든 단체행동이 법에 의해 가로막혀 있는 상황에서 택할 수 있는 방법이란 수위가 높은 극단적인 투쟁 밖에 없다”고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고공농성을 할 수밖에 없는 배경을 설명했다.

    이상우 금속노조 미조직비정규사업국장도 “원청업체가 ‘사용자성’을 회피하면서 하소연할 곳 없는 노동자들이 여론의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굴뚝을 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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