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지방선거에도
압승한 '개발주의당'의 힘
[에정칼럼] 민선 지방자치는 생태도시 촉진에 기여했나?
    2018년 06월 11일 10:3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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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에서 언제나, 당연하게 승리하기 때문에 뉴스에 나오지 않는 ‘실세’가 있다. 이번 지방선거도 마찬가지다. 개발주의라는 후보이며 개발주의당이라는 정당이다. 한반도 평화, 적폐 청산, 페미니즘, 미세먼지 등 이전 선거에서 보기 힘들었던 중요한 이슈들이 등장한 선거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개발주의는 조용한 승리를 거두고 있다.

재건축 요건과 층고 제한 완화, 뻥뻥 뚫리는 도로와 공항, 랜드마크 조성, 역세권 재산가치 향상, 신산업단지와 클러스터 유치, 케이블카와 위락시설, 무슨 무슨 벨트 만들기의 약속이 전국을 뒤덮었다. 심지어 재생가능에너지 보급과 녹지공간 확충 같은 전통적인 친환경 사업들도 개발주의의 우산 아래로 흡수되는 경향을 보인 지 오래다.

지역민의 표를 위해, 지역에 밀착하는 사업들로, 그리고 지자체의 재량권으로 또는 그것을 넘어서는 정치력으로 할 수 있는 사업들의 경연장이 되다 보니 지방선거를 한번 거칠 때마다 개발의 아이템과 수단들이 늘어나는 것이다. 개발주의가 생태주의의 대척점에 있는 개념이라면, 지금과 같은 지방선거는 도시와 지역의 반생태화를 촉진하는 탁월한 기제인 셈이다.

이번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공보물과 현수막들을 살펴보아도 개발주의 경쟁은 여야가 따로 없다. 한강 복원이나 교통량 감축 대책들은 거대 양당의 정책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확실히 주류 정당과 진보정당들 사이에서의 차별성만 있을 뿐이다. 시민단체 네트워크들의 정책 제안에 일정한 호응이 있었지만 크게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그동안 수원, 안산, 홍성 같은 관 주도 또는 민관 협력을 통한 의미 있는 생태도시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세계 녹색도시들과 협력하고 지방정부 수준에서 에너지전환을 기획하기도 했다. 그러나 보다 두드러진 풍경은 천편일률적 도심 지천 조성과 지역 축제 기획, 과시적인 공공청사 건설의 관성이었다. 생태도시와 에너지전환의 실험들도 긴 호흡을 갖는 그리고 주민의 불편과 반대까지 감수하는 전환 프로그램으로 추진되기보다는 홍보적 효과와 외적 포장을 의식하는 방식으로 구체화되곤 했다.

단정적으로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핵발전 시설 유치 경쟁이 심화된 것 역시 신자유주의화와 민선 지방자치의 본격적인 제도화 시기와 우연치 않게 일치하는 것 같다. 재정자립도가 낮고 산업 공동화와 인구 유출에 고민하는 지자체들은 몇 푼이라도 지방세를 납부하고 몇 명이라도 지역 고용을 창출할 시설과 업체를 필요로 했다.

2003년 부안군수가 핵폐기장 유치를 공약하며 벌어졌던 항쟁과, 그 이후 정부가 제시한 주민투표라는 동아줄에 매달렸던 군산, 경주, 영덕, 포항에는 지역의 절박함이라는 사정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2014년과 2015년에 신규 핵발전소 부지 지정에 반대하며 주민투표를 벌였던 삼척과 영덕의 주민들에게, 그리고 밀양에서 송전탑에 저항하며 싸워왔던 주민들에게 지방정부와 지방자치제도는 아무런 도움이 되어주지 못했다. 다른 한편으로 핵발전과 석탄발전 시설이 입지한 지역의 지자체와 지역 주민들은 당면의 이익을 위해 정부와 주고받는 기술과 관행을 발전시킨 측면도 있다.

결국 ‘민선 지방자치’, 즉 현형 지방자치제도가 생태도시라는 목표에 기여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나의 잠정적 대답은 부정적이다. 이런 현상은 너무 많은 분권 때문일까, 아니면 너무 적은 분권 때문일까? 조세 자율권도 없고 인력도 부족하고 상위법의 족쇄를 벗어나기 어려운 지방정부가 전향적인 생태도시 정책을 펼치기에 어려운 조건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시민들의 참여와 개입이 제한되어 있는 가운데 단체장이 개발사업을 밀어붙일 경우 재산권과 개발욕구 자극을 막을 방법이 없기도 하다.

요행히도 어떤 지역에서 단체장이 생태도시를 추진한다고 하더라도, 그 단체장 개인의 의지와 캐릭터에만 의지할 수밖에 없다면 그 생태도시의 지속가능성은 보장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단체장의 생태도시에 대한 의지가 다소 부족하고 정책이 미진하더라도, 특히 소속 정당이 여전히 개발주의 성향을 보이더라도, 생태도시를 바라는 시민들은 선거 때 ‘비판적 지지’라는 선택을 할 수 있을 뿐이다.

그렇다고 관선으로 돌아가거나 그나마 진척된 분권을 후퇴시키는 것이 답은 아닐 것이다. 어쨌든 이 우울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두 방향에서의 보완과 대안이 필요해 보인다.

하나는 생태도시를 가로막는 제도들을 개선해야 한다. 허술한 사전 환경영향평가와 제한된 조건의 비용편익분석에 국한되는 예비타당성 조사의 허점과 폐해를 차단해야 한다. 개발사업에 대하여 장기적인 환경과 사회적 영향을 폭넓게 고려하고 잠정적 피해 주민들의 의사가 충분히 고려되는 심의와 평가가 보장되고, 형식적 공청회가 아니라 지역의 미래 청사진을 민관이 공동으로 작성하는 정도의 숙의 과정이 일반화된다면 지금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다.

다른 하나는 시민성의 고양이라는 진부하지만 중요한 문제다. 에너지전환과 관련하여 말하자면, ‘에너지시민’이라는 추상적 개념은 에너지전환의 사회경제적 주체들로 구체화되어야 한다. 에너지전환에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지역의 기업, 시민조직, 협동조합, 정치인, 언론들이 지방정부의 공식적 또는 비공식적 거버넌스를 이루고 지방선거의 프레임을 에너지전환의 장으로 미리 짤 수 있다면 이미 지역 에너지전환은 절반은 달성된 것일 터다. 여기에서 필요한 중요한 요소로서, 지방정부와 지역민의 에너지 독해력(energy literacy) 향상은 앞으로 고민해야 할 키워드다. 생태도시로 넓혀서 말한다면, 생태도시를 추구하는 지역 정치인과 시민들은 선거 전에 이미 개발주의에 맞서고 그리고 승리하고 있어야 하며, 선거는 그것을 확인하고 넓히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개발주의당이 또 한번 압승할 것이 분명한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결과를 예상하며, 다른 여러 잣대로 이번 선거 결과를 평가할 수 있겠지만, 생태도시를 촉진하고 생태적 시민성을 함양하기 위한 심각한 이야기를 이제는 시작해야 한다. 4년 후에 또다시, 개발주의 앞에서는 그놈이 다 그놈이고 찍을 후보가 없다는 녹색시민들의 하소연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어디선가 피어나는 생태도시와 녹색 정치인의 싹들이 개발주의당에게 짓밟히지 않고 자라나게 하기 위해서 말이다.

필자소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운영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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