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상정 “최저임금 개악,
    소득주도 성장론의 후퇴“
    최임 속도조절론과 혁신성장 부각
        2018년 06월 08일 06:3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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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핵심 기조였던 ‘소득주도성장론’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당·정·청 사이에선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론에 대한 이견이 나오고 있다. 정부 등의 관계자들은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다고 진화했지만, 일각에선 이러한 이견 표출이 소득주도성장론 붕괴 징후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면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사실상 폐기해야 한다는 취지의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론’을 꺼내들었다. 반면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이목희 부위원장은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영향을 준다는 “객관적이고 실증적인 근거가 없다”며 김동연 부총리의 주장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이견은 집권여당에서도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간사인 한정애 민주당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대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달성에 무게를 뒀지만, 환노위 위원장 출신의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김동연 부총리와 같은 입장을 밝혔다.

    논란이 지속되자 문재인 대통령은 소득주도성장론이라는 정책 기조엔 변함이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대한 노동계와 진보정당의 거부권 요구를 외면하면서, 문 대통령의 단언에도 의구심을 제기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심상정 “최저임금 개정안, 재계와 보수언론 공세에 소득주도성장 흔들린 것”

    심상정 정의당 전 대표는 8일 국민라디오 ‘유창선의 유창한 시선’과 인터뷰에서 정부와 여당이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에 대해 “재계와 보수 언론의 공세에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흔들린 것”이라고 판단했다.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당정청 간의 노선 갈등”도 소득주도성장론을 역행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경제사령탑인 김동연 부총리와 집권여당의 원내대표가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론을 제기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의 최저임금법 산입범위 확대에 동의한 것은 최근 정부가 ‘소득주도성장’보다 ‘혁신성장’이라는 경제정책을 부각하는 기류와도 맞물려 있다.

    문재인 정부는 올해 경제정책방향의 3대 전략으로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제시했다. 소득주도성장 실현을 위해 제시된 대표적인 정책인 최저임금의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인데 2개 정책은 각각 산입범위 확대와 휴일-연장근로 중복할증수당 폐기로 그 효과가 무력화됐다는 것이 노동계의 전반적인 분석이다.

    이런 와중에 정부는 최근 대기업 규제완화나 벤처기업을 육성하는 ‘혁신성장’ 정책을 부각하고 있다. 지난 4월 16일에 열린 5차 경제관계장관회의 논의 안건을 보면 ▲혁신성장 추진성과 및 확산방안 ▲스마트팜 확산방안 ▲중소기업 알앤디(R&D) 혁신방안 ▲마포 청년혁신타운 조성방안 ▲지자체 투자 프로젝트 지원방안 등 혁신성장 관련 안건 비중이 높다.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이 양대 축으로 병행된다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소득주도성장을 위한 정책을 완결하지도 않은 채, 혁신성장 쪽에 더 무게를 두기 시작한 것은 우려를 제기할 만하다.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의 내용에 대한 평가는 좋지 않다. 정부가 벤처기업에 자금을 투입해 벤처기업을 키우겠다는 것이 혁신성장 정책의 거의 전부인데, 이러한 내용이 정말 혁신성장을 이룰 만한 것이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일각에선 김대중 정부의 ‘벤처기업 거품’과 유사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심 전 대표는 “(문재인 정부가 얘기하는) 혁신성장에도 이름에 걸맞은 내용이 없다”면서 “그러면서 소득주도성장만 흔들면 결국 대기업 중심 성장전략으로 되돌아가자는 얘기가 아닌가 하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 정부의 ‘혁신성장’ 정책이 과거 보수정부의 성장론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이다.

    그는 이어 “혁신성장의 비전과 내용을 가지고 강력하게 소득주도성장과 병행 추진해야 하는 일”이라면서 “그런데 혁신성장의 내용도 없이 소득주도성장 때문에 (혁신성장이) 안 된다고 한다면, 문재인 정부와 과거 정부가 경제정책에서 어떤 차이가 있느냐는 문제제기를 받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아울러 심 전 대표는 “우리 경제가 오랜 세월 대기업으로 굴러가면서 사상최대 소득불평등 사회가 되었고 2000만 노동자 중에 절반 가까이 200만원도 못 받는 사회가 되었다. 이 불평등과 불균형을 바로 잡기 위해서 소득주도성장이 나온 것인데 지금 이 문제를 얼마나 극복 했는지 자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북평화와 화해의 무드에 휩싸여 있지만 국민의 경제성장은 여전히 가장 불평등한 그늘에 놓여 있다. 개혁을 가속화할 때지 늦출 때가 아니다”라며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 정부 여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경제정책 주도권 논쟁을 정리하고, 앞으로 더 나아갈 것인지 후퇴 할 것인지 분명한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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