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 행정관, 일자리위
    TF 단톡방서 오만한 발언
    '민주노총 파벌싸움', '우리당 선거 방해' 운운···홍영표 보좌관 출신
        2018년 06월 07일 06:0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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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문재인 찍었냐”는 망언에 이어, 이번엔 청와대 일자리수석실의 정한모 행정관의 발언이 도마에 올랐다. 정한모 행정관은 홍영표 원내대표의 보좌관 출신이다.

    7일 민주노총에 따르면 일자리위원회 여성TF 구성원들이 참여하고 있는 단체 채팅방에 청와대 일자리수석실 정한모 행정관은 “박근혜 정부 때 민주노총 본부가 털리고, 민주노총 위원장이 구속 돼도 아무것도 못하던 시기가 아니지 않나? 민주노총은 모든 위원회에 불참한다고 하는데 이제는 본부가 털려도 무서워 아무 말 못하던 때도 아닌데 내부 파벌싸움도, 외부투쟁도 모두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글을 올렸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7일 성명을 내고 “다른 정부위원회는 물론 청와대가 참여하고 있는 어떤 공간에서도 이런 모욕적인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며 “여성일자리와 성평등 의제는 매번 후순위로 밀리고 부차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여성TF에서 벌어진 청와대 행정관의 경거망동한 언동은 여성일자리에 대한 현 정부의 태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한모 행정관의 언행에 대해 청와대가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한다”며 “정한모 행정관은 민주노총과 여성TF에 참여하고 있는 민간위원들에게 진정성 있게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단톡방 채팅 캡처 화면

    여성TF 채팅방엔 정부 쪽 전문위원과 민주노총은 물론 여성단체, 여성노동전문가, 여성학 교수 등 각계 인사들이 민간위원 자격으로 참여하고 있다. 주로 일정공지, 회의자료 공유 등만 이뤄지는 공간이다. 정한모 행정관은 여성 TF 전문위원은 아니다.

    논란은 채팅방에 참여하고 있는 청와대 관계자가 손경식 경총 회장의 지난 5일 ILO(국제노동기구)총회 기조연설 내용을 담은 신문 보도를 공유하면서 시작됐다. 손 회장은 직장 내 양성평등 해법으로 규제완화, 직무 중심 임금체계 개편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모두 노동계가 강하게 반발하는 친자본적 정책으로 평가된다. 이번 ILO 총회는 일터의 젠더 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여성 노동을 주제로 했다.

    김수경 민주노총 여성국장은 “노동부 장관께서는 최임 언급조차 안 하셨더군요”라고 지적하며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의 기조연설 내용이 담긴 링크를 채팅방에 게재했다. 균형 잡힌 토론을 위해 공정한 자료를 제공해야 하는 청와대가 한 쪽의 입장만을 담은 신문 기사를 캡처해 채팅방에 올리는 것이 옳지 못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ILO 총회에서 한국 정부 대표로 한 기조연설을 했으나, 현재 최대 노동 이슈인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단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자 정한모 행정관은 “민주노총도 이젠 시대 변화를 읽고 활동하였으면 한다”면서 “민주노총 본부가 털리고, 민주노총 위원장이 구속 돼도 아무것도 못하던 시기가 아니지 않나”라는 등의 발언을 한 것이다.

    이에 김수경 국장은 “여긴 네이버 댓글창이 아니다”라며 불쾌한 심경을 드러냈으나, 오히려 정한모 행정관은 “장관님 발언까지 언급하고 우리당 선거판에 따라 다니며 방해하면서 공식 루트는 다 거부하는 게 그리 예의 갖춘 행동은 아니라고 본다”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노동시간단축, 최저임금 인상 등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지 않았다면 할 수 없던 일들에 대한 평가나 협조가 선행되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대응했다.

    여성TF 전문위원도 아닌데다, 채팅방에 글을 올린 적이 없어서 김수경 국장은 이때까지도 정한모 행정관의 존재를 몰랐다. 그러다가 ‘우리당 선거판’ 등의 말에 홍영표 원내대표의 보좌관 출신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여성TF 채팅방에 참여하는 민간위원들은 정한모 행정관의 이 같은 발언에 상당히 불쾌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한모 행정관이 오전 중 이러한 글을 올리자 TF에 참여하는 다른 민간위원이 정한모 행정관의 글에 분개하는 전화까지 했을 정도였다.

    장한모 행정관은 결국 다음날 “예상치 못한 약간의 분란을 일으킨 장본인으로서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는 메시지를 올렸다. 이마저도 자발적인 사과가 아닌 여성TF 위원장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김수경 국장은 7일 <레디앙>과 통화에서 “(여성TF는) 각계가 모여서 상황을 공유하고 효과적이고 공정한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정책을 토론하는 자리”라며 “그런 곳에서 청와대 행정관이라는 사람이 포털사이트 댓글에나 나오는 가짜뉴스를 올리면서 이런 식으로 폭주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민주노총도 ”민주노총에 대한 근거 없는 마타도어가 현직 청와대 일자리수석실 행정관의 입에서 나온 것에 경악한다”고 규탄했다.

    정한모 행정관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노동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등을 문재인 정부의 성과로 추켜세운 것 또한 1단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률은 30%에도 못 미치는 상황과 노동시간 단축법안에 ‘휴일근무 중복할증 수당 폐지’ 등 독소조항들이 포함돼있는 점을 언급하며 “구중궁궐에 갇혀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고 있는지, 아니 모니터링이라도 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박근혜도 하지 못한 악법을 문재인정부가 하면 좋은 법이 되는 것이라 믿고 싶다면 개인의 신념으로만 간직하라”고 덧붙였다.

    정한모 행정관의 이런 언행은 홍영표 원내대표가 민주노총에 수차례 가했던 ‘폭언’의 연장선상으로 보인다.

    민주노총 역시 “홍영표가 최저임금삭감법 폐기를 요구하는 민주노총 조합원들에게 ‘문재인 찍었느냐’에 이은 망발의 연속”이라며 “최저임금개악법을 스스로 잘한 일이라고 떠벌이는 홍영표의 오만과 다름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앞서 홍영표 원내대표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항의하는 민주노총 조합원과 면담 과정에서 “문재인 찍었느냐”, “민주노총이 10년 간 못한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을 우리가 1년 만에 했다” 등의 발언을 해 논란이 된 바 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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