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정부의
    소득 없는 ‘소득주도 성장’
    최임 개악, 노동자들에 대한 배신
        2018년 06월 05일 09:1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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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최저임금 ‘7530원’, 2017년 대비 16.4% 인상

    문재인 정부의 취임 첫 해, 혁신적인 상승으로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현실로 다가오는 듯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최저임금 1만원은 단순히 시급 액수가 아니라 사람답게 살 권리를 상징한다’고 강한 어조로 서민들을 대변하며, ‘최저임금 1만 원’이 단순한 금액이 아닌 우리 사회의 저임금・장시간・불안정 노동체제를 바꾸기 위함‘이라는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다.

    노동자들에 대한 촛불정권의 배신

    ‘2018년 5월 28일 최저임금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

    재석의원 198명 중 찬성 160명, 반대 24명, 기권 14명,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합작품이었다.

    이날 통과된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매달 최저임금의 25%(주 40시간 기준 39만3천442원)를 초과하는 상여금과 최저임금의 7%(11만163원)를 넘어서는 복리후생 수당을 최저임금에 포함하는 산입범위 확대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로 인해 겨우 올려놨던 최저임금의 산입범위가 늘어나 실제 임금이 오르지 않는 노동자들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노동위원회의 설명대로 당장 내년에는 개정안에 영향을 받는 노동자들이 많지 않겠지만,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가 완료되는 2024년에는 노동자들의 임금 손실이 최대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복잡한 임금체계를 바꾸어야 한다는 말은 일리가 있다. 하지만 왜, 이 시기에, 이런 방식으로, 바꾸어야 했는지 의문이다. 또한 그동안 노동자에게 불리한 취업규칙의 경우, 노동조합 혹은 노동자의 과반수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바꿀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동의’가 아닌 ‘의견을 듣는 과정’만 있어도 변경이 가능하도록 하여 기업들의 입맛에 딱 맞는 개악안이 되었다.

    지난 1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국회에서 통과된 최저임금 개정에 대해 정부는 존중하고 바뀐 법에 따라서 원활하게 최저임금 제도가 시행되길 바라고 실천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결국, 서민의 편에 서겠다던 정부도 노동자 서민의 삶을 외면하려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내걸었던 ‘최저임금 1만원’ 공약에는 산입범위 확대의 내용을 담고 있지 않았다. 원래 ‘기본급’을 기준으로 노동자들이 실질적으로 받는 임금을 올리겠다는 내용이었는데, 범위를 확대해 1만원을 맞춰나가는 것은 ‘최저임금 1만원’의 의미를 잃어버린 채 단순히 지표상의 금액만 높이려는 꼼수에 불과하다. 황당하게도 벌써 최저임금위원장은 ‘지금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이 이행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이야기한다.

    홍영표 원내대표의 뻔뻔한 변명

    ‘최저임금은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을 높여주는 것, 4000만~6000만원 고임금 노동자까지 임금을 높여주자는 게 최저임금이 아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최저임금 개정안에 반대하는 국민들을 향해 이렇게 변명했다. 마치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연봉 4000만원~6000만원을 받는 고소득(?) 노동자의 임금이 올라가는 것처럼 말이다. 이 수준의 임금은 야간과 휴일에도 일을 해야 받을 수 있으며, 여기에는 월 기본급 200~250 정도에 상여금, 식대, 교통비, 각종 수당이 포함되어있다.

    현재 1시간 최저임금 7530원, 한 달이면 기본급이 약 157만원이다. 연봉 4000만원~6000만원을 받는 노동자들은 기본급으로만 따져도 이미 최저임금 이상으로 받고 있으며 최저임금이 인상되어도 임금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효과는 상대적으로 이들보다 소득이 적은 서민들에게만 실질적으로 적용되어 왔던 것인데, 홍영표 원내대표는 마치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고소득자의 임금이 올라가기 때문에 최저임금법을 개정하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뻔뻔함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노동존중사회를 이야기하던 정부와 여당에서는 이번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노동자’의 의견은 듣지도 반영하지도 않았다. 더군다나 뭐가 그리 급했는지 표결에 대한 합의 없이, 30분 안에 안을 만드는 등 법안을 졸속처리하기까지 했다.

    황당한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의 이유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을 제시한 것은 다름 아닌 김동연 경제부총리이다. 최저임금이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게 크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 근거는 ‘개인적인 경험과 직관’ 이었다. 최저임금이 인상된 지 약 5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그 효과를 관찰하기에 너무나 짧은 시간이다. 또한 이른 판단의 근거가 객관적인 지표가 아닌 ‘개인적인 경험과 직관’ 이라는 황당한 얘기를 경제부총리씩이나 되는 사람이 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주장을 펼치는 측에서는 영세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은 정부의 일자리안정자금 지원에도 불구하고 당장 직원 수를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중소기업이나 영세자영업자의 지불능력을 높여주면서 같이 가야한다‘ 라며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한다.

    그렇다면 자영업자들과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 인상 후 왜 직원 수부터 줄였을까. 답은 간단하다. 그 방법이 가장 쉽기 때문이다. 자영업을 하는데 가장 큰 비용인 임대료를 줄이려면 건물주와 싸워야 하고, 수수료 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대기업과 싸워야 한다. 둘 다 어려운 방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약하고 가장 쉬운 노동자에게 그 부담을 넘기는 상황이 발생한다. 국회의원들은 당연히 이 근본적인 내용을 알고 있을 것이며 알고도 모른 채한다면 자격이 없는 것이고, 만약 모른다면 무능함으로 그 자리에서 내려와야 할 것이다. 정말 중소기업이나 영세 자영업자의 상황을 걱정한다면 그들의 임대료를 낮출 방법부터 생각 하라고 충고하고 싶다.

    최저임금 개정안 폐기 없이,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은 불가능하다
    대통령은 노동자와의 형식 없는 대화에 응하라.

    고용노동부는 ‘연간 2500만 원 이하 노동자 819만 명 중 학교비정규직을 포함해 21만6천명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고 인정했다. 또한 앞으로 매년 산입범위가 확대되면서 불이익을 받는 노동자는 점점 늘어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매년 최저임금이 인상되어도 산입범위가 늘어나 도루묵이 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결국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명목 하에 물가는 상승하고 재벌기업들의 사내 유보금은 더욱 쌓여가고 서민들의 지갑은 여전히 비어있을 것이다. 소득이 늘어나야 소비를 할 텐데, 소득이 늘어나질 않으니 서민들의 소득으로 성장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만약 6월 5일 국무회의에서 개정안을 통과시킨다면 ’소득주도 성장‘을 포기하고 ’노동존중 정책‘을 폐기하겠다는 뜻이다. 이것은 문재인 정부의 정치적 소신은 물론 정체성마저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아직 그 의지가 확고하다면 ’불통의 시대를 넘어 소통의 시대로’라고 외쳤던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와 노동자들과 형식 없이 대화하고 노동자들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다.

    “취임하자마자 국회 과반수를 가진 한나라당이 법인세 감세안을 통과시켰다. 거부권을 행사하면 처음부터 국회와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양상이 빚어질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이 수용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서전 <운명이다>에서 밝힌 소회이다. 문재인 정부는 참여정부 시절 그랬던 것처럼 또다시 자유한국당과 기업의 눈치를 보며 촛불시민의 손을 뿌리치고 노동자를 배신하여 실패한 정권으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촛불시민과 함께 과감하게 개혁하고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 ‘사람이 먼저’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철학, 무엇을 먼저 봐야하는지 지금 선택할 시기이다. 눈치 보고 이리저리 갈팡질팡하며 기득권과 손잡는 ‘가짜 대통령’이 아니라 처음 가졌던 그 소신대로 이 시대의 힘없는 서민, 노동자, 민중들과 같은 편에 서서 함께 나아가는 ‘진짜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 또한 그것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부’의 중요한 역할이기도 하다.

    필자소개
    금융정의연대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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