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개입 없었다는
양승태 주장 믿고 싶지만···“
류영재 "(문건 등) 투명하게 공개하는 게 의혹 해소 가장 좋은 방법"
    2018년 06월 04일 12:2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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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대법원 시절 법원행정처가 ‘판사 블랙리스트’, ‘재판 개입’ 등 사법권 남용 의혹을 받고 있는 가운데,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대법원의 재판을 함부로 폄하하는 것을 견딜 수가 없다”며 모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이와 관련해 류영재 춘천지방법원 판사는 “스스로 재판의 외관의 공정성을 해한 사법부가 국민의 합리적 의심에 대해 ‘법치주의를 무시하는 태도’라고 꾸짖을 처지가 아니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1일 경기 성남시 시흥동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 재판이나 하급심 재판에 부당하게 간섭, 관여한 바가 결단코 없다”면서 “대법원의 재판을 함부로 폄하하는 것을 저는 견딜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 여러분께서 이번 일에서 대법원 재판에 의구심을 품으셨다면, 그런 의구심은 거두어 달라”고 덧붙였다.

특히 양 전 대법원장은 “제가 있을 때의 법원행정처에서 부적절한 행위가 있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막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면서 “국민 여러분께 정말 송구스럽고, 마음의 고통을 받은 분들이 있다면 제가 사과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이 대법원장으로 재임했던 당시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문건과 자신은 무관하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에 대해 류영재 판사는 4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재판 개입 없었다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주장을 믿고 싶지만, (재판 개입 내용의) 문건을 (양승태 대법원 시절 법원행정처가) 여러 건 작성했다. 이런 상태에서 국민이 재판의 공정성 자체를 의심하게 되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양승태 대법원장이 국민들에게 (사법부를) 의심하지 말라고 계도하고 꾸짖는다고 해도 재판 신뢰가 회복될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상고법원 추진을 위해 청와대 입맛에 맞는 기존 재판 결과를 모아 청와대를 설득하려 했던 일종의 립서비스에 불과하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문건들을 보면 이미 선고된 재판뿐 아니라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서 여러 차례 상고법원과의 협력 또는 압박 수단으로 삼자는 문건이 지금 수 회 발견이 됐다”며 “원세훈 재판이나 전교조 사건이 그렇다”고 설명했다.

류 판사는 “립서비스더라도 사법부가 ‘사법부가 청와대와 협력 사례다’ 이렇게 자랑하는 것 자체가 삼권분립 위반이자 사법 독립 침해”이자 “그 자체로 재판의 공정성을 침해한 상황”이라며 “그것만으로도 피해자들에게 굉장히 큰 상처를 줬다”고 비판했다.

현재 발표된 문건 만으로 실제 재판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사실이라고 증명할 수 없기 때문에 형사고발할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해선 “관여한 판사들의 머릿속을 들여다보지 않는 한 사실을 입증해내기 어렵기 때문에 수사상 한계가 있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다만 “재판의 외관의 공정성이 흔들리고 그로 인해서 국민들이 의심을 하기 시작을 했다면 적어도 그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 사법부든 아니면 사법부 외부든 할 수 있는 조치는 다 해 봐야 한다”며 “외부에서 사법부를 강제 조사를 한다고 했을 때 사법부가 그걸 거부할 명분은 없다”고 강조했다.

류 판사는 “실체적인 재판 개입을 입증하는 데 실패하더라도 ‘사법부가 청와대에 가서 재판으로 협력하겠다’고 말한 것이 다 괜찮다, 이렇게 넘어가선 안 된다”며 “이 사안의 핵심은 사법부 스스로 반헌법적으로 재판의 독립과 재판의 공정성을 해하는 행위를 했고 그로 인해서 사법 신뢰가 무너졌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사법권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이 관련한 법원행정처 작성 문건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선 “업무상 비밀성이 국민의 사법 감시의 권한을 초과하지는 못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오히려 의혹이 있다면 투명하게 공개하는 게 의혹 해소의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김명수 대법원장이 각계 의견을 청취한 후 형사고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거짓 선동에 편승하고 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재판 개입이 입증되지 않았으면 사법부가 한 모든 일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프레임 하에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 같다”면서 “사법부에 대한 불신에 대한 (책임은) 그 치부를 알린 김명수 대법원장이 아니라 국민들의 의심을 자아낸 반헌법적인 행위를 한 그들에게 있다”고 비판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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