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무는 제국의 막차에 올라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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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04월 24일 12:3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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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공간 ‘수유+너머’의 이진경, 고병권씨가 함께 쓴 이 글은 한미FTA와 관련된 심층적이고 입체적인 분석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 필자들은 이 글을 통해 제국으로서의 미국에 의해 지배되는 단극체제의 몰락을 전망하면서, 몰락을 거부하는 제국의 전략이라는 맥락적 차원에서 한미FTA를 분석하고 있다.

    유럽연합과 중국 등이 다극화 세계의 중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는 필자들은 한미FTA 체결 필요성의 근거인 중국 위협론과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론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을 가하고 있다.

    필자들은 노무현 대통령과 경제 통상 관료들의 무리하고 무모한 한미FTA 강행의 배경을 몇 가지 각도에서 분석하고 있는데, 학문과 지식의 미국 예속성 차원의 문제도 거론하고 있다. 또한 ‘운동권’ 내부의 ‘민족해방파’들의 논리와 입장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면서 한미FTA 투쟁 주체에 대한 논의도 설득력 있게 전개하고 있다.

    필자들은 이 글의 결론 부분에서 이번 한미FTA 반대 투쟁에서 민중 진영의 승리를 조심스럽게 낙관하고 있는데, 이 글도 그런 낙관적 시각에 힘을 보태는 ‘이론적 실천’이 될 것이다.

    이 글은 cafe.naver.com/ftakiller.cafe에도 실려 있는 글이다. 필자들은 이 글이 널리 읽히기를 바라고 있으며, ‘레디앙’에 실리는 것도 그런 방법 가운데 하나일 것이라는 뜻을 전해왔다. ‘레디앙’은 필자들의 ‘정당한 욕망’이 충실하게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보고 필자들의 글을 두 차례 나눠 싣는다. <편집자 주>

    1, 제국의 황혼?

    제국의 시대가 시작된 것인가? 아니면 제국의 황혼이 다가온 것인가? 분명한 것은 적어도 경제적으로 미국이라는 단일한 중심의 지배가 와해되는 임계점을 넘어섰다는 사실이다. 유럽은 유로 체제를 출범시킴으로써 달러로부터 독립된 경제권을 만드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 EU라는 지역적 국가연합 체제를 구축함으로써 미국이라는 ‘국가연합’에 대응할 나름의 정치적 경제적 몸집을 갖춘 셈이다.

    군사조직 메커니즘에 장악된 미국의 위기와 그 징후들

    미국의 앞마당이었던 중남미는 미국의 다양한 전략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베네수엘라,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을 필두로 미국에서 독립된 국가를 향한 거대한 일보를 내디뎠고 심지어 미국에 대항하는 사회주의적 연대의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다른 한편 사회주의적 시장경제를 통해 세계의 공장으로서 급속한 성장을 하고 있는 중국 또한 미국에서 벗어난 경제적 권역의 가능성을 슬며시 가시화하고 있다. 한때 한국 정부에서도 관심을 보였던 동북아 경제권의 가능성을, 혹은 아세안을 포함한 새로운 지역 경제권의 가능성을 그저 공허하다고 생각할 수 없는 게 아닐까? 일부 세계체제론자들의 예측처럼 미국을 대신할 새로운 중심으로 부상하려는 것일까?

    이에 대항하기 위해 미국은 급히 인도와의 결속을 시도하는 한편, 중국에 대한 정치·군사적 전략의 변환을 꾀하고 있지만, 그것이 중국의 부상 자체를 막기는 늦은 것 같다.

    이런 사실들은 세계경제에서 미국의 중심적 지위가 이전과 달리 상대화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 자체의 경제 또한 점차 통제하기 힘든 위기의 징후를 보여주고 있다. ‘제국적 지배’를 유지하기 위한 거대한 군사조직은 국가적 정치나 경제의 논리에서 벗어나 군사적 자기발전의 논리에 따라 움직이며 국가 전체를 그 논리로 밀고 가고 있으며, 냉전을 대신한 ‘대테러 전쟁’은 국가 자체를 군사적 조직의 메커니즘 아래 장악하여 일종의 절대적 전쟁으로, 항상적인 총력전 체제로 변환시켰다.

    군사적 낭비 경제 빚 얻기와 달러 찍어내기로 연명

       
     
    ▲지난 3월 30일 한·미 연합전시증원(RSOI) 훈련에 참가중인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 ⓒ연합뉴스

    이를 유지하기 위해 국가는 거대한 비용을 군사예산에 투여하고 있으며(2007년도 분으로 책정된 펜타곤만의 예산이 4,393억 달러이다. 여기에는 이라크 전비, 다른 부처에서 사용하는 사실상의 국방관련 예산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를 고려하면 국방예산은 7,500억 달러를 넘어서며 심지어 어떤 추정에 따르면 2조 달러를 넘어선다.), 이로 인해 한 해 재정적자는 이미 GDP의 6%를 넘어섰고(약 4,000달러), 누적된 적자가 8조 달러(8천조 원)를 넘어섰다.

    무역적자 역시 거대해서 이미 연간 7,250억 달러를 넘어섰다. 무기산업을 제외한 제조업은 이미 쇠락한지 오래고, 자본은 금융화되어 투기적 이윤을 찾아 전 세계를 떠돌고 있다. 그리고 저축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즉 저축에 비해 소비나 투자가 과잉된 상태다. 그 부족분은 달러의 추가발행이나 채권의 발행으로 메우고 있다.

    요컨대 미국경제는 민간 경제에서는 자본 자체가 금융화되어 생산과 분리된 채 미국이란 경계를 넘나들며 투기적 자본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국가가 달러를 찍어내고 국채를 발행하여 그 돈으로 거대한 군사비용을 지출하는 한편 외국의 상품을 수입하여 인민들의 소비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예전에 로자 룩셈부르크가 말했던 것처럼 군사적 낭비경제를 통해 부실화된 경제를 빚과 달러로 억지로 유지하는 체제인 셈이다. 이로 인해 달러가치는 매우 낮아져서 몇몇 나라에서 달러 보유고를 약간 낮추려는 시도만 해도 달러가치가 폭락할 위험이 상존한다. 하지만 거대한 채무나 무역수지 적자 때문에 달러가치를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심판의 날은 이미 다가왔다

    예전이라면 인위적 달러 감가를 통해서 채무를 줄이고 무역적자를 줄이는 것도 가능했지만(1985년의 플라자 합의), 유로처럼 달러를 대신할 수 있는 통화가 존재하는 상황이어서 지금은 그러한 시도가 달러 자체의 기축통화 지위를 위협할 수 있다.

    이란에서 달러 아닌 유로를 결제통화로 사용하는 석유시장을 개장하려 한 것은 이런 상황의 심각성이 임계점에 다다랐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전쟁을 비롯하여 군사와 전쟁 등의 비생산적 지출은 증가세를 전혀 늦추지 않고 있다. 그래서인지 찰머스 존슨처럼 미국 내부에도 이미 파국을 예측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심판의 날은 이미 다가왔다.”

    2. 제국과 그 이웃들

    정말 미국이 파국으로 치달을 것인가? 제국의 황혼이 다가온 것인가? 최소한 확실한 것은 미국이 이전과 같은 경제적 위상을 지속하기는 불가능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사태를 반영하는 양, 이라크 전에서 미국의 정치적·군사적 요구는 유럽을 비롯한 대부분의 나라들에서 거절당했다.

    복수의 중심, 다극화된 체제는 불가피하다. 유럽이 EU라는 거대 공동체를 구축함에 따라 미국도 거대한 지역연합인 미주공동체를 시도했다. 그러나 나프타(NAFTA)의 나쁜 선례는 중남미의 많은 나라들로 하여금 막대한 정치·경제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미국과의 FTA를 거절하고 정치적으로도 독립적인 위치를 확보하게 했다. 미주공동체에 대한 미국의 꿈은 실패로 귀착될 것 같다.

    복수 중심 시대, 다극화 체제는 불가피

    나아가 이라크 전쟁의 장기화는 미국의 정치·경제적 부담을 점점 더 가중시키고 있으며, 점증하는 이슬람 민족주의는 중동지역이 미국의 거대한 수렁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일본은 미국 중심의 체제에서 경제적 이득을 얻으면서 그 체제를 유지해주었지만(일본의 경제적 이득의 거대한 부분이 미국의 국채매입에 투여되었다), 플라자 합의에 따른 엔고로 인해 10여년의 장기불황을 겪으면서 경제력이 급격히 약화되었다. 자동차는 아직도 강력한 위치를 유지하고 있지만 전자산업을 비롯한 첨단부문에서 이미 확고했던 선두의 자리를 내주기 시작했다.

    한국과 중국에 대한 일본의 민족주의적 반감을 이러한 경제적 감소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설명하는 것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보인다. 이는 동아시아에서 일본의 정치적 위상을 더욱더 약화시키고 있다. 이런 점에서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일본만으로는 중국을 견제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는 것은 길게 말할 필요가 없다.

    미국 손바닥 바깥의 국가적 연대 가능서 커져

       
     
    ▲지난 20일 백악관 중·미 정상회담에 참석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공식 환영식에서 후진타오 주석과 부시 대통령이 나란히 서있다.ⓒ연합뉴스
     

    다른 한편 한국은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대북관계의 매개자로서) 중국과의 관계가 점차 강화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여기서 한국이 중국과 긴밀한 관계가 형성될 경우, 비록 일본이 미국과의 관계 속에서 버텨준다고 해도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정치·경제적 영향력은 자칫하면 미국에 대항하는, 혹은 적어도 미국의 영향권에서 상대적으로 벗어난 국가적 연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은 아마 미국으로서는 가장 피하고 싶은 또 하나의 현실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미국은 한편으로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합의를 얻어내 군사전략의 변환을 완수하는 한편, 중국을 겨냥한 전략적 변환의 군사적 거점으로서 새로운 기지를 구축하고자 한다. 항공과 항만으로 연결 가능한 평택으로 주한미군 기지를 이전·통합하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이 최근 한국에서 군사적 전략을 전환시켜 작전가능성의 범위를 동북아 전역으로 확대하고, 공세적 유연성과 기동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것 역시 이와 동일한 맥락에 있을 것이다. 한국과의 경제적 관계를 강화하려는 것은 결코 이와 무관할 수가 없다. 정부에서도 말하듯이 그것은 군사적 성격을 포함하는 한미동맹의 관점에서 진행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상이 한미FTA를 규정하는 국제적 조건이다.

    3. 저무는 제국의 막차를 타다!

    미국이 6자회담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끊임없이 북한에 대한 공격의 어조를 줄이지 않는 것은 단지 북한에 대한 위협만은 아닐 것이다. 북한 이상으로 그것은 남북관계의 개선에 명운을 걸고 있는 남한 정부에게 아찔한 위협일 것이다(그리고 그것은 남북관계를 연결하며 두 나라, 특히 남한과 정치적 위상을 강화하려는 중국에 대한 견제의 의미 또한 포함할 것이다).

    미국의 북한 때리기와 중국 견제

    이로 인해 미국으로부터 자주외교를 ‘선언’했던 노무현 정부는 황급히 그 선언을 철회하고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남북관계를 진전시키는 전략을 채택했다. 여기서 대미관계를 강화하여 북한에 대한 공격을 막아보겠다는 ‘사명감’을 읽어내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미국과 안보동맹을 체결하여 미국으로부터의 위험을 막아내야 하는 역설!

    이런 정황은 참여정부가 ‘올인’이라는 극단적 표현을 써가면서, 그리고 ‘참여정부’란 이름이 무색하게 배제적이고 일방적인 방식으로 한미FTA를 추진하는 것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정부 관료들이 자랑스럽게 떠들듯, 한미FTA는 경제동맹이면서 동시에 안보동맹이다.

    그러나 이것이 정말로 한반도를 평화롭고 안전하게 만들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미국으로부터의 즉각적인 안전은 중국과의 중장기적 불안을 준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중국이 현재 한미관계에 대해 경계의 수위를 올리면서 러시아와의 관계를 급속히 강화하고 있는 것은 결코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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