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요할 때 필요한 행동, 후회 없다”
    한상균, 민주노조·노동정치 구체화 고민
    “모든 노동자와 연대하지 않는다면 민주노조 아냐”
        2018년 05월 31일 04:1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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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개월의 형량을 남기고 가석방으로 출소한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30일 첫 공식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민주노총’이라는 활자가 새겨진 푸른 조끼를 입은 한상균 전 위원장이 이날 오전 10시 서울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 들어섰다. 지난 21일 화성 교도소를 나온 후 가진 첫 기자간담회였다.

    한 전 위원장은 “노동개악에 무너질 노동자들을 생각하면 싸울 수밖에 없었고 박근혜 정권에 맞서 몽둥이를 맞을 사람 필요했다.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행동 하는 것은 저의 상식이다. 그런 상식의 시간이었기에 어떠한 후회나 아쉬움은 많지 않다. 출소한 지금부터는 힘들게 살아가는 노동자와 민중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이냐에 대한 답을 찾는 길을 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 전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등 13건의 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2016년 1월 구속 기소돼, 지난해 5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형이 확정됐다.

    김명환 민주노총 현 위원장의 말대로 한 전 위원장은 “이명박-박근혜 정권, 그리고 자본의 총체적 농단 한가운데를 관통한” 사람이다. 보수정권이 가둬둔 2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한 전 위원장이 새롭게 다진 각오의 말들이 가볍지 않게 다가오는 이유다.

    한 전 위원장은 “정규직, 비정규직, 조합원, 비조합원 가리지 않고 모든 노동자를 위한 노동조합이 돼야 한다는 생각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이것이 내가 감옥에서 나온 가장 큰 이유”라며 “민주노조라는 꿈을 가지고, 모든 노동자 위한 민주노조 운동을 위해 지금도 그때처럼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행동을 하겠다”고 말했다.

    한 전 위원장이 이날 간담회에서 거듭해 강조한 것은 새로운 민주노조 운동의 흐름, 그리고 노동자를 대변하는 노동자 정치세력의 필요성이다.

    한 전 위원장은 “재벌의 착취로 절망의 노동에 내몰린 비정규직 노동자와 한편이 되는 일부터 노동을 배제하는 기득권 정치에 의지하지 않고 노동자의 권리를 대변하는 노동자정치의 길까지. 반성과 성찰, 실력과 실천으로 해쳐 나가자”고 힘주어 말했다. “우리의 고민은 분명해야 한다. 비판만 하고 말 것인가, 왜곡되고 뒤틀린 반노동 70년 세월을 고쳐나갈 것인가”라는 그의 말에도 새로운 민주노조 운동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

    한상균 전 위원장(왼쪽과 김명환 위원장

    새로운 민주노조의 흐름으로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 꼽아
    “모든 노동자와 연대하지 않는다면 민주노조가 아니다”

    그가 생각하는 ‘새로운 민주노조 운동’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그동안 내 공장 안에 조직된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지키는 것만 잘하면 민주노조라고 했다. 80만 조직 노동자의 힘은 여전히 사회변혁의 중요한 추진 동력이지만 이제는 그것만으론 안 되는 세상이 됐다. 이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선 미조직 노동자들이 스스로 노동조합이라는 조직을 통해서 자기의 권리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까지 자기 공장 안에 노동자만 지키는 것을 민주노조라고 했다면, 이젠 사회적 약자, 모든 노동자에 대한 연대를 몸소 실천하고 행동하지 않는다면 감히 민주노조라는 명칭을 쓸 수 없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새로운 민주노조 운동이고 시대정신”이라고 강조했다.

    ‘새로운 활력’ 언급하며
    “노동자 정치에 대한 고민, 구체화해야”

    한 전 위원장은 향후 활동 계획과 관련한 질문에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대한 구체적인 구상을 해나갈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기도 했다.

    한 전 위원장은 “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얼마나 되겠나. 그러나 현재의 국면들을 바꿔 내야겠다, ‘새로운 활력’을 찾아야 한다는 마음들은 분명히 있다고 본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이 문제는 수구보수 세력이 완전한 몰락의 길을 걷고 있는 이 때, 우리 노동자 세력이 그 몰락의 공간에 들어 갈 수 있는 실력이 있느냐는 고민과 연동된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자 정치의 문제가 모든 노동자의, 민주노총의 문제와 결이 다른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고민들을 많은 동지들과 함께 구체화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정도의 생각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전 위원장은 지난 28일 국회에서 거대양당이 최저임금 개정안을 강행처리한 것과 관련해서도 “노동자를 생각하는 척하며 국회를 통과한 법들이 노동자를 쥐어짜고 고통 받게 한다. 정리해고법, 비정규직법이 모두 그랬다”며 “그런데 국회에서 이번 최저임금 개정안에 24명 정도의 국회의원만이 반대했고, 14명이 기권했다. 노동자나 약자의 편에 선 사람이 국회 안에 소수인 것이 분명하다. 노동자를 대변하는 세력과 그렇지 세력을 나누는 결정적 계기를 국회가 제공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북관계 개선 호평하는 반면, 재벌개혁 의지 후퇴 ‘비판’
    재벌개혁의 호기를 최저임금 개악으로 날려

    한 전 위원장은 최근 문재인 정부가 이뤄낸 남북관계 개선에 대해 “경이로운 진전”이라며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불평등 문제 해결의 핵심인 재벌개혁에 관해선 그 의지가 점차 후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전 위원장은 “재벌개혁 본질은 몇 가지 법이나 총수가 바뀌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다단계 착취 구조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그 의지가 이 정부에서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짚었다. 또한 “결국 먹고 사는 문제인 이 문제에 대해 정부가 말과 행동이 달라진다면 멀지 않은 시간에 민심은 냉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남북관계가 개선되는 이 상황이 재벌의 적폐를 청산할 수 있는 호기”라며, 문재인 정부가 이 기회를 최저임금 개악으로 소진하고 있다는 점을 비판했다. 이어 “자본 독재의 나라가 이명박-박근혜 정권에 이어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총궐기 집회로 3년 확정 받은 한상균 전 위원장
    ‘불법 과격 집회’ 주도한 박사모 회장은 집행유예

    한 전 위원장이 출소 열흘 만에 언론과 공식 간담회를 가진 이날, 과격 시위로 사망자까지 나온 태극기 집회를 주도한 정광용 박사모 회장에 대해선 집행유예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형사2부(차문호 부장판사)는 이날 정광용 회장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석방했다. 1심에선 징역 2년을 받은 바 있다.

    같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행사 담당자 손상대 뉴스타운 대표도 징역 2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정광용 박사모 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되던 당일 열린 탄핵 반대 집회에서 집회 참가자들과 함께 경찰관을 다치게 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바 있다. 당시 이 집회에선 사망자와 부상자가 다수 발생했고, 취재 기자들도 집회 참가자들에게 집단으로 폭행당하는 일까지 벌어져 논란이 일었다.

    재판부는 정 회장 등이 한 일부 발언이 “폭력 선동 발언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 무죄로 판단했다. 1심은 정 회장 등의 발언이 폭력 시위의 배경이 됐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어 “이런 폭력 집회는 더는 존재해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도 “해당 집회 이전에는 대체로 평화적 집회가 유지됐고, 피고인들이 지속해서 비폭력 집회를 강조한 것이 상당 부분 효과를 발휘했다”고 판단했다. 또 “일부 과격한 외부 단체 회원들이 경찰 등에 물리력을 행사한 부분이 있지만, 피고인들로선 통제할 수 없었다는 사정도 일부 이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항소심 재판부의 집행유예 판결과 그 이유는, 박근혜 정부 시절 대법원이 확정한 한상균 전 위원장에 대한 3년 징역형이 얼마나 부당한 지를 보여준다.

    지난해 5월 31일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한상균 전 위원장의 상고심에서 민중총궐기 집회와 세월호 범국민 추모집회 집회 등을 주도했다며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업무방해, 일반교통방해 혐의로 징역 3년을 확정했다.

    특히 대법원은 “집회 신고에 대한 경찰의 전체적인 대응이 당시로서는 위법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현 시점에서 돌이켜보면 다소 과도했던 것으로 보이는 면”이 있고 “경찰이 시위대를 자극했던 면도 있다”는 2심의 판단을 모두 수용하면서도, 고 백남기 농민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경찰의 살수차 운영 역시 정당하다는 기이한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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