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무원은 이미 복수노조 시대
    By tathata
        2006년 04월 22일 03:0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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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가 기존공무원노조 특별법의 내용을 인정할 수 없다며 법외노조 상태로 남아있는 가운데 일부 지역에서는 현행법의 테두리에서 ‘합법적’인 노조가 만들어지고 있어 기존 노조와 병존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도 늘어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전남 완도군청의 경우 전공노 완도군지부에 최근 완도군 공무원노동조합이라는 새로운 노조가 설립돼 2개의 공무원노조가 생겼다. 새로 생긴 노동조합은 현행 공무원 특별법을 인정하고 있으며, 조직 대상의 경우 전공노처럼 전국단일 산별노조가 아니라 완도군 지역에 국한시키고 있다.

    또 현행법이 6급 이하 공무원을 조직대상으로 할 수 있게 했음에도 완도군청 공무원노조는 7급 이하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도 눈에 띈다. 공무원노조는 현행 노동관계법에 명시돼 있는 단위사업장 내 복수노조 금지조항에 적용을 받지 않는다.  전공노가 출범한 이래 한 지방자치단위에서 복수노조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공노는 완도군 공무원노동조합의 결성 과정에 완도군청(군수 김종식) 쪽의 개입 의혹을 제기하고 있으며,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조사단을 구성했다. 지난 20일 ‘공무원 노동인권 탄압 진상조사단’이 전라남도 완도를 찾았다. 완도군청에서 새로운 공무원노조가 출범하게 된 배경과 경위를 조사하기 위해서다.

    완도지부는 설립될 당시 가입대상 613명 가운데 609명이 노조에 가입해 100%에 가까운 조직률을 보였다. 그러나 최근에 새로운 합법노조가 설립되면서 조합원 수는 150여명으로 뚝 떨어졌다. 완도지부는 군청이 합법노조 설립에 개입해 조합원들을 빼내갔다고 의심하고 있다. 현재 새로 만들어진 노조의 조합원 수는 허동조 위원장 말에 따르면 모두 121명이다.  탈퇴한 조합원의 상당수는 비조합원 상태로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져 복수노조 시대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진상조사단은 이와 함께 군청이 청사내 노조 홈페이지 접속을 차단한 사실과 총파업 참가자에 대한 과다한 징계 등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였다. 진상조사는 도착일인 20일 오후 2시 30분부터 정하택 부군수, 조경호 총무과장 등이 참가한 가운데 이뤄졌다.

       
     
    ▲ 진상조사단이 완도군청측 인사와 진상조사를 벌이고 있다.
     

    진상조사단은 노조 탈퇴 강요와 새로운 노조 설립 과정에 군청이 개입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따져 물었다. 완도지부의 한 조합원은 지난 4월에 제출한 노조탈퇴서에서 “불법노조 탈퇴하고 합법노조 가입하라며 재촉하는데 너무 혼잡합니다. 저는 불법노조든, 합법노조든 두 가지 모두 가입하지 않고 노조를 탈퇴하렵니다”고 적혀 있다. 전공노 쪽은 이것이 군청의 개입을 말해주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전공노가 군청의 개입을 의심하는 또다른 이유는 새로운 노조 위원장이 인사 관련부서 근무이력이 있는 사람이라는 점과 군청 총무과장의 친동생이 새로운 노조 설립추진위원회 위원이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노조가 구체적인 증거를 제출하지는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조경호 총무과장은 “행자부, 노동부, 법무부 장관의 공동 담화문(공무원노조를 불법단체로 규정)이 발표되자 직원들 사고가 달라지고, 스스로 자율적으로 노조를 설립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났다”며 합법노조 설립이 직원들 자율에 의해 설립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합법노조 가입 독촉도 "노조 내부 일일뿐 군청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허동조 완도공무원노조 위원장도 “총파업을 기점으로 갈등의 폭이 커진 상황에서 직원들 사이에서 원만하게 타협점을 가지고 갈 수 없을까하는 심리적인 동요가 합법노조 설립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구체적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진상조사단의 조사는 더 이상 진전되기가 어려웠다. 

    이와 함께 진상조사단은 군청이 조합비 일괄 공제를 중단하고 노조 사무실을 폐쇄한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으나 군청 쪽은 이에 대해 "행자부 지침이라서 어쩔 수 없다"며 이를 따르지 않을 때 "14%의 재정자립도를 유지하고 있는 군청으로서는 중앙정부가 교부금을 가지고 벌칙을 줄 경우 따르지 않을 수 없다"고 해명했다.

    진상조사단은 또 최근 군청이 노조 홈페이지 접속을 차단한 것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했다. 전공노 완도지부 홈페이지는 지난 해 4월부터 업무시간 중에는 접속이 차단되고 있다. 노조는 이 문제와 관련해 국가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해 놓고 있는 상태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 군청쪽은 "원만히 처리하겠다"는 짧막한 입장만 밝혔다.

    진상조사단은 이와 함께 전공노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에 대한 과도한 징계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 2004년 11월 파업 이후 완도군청은 파면 3명, 해임 4명, 정직 22명의 중징계를 내린 바 있다. 또한 징계를 받은 조합원을 인근 섬으로 발령해 ‘보복 인사, 이중 징계’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이에 대해 완도군청은 “총파업 징계로 29명이 파면, 정직, 해임을 당해 결원이 상당수에 이르러 업무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읍면 공무원까지 불러들이게 됐다”며 “징계자들이 돌아왔을 때 (그 자리에 이미 다른 사람이 있어) 읍면도서로 발령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날 진상조사 회의는 1시간 남짓 진행됐으나 이렇다 할 ‘성과’는 남기지는 못했다. 조사단으로 참여한 노중기 교수는 “완도군은 이제 노조가 2개 생겼고, 2004년 이후로 바람 잘 날이 없었지만 앞으로 노노 갈등 문제 등이 발생해 지역사회 전체가 분열될 우려가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진상조사단으로 참여한 사람들은 노중기 한신대 교수, 맹주천 변호사, 이병훈 박재홍 노무사, 이창수 새사회연대 대표 등이다.

    단체협약 일방 파기, 노조와 시민단체에 약속 안지켜

    김종식 완도군수는 지난 2004년 10월 완도군 ‘특채비리 사건’에 연루된 바 있다. 당시 지역 시민단체와 전공노 완도지부, 일부 군의원은 친인척이 채용된 점을 규탄하며 공개사과를 요구했다. 또한 태풍 피해 복구 사업자 선정과정의 불투명성을 지적하며, 시정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김 군수는 완도지부와 맺은 단체협약을 통해 ▲친인척 인사 등 타 지역에 본적과 주소를 둔 자의 위장전입 특채 문제 등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를 위한 제도개선을 위하여 완도지부를 인사개혁위원회에 참여시키며 ▲완도군의 논쟁이 되고 있는 수의계약과 전자견적입찰제 시행에 따른 문제점과 대안마련을 위해 완도지부, 시민단체와 대화를 실시할 것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 단체협약은 완도군수의 일방적 단체협약 해지로 모두 파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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