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FTA 무기로 국가제도 무너뜨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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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04월 21일 01:0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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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이 각국과 FTA 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경제적 측면과 함께 정치‧군사적 동맹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전창환 한신대 교수는 21일 대안연대회의가 주최한 ‘한미 FTA, 쟁점과 과제’ 토론회에 발제를 통해 “최근 미국이 FTA 체결을 통해 쌍무적인 정치‧군사동맹관계의 강화라는 전략적 ‧지정학적인 목표를 달성해왔다는 점에서 미국의 FTA가 미국의 국가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대외경제정책의 수단이라고 봐도 별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9.11 이후 대외경제와 안보 문제 연계시켜

    전 교수는 또 “미국의 FTA 체결 이면에 상무부, 미국무역대표부, 재무부 이외에 거의 항상 NSC(국가안전보장회의)가 관여하는 것도 무역정책이 안보정책과 직결되어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미국이 FTA체결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2001년 9.11 사건이 발생한 이후부터”였다며 “이 때부터 부시 정부는 무역을 신보수주의적 대외경제정책 및 안보문제와 직접적으로 연계시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이 같은 사례 가운데 하나로 필리핀을 꼽았는데, 미국이 동남아에서 무역규모가 극히 적은 필리핀과 FTA를 체결한 이유는 “시장개방과 민주주의의 확대를 통해 테러 집단의 뿌리를 제거함과 동시에 알 카에다와 연계된 아부사예프와 대치 중인 필리핀 인민 무장 세력을 지원하는 의미를 갖는다. 요컨대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위한 전략적 협조 차원에서 FTA를 매개로 필리핀과 안보‧군사동맹을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FTA 체결 제안에 대한 미국의 맞대응 성격도

    전 교수는 특히 동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이 선제적으로 FTA 체결을 제안하고 나온 것에 대해서 미국이 크게 위협을 느끼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2010년에 체결될 예정인 중국-아세안 FTA는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에게도 동남아국가와 경쟁적으로 FTA를 체결하도록 자극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아세안국가 뿐만 아니라 일본과 한국에도 FTA체결을 제의해 놓은 상태이다.

    전 교수는 부시 행정부가 2000년 들어서 동남아 국가와 FTA 체결에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도 이런 맥락에서 파악하고 있는데 그는 “최근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고 특히 중국이 2010년까지 아세안과 FTA를 체결하기로 함에 따라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헤게모니적 지위가 약화되지 않을까 크게 우려하기 시작했다.”며 “동아시아국가들이 개별적으로 미국과 맺고 있는 쌍무적인 군사‧안보 동맹관계가 동아시아가 중국을 포함하여 다자적 지역통합과 협력을 확대해가는 일련의 경향과 충돌할 수 있다는 점”이 딜레마로 작용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 교수는 한미 FTA 체결과 관련 미국의 입장에서는 “북핵문제 해결 및 대 중국 견제를 위해 한미 동맹을 강화하는 것이 그 어느 때 보다 절실”했다고 보고 있다. 한미 FTA 체결과 관련된 미국의 이해관계는 단순한 자유무역 수준을 넘어선다는 얘기다.

    재경부, 외무부 관료들 준비 없이 전격적으로 체결하기로

    그럼에도 미국이 한국의 FTA 체결 제의를 쉽게 수용할 수 없었던 것에 대해서 전 교수는 “ 2005년 6월 미국무역대표부 포트먼 대표는 한미간 교역 관련하여 핵심적인 네 가지 사안이 해결되기 전에 한-미 FTA를 체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며 한국 정부가 “한-미 FTA 성사가 시급해지자 지금까지와 달리 미국이 요구한 네 가지 핵심사항을 모두 수용해버렸다.”고 비판했다.

    “결과적으로 재경부와 외교통상부의 고위관료들이 한-미간 FTA 체결을 위한 공동연구나 사전검토 없이 전격적으로 한-미 FTA를 체결하기로 가닥을 잡은 모양이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 교수는 한미 FTA 체결과 관련된 양국의 이해관계 분석과 함께 미국과의 FTA 체결이 가져올 문제들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전 교수는 “(미국과의 협약 체결은) 해당국가에 광범위한 신자유주의적 구조개혁을 수반한다”며 “미국은 협상상대국에게 금융, 의료 교육, 방송 등 중요하고 민감한 공공정책분야에 대대적인 규제완화를 요구”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앙은행 정책 수단까지 철폐 요구하는 미국

    전 교수는 “미국이 싱가포르와의 FTA 협상과정에서 시장개방은 말할 것도 없고 핵심공기업의 민영화까지 언급”했을 뿐 아니라 “1997년 동아시아 외환금융위기 시 위기의 파급을 차단하는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되는 싱가포르 통화당국의 자본통제 장치마저 철폐할 것을 요구했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또 “미국-호주 FTA에서는 미국의 요구로 의약급여제도, 검역 등 호주의 핵심적 국가제도가 다 허물어졌다. 뿐만 아니라 호주의 정부조달제도에서 미국의 요구가 대폭 반영되어 국내 및 국민기업을 대상으로 한 산업정책을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고 밝혔다.

    전 교수는 특히 “미국이 싱가포르보다 시장 규모가 큰 한국에게 훨씬 강도 높은 개방과 구조조정을 요구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는 “사실 최근의 양극화가 1997년 외환・금융위기 이후 김대중 정부가 IMF의 구조조정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실행했던 데서 기인한 바 크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한-미 FTA 체결을 통한 추가적인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이 양극화의 해소는커녕 사회통합의 기반을 송두리째 허물어버릴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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