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의 금속노조 간부 포섭 의혹
    노조 “협약 독려할 지위에 있지 않아”
    “삼성과 부인 회사 계약, 노조 등의 절차 밟아 진행”
        2018년 05월 23일 05:0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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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 측이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상급단체인 금속노조 간부 J씨를 포섭한 정황이 드러났다는 주장이 제기돼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 J씨는 삼성노조 파괴 공작을 벌인 혐의로 구속된 삼성전자서비스 간부에 대한 ‘불구속 요청’ 탄원서를 제출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삼성전자서비스 측이 금속노조 경기지부 간부인 J씨가 2014년 노사 교섭 당시 삼성 측의 요청을 받아 노사합의를 독려했고, J씨의 배우자가 운영하는 업체와 계약을 맺기로 했다는 것이 이번 논란의 핵심이다. 그러나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당시 J씨가 노조의 합의를 독려할 위치에 있지 않았다고 반박하고 있다.

    <JTBC>는 전날인 22일 검찰이 확보한 삼성전자서비스 문건 중 2014년 7월 말 J씨와 면담한 내용이 있다고 밝혔다. 이 매체가 보도한 문건의 내용에 따르면, 삼성 측이 J씨를 통해 노조에 기준협약에 ‘날인’을 찍도록 독려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 측은 J씨 배우자가 운영하는 B심리상담업체와 계약을 맺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 매체는 “당시 사측이 제시한 ‘기준협약’을 일부 센터 노조에서 받아들이지 않아 한 달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협상에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삼성 측이 J씨를 통해 기준협약 체결을 회유하고 그 ‘대가’로 J씨 배우자의 업체와 계약을 맺었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실제로 삼성 측은 2014년 6월 28일 기준협약을 맺고 7개월이 안 된 시점인 2015년 1월 기존 업체에서 J씨의 배우자가 운영하는 B업체로 업체를 변경했다.

    현재 J씨 배우자가 운영하는 업체는 삼성전자서비스 전국 100여 개의 협력업체 직원들의 심리 상담을 4년째 맡아 하고 있다. 그동안 삼성 측이 지급한 돈은 연간 1억 3000만 원, 올해까지 모두 5억 원에 달한다.

    앞서 당시 노사는 교섭 상대, 날짜, 장소, 과정 등을 모두 비공개로 하고 기준협약을 맺어 논란이 되기도 했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23일 보도자료를 내고 <JTBC>의 보도에 즉각 반박했다. 지회는 J씨가 2014년 당시 담당 지역 이외의 교섭에 전혀 참여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당시 기준협약의 날인을 독려할 수 있는 지위에 있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지회 관계자에 따르면, 당초 <JTBC>는 2014년 6월 체결된 기준협약에 관한 협상이 아니라, 7월말에 이뤄진 후속협약에 관한 협상을 문제 삼았다고 한다. 그 후속협상의 내용이 면담의 형태로 검찰이 확보한 문건에 포함돼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J씨는 지난 2014년 6월 노사교섭의 실무교섭 간사로 활동했지만, <JTBC>가 지목한 시점인 7월경에 이뤄진 후속교섭에선 협약에 날인을 할 권한이 없었다.

    지회는 “‘기준협약’은 이미 2014년 6월 28일 날인이 되었기 때문에 노조든 회사든 이를 받아들이고 말고 할 여지가 없다. 당시 지체되고 있던 ‘후속 교섭의 날인을 위해서’라고 이해하더라도 J씨는 담당 지역 이외의 후속 교섭에 전혀 참여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지역의 ‘날인을 독려’할 수 있는 지위에 있지 않았다. 시기적으로 볼 때도, 실제 날인이 있었던 시기는 10월 23일부터 11월 26일 사이인데 7월 말부터 그때까지 J씨는 다른 지역의 후속교섭에 개입한 바 없다”고 반박했다.

    지회는 또한 2014년 9월 29일부터 ‘노동자 심리상담 관련 총연맹-지회 간담회’와 지회 정기대의원회의, 심리치유 프로그램 실무자간 협의, 심리치료 MOU 체결 상생협의회 대표 면담 등의 과정을 거쳐 심리치료 MOU를 체결했다고 설명했다.

    지회는 업체 변경·선정 이유에 대해 “업체 선정과정에서 크게 고려했던 요소는 피상담자의 비밀이 보장되는지 여부였다. 당시 삼성전자서비스의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맡고 있었던 D업체는 삼성전자서비스 말고도 삼성전자, 삼성에버랜드, 삼성중공업, 삼성전자로지텍, 삼성생명, 삼성리빙프라자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있었기 때문에 삼성의 포괄적인 영향력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며 “그래서 삼성과 관련되지 않은 업체이면서 동시에 과거 노동조합 상담경험이 있어 정보의 유출이 의심되지 않는 업체를 선정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어 “2014년 6월 28일 (기존협약을 체결한) 합의 이후 지역별 후속 보충교섭이 지체되면서 지회 간부 일부의 자살기도가 발생했다”며 “지회는 노동자 심리상담 관련 총연맹-지회 간담회에서 여러 가지 심리치료 사례를 확인하고 기아자동차에서 조합원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 C동지를 통해서 추진해 보는 것을 고려하기로 했는데 이 C동지가 속한 업체가 B업체였다”고 덧붙였다.

    J씨 역시 자신이 삼성 측에 대가를 받고 기준협약 체결을 독려했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삼성전자서비스 심리상담 업체 선택은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밝힌 대로 지회의 의사결정과정을 통해 진행된 것”이라며 “제가 결정권을 가진 것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J씨가 기준협약 날인을 독려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삼성의 요구로 2014년 하반기 전국 각 지역 교섭을 빨리 정리 날인하도록 했다지만 저는 당시 그런 지위에 있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아울러 삼성 측이 J씨 포섭 전략 중 하나로 배우자의 업체를 다른 회사로 확장하는 제안을 한 것과 관련해 “그런 제안을 들은 기억은 있으나 수용한 적도 실행한 적도 없다”면서 “삼성 측이 저를 포섭하기 위해 다양한 계획을 세우고 제안하고 시도할 수 있다. 이런 계획을 세운 문건을 작성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것을 수용하거나 실행한 적이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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